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라는 게 글을 더더욱 못 쓰게 만드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다. 클릭 몇 번이면 날고 뛰는 작가들의 글이 도처에 떠다닌다.상대적으로 끄적이다말거나 그럴듯하게 포장 중인 내 글을 보고 있자면 마뜩잖은 마음이 부글부글이다.여긴(브런치) 왠지 기승전결이 갖추어지고 메시지가 짠~! 그럴듯하고 나와주는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은 무거움이 있다.
그러다 점점 글을 못 썼고 더불어 책방 기록도 놓치기가 일쑤였다. 그래도 어째 어째 책방을 꾸려가야 하니 인스타그램에 일회성으로 남기는 것 외에 글의 모양으로 기록의 의미를 담고 책방 이야기를 한 지는 한참이 된 것 같다.
고민 끝에 일상과 생각에 덧입힘 없이 담백하게, 그날의 사건이나 생각을 두 줄이든 세 줄이든 매일 써내는 우리 책방 보리별 선생님을 보면서 생각을 바꿔 먹었다. 내가 뭐 그리 특출 난 작가라고 긴~~ 글에 짜임새를 갖추고 언어는 죄다 정제하고 다듬을 필요가 있나, 거기에 좋은 영향력을 위한 메시지까지 심으려니 뱁새가 가랑이 찢어질 지경이다.
요즘 명상을 공부하면서 "如如" 하도록 사는 것에 관심이 가는 중인데 글도 그러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如如 : 분별이 끊어져, 있는 그대로 대상이 파악되는 마음상태. 그렇게 있음. 차별을 떠난, 있는 그대로의 모습. 모든 현상의 본성)
매일 일어나는 책방 그대로의 시간도 기록이 될 수 있겠고 내 감정과 생각도 될 수 있는 한 가공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으니 뭔가 좀 쉬워진다. 한 시간 반, 빈 커서를 멀뚱 쳐다보다 주섬주섬 키보드가 쳐지는 걸 보니 말이다.
오늘은 108,000원짜리 책 (왜 가격이 먼저 쓰이는 거지?) 김정운 작가님의 책 <창조적 시선>으로 하는 첫 주차 모임이다. 금요독서회에서 도전한다. 이 작가님의 라이프 스타일도 삶을 대하는 철학도 내게 큰 힌트가 된다. 이 길고 어렵고 비싼 책을 같이 읽어줄 책벗이 있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나 첫 주차라 그런지 내가 원하는 만큼의 깊이는 못 들어가서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책방 모든 모임에서는 숙제가 있는데 해당 분량을 읽고 질문형으로 만들어 오는 발제가 그것이다. 그 발제를 나눔 하면서 모임이 진행된다.
허나 오늘의 발제은 대부분 퍽 사적이었고 책으로 깊이 못 들어가서 안타까웠다.
친목이 본질을 가릴 때가 있다.
모임을 8년째 꾸리다 보니 어떤 날은 "바로 이거야!" 할 만큼 매우 흡족하고 또 어떤 날은 살짝 아쉽고 어떤 날은 사무치게 반성이 되는 날도 있고 또 어떤 날은 모임을 재고할 만큼 분위기가 안 만들어진다고 느낄 때가 있다. 책의 깊이를 못 따라갈 때 항상 아쉬움을 느끼는데 오늘도 그랬다. 사소한 개인적 일상이 도돌이표같이 되풀이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독서모임은 독서모임 다우면 좋겠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 하고 애써 마음을 누른다.
죽었을 수도 있겠다 하던 책방 데크 겨울을 난 화분들이 일제히 잎을 틔우고 초록색 줄기를 낸다.
지난해 구입한 장미 화분의 아이들도 훌쩍 키가 커졌고 커지다 못해 휘고 있었다.하얀 새가 달린 아치형 지지대를 드디어 구입했고 오늘 가시에 찔려가며 설치했다.5월엔 장미를 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