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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OH Jan 06. 2024

이러려고 왔나!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아침에 맑은 하늘을 보았다.

오늘은 빨래가 잘 마르겠네. 베란다에 옷을 말린다.


해 질 녘 수영장에서는 퍼붓는 비를 만났고.

하루종일 잘 말랐을지도 모를 빨래는 다시 흠뻑 수증기를 먹은 채 주인을 기다렸다.


아이들이 한껏 신나 할 거라 믿었던 22000원짜리 나름 익스트림 스포츠 센터.

거기에 들여보내놓고 즐거울 걸 예상하고 나도 즐거웠다.

잠시 후 아이들은 예상외 반응을 하고 뛰쳐나온다.

기쁨이나 즐거움은 하루도 안 빠지고 가던 집 아래 공짜(?) 수영장이었다. 아이들의 기쁜 비명은 주로 이곳에서 나온다!


예상이라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두고

어느 정도의 데이터가 확보된 상태에서 가능한 것이다.

쳇바퀴 도는 좁디좁은 일상에서 이 예상은 대체로 들어맞거나 오차가 줄어든다.


그러나 나의 삶의 반경을 벗어난 곳에서는

얼마나 다양하고 장대한 변화무쌍이 존재하는가를 목격하는 중이다. 이 목격을 위해 이 여행을 떠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습관처럼 굳어졌을 내 삶의 틀에서 이 예상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더더욱 같은 행동, 같은 생각, 같은 사람들과 애를 쓴 것이 아닐까. 그 오차 범위가 내 예상 안에 들어와야 안전하다고 느끼며 안온한 삶이 오히려 불온을 만든 것은 아닐까.


같은 시간에 반복되는 모임에 가 앉는다. 같은 커피를 마시고 내 입을 타고 수백 번은 더 흘러나왔을 내 단골 언어들이 쉴 틈 없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현저히 줄어든 삶의 우연!

그 우연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우연을 불안으로 착각하여 방어하고 산 지도 모르겠다.


예상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고

남들이 갔다더라 살았다더라 하는 길을 가지 않고

당신들의 시간에 내 시간을 쪼개어 가두지 않고

종종거리면서 먹지 않고

아등거리면서 보지 않고


"그냥 놓아 두어 보는 일"

"스스로 그러하도록 바라만 보는 일"


나는 그 시간을 몹시도 찾고 싶은 것이다.


내가 보지 못했던 큰 나무들을 만나고

내 평생 몇 번 만날지 알 수 없는 히잡을 쓴 여인들을 일상으로 스치고

평생 맡아보지 못한 냄새를 맡고

모든 것을 의식하게 만드는 언어는 그냥 소리이도록 두고

내 모든 삶에 편리로 왔던 것을 불편으로 만난다.


나는 이러려고 여기 왔다.



#말레이시아한달살기✈ #변화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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