메뉴
brunch
매거진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실행
신고
라이킷
14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스텔라 OH
Jan 06. 2024
이러려고 왔나!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아침에 맑은 하늘을 보았다.
오늘은 빨래가 잘 마르겠네. 베란다에 옷을 말린다.
해 질
녘 수영장에서는 퍼붓는 비를 만났고.
하루종일 잘 말랐을지도 모를 빨래는 다시 흠뻑 수증기를 먹은 채 주인을 기다렸다.
아이들이 한껏
신나 할 거라 믿었던 22000원짜리 나름 익스트림 스포츠 센터.
거기에 들여보내놓고 즐거울 걸 예상하고 나도 즐거웠다.
잠시
후 아이들은 예상외 반응을 하고 뛰쳐나온다.
기쁨이나 즐거움은 하루도
안 빠지고 가던 집 아래 공짜(?) 수영장이었다. 아이들의 기쁜 비명은 주로 이곳에서 나온다!
예상이라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두고
어느 정도
의 데이터가 확보된 상태에서 가능한 것이다.
쳇바퀴
도는 좁디좁은 일상에서 이 예상은 대체로 들어맞거나 오차가 줄어든다.
그러나 나의 삶의 반경을 벗어난 곳에서는
얼마나 다양하고 장대한 변화무쌍이 존재하는가를 목격하는 중이다. 이 목격을 위해 이 여행을
떠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습관처럼 굳어졌을 내 삶의 틀에서 이 예상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더더욱 같은 행동, 같은 생각, 같은 사람들과 애를 쓴 것이 아닐까. 그 오차 범위가 내 예상 안에 들어와야 안전하다고 느끼며 안온한 삶이 오히려 불온을
만든 것은 아닐까.
같은 시간에 반복되는 모임에 가 앉는다. 같은 커피를 마시고 내 입을 타고
수백 번은 더 흘러나왔을 내 단골 언어들이 쉴 틈 없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현저히 줄어든 삶의 우연!
그 우연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우연을 불안으로 착각하여 방어하고 산 지도 모르겠다.
예상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고
남들이 갔다더라 살았다더라 하는 길을 가지 않고
당신들의 시간에 내 시간을 쪼개어 가두지 않고
종종거리면서 먹지 않고
아등거리면서 보지 않고
"그냥 놓아 두어 보는 일"
"스스로 그러하도록 바라만 보는 일"
나는 그 시간을 몹시도 찾고 싶은 것이다.
내가 보지 못했던 큰 나무들을 만나고
내 평생 몇 번 만날지 알 수 없는 히잡을 쓴 여인들을 일상으로 스치고
평생
맡아보지 못한 냄새를 맡고
모든 것을 의식하게 만드는 언어는 그냥
소리이도록 두고
내 모든 삶에 편리로 왔던 것을 불편으로 만난다.
나는 이러려고 여기 왔다.
#말레이시아한달살기✈ #변화무쌍
keyword
수영장
빨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