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이라는 책에 푹~ 빠져있다. 나는 이 책을 재독 중인데 삼독, 사독... 계속 두고 읽을 생각을 한다. 그만큼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얘기다. 금요독서회에서 작년 가을쯤 완독 한 책인데 청도도서관 모임 의뢰가 와서 기획하던 중 정말 꼭 읽었으면 하는 한 권의 책을 이 책으로 고르기도 했다. (좋은 책은 어마무시하게 많지만 자아와 삶이 직결되는 문제를 다루는 만큼 일상에서 여러모로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청도에서 만나게 될 선생님들과의 인연은 일찍 막을 내리더라도 한 권의 책이 내내 그들의 삶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심었다)
그런데 누굴 위하기에 앞서 "나"를 위해서 이 책은 더없이 소중하다.
2차, 3차적 의미로 건너가기 이 전 (독서의 삶 권장이 타인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까의 문제도 참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1차적 의미이다. 지지부진한 삶 같고 노력은 있으되 성과는 미미해 보이는 책방을 꾸려가려면 이 1차적 내용이 내 안에 요동치지 않은 채 굳건히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나를 괴롭게 하고 고통에 빠뜨리는 것이 무언가?", "그 문제는 내 삶을 좌지우지할 만큼 의미가 있는가?", "내면소통을 충분히 한 후 나의 삶이 좀 편안한가? ", "내 삶이 점차 좋은 방향으로 나아지고 있는가? " 등등
그 자리 모든 상황과 사람과 부대낌을 고요하게 두어보는 일.
그런 1차적인 것, 나로 향하는 것들이 내게는 우선되어야 한다.
오전 모임 전에 카톡으로 결석을 알리는 메시지들이 속속 도착한다.
6명 정원에 3명이 참석(나 포함)해서 2시간 모임을 끝냈다.
이 상황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 예전의 나를 불러온다. 결석률이 높았던 오늘 모임을 두고 두 모습의 나를 불러냈다. 하나는 과거의 예민한 나인데 의기소침해 하며 부정의 정서를 부풀리고 괴로워했을 나였다. 또 하나는 썩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참여 인원수에 개의치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내 마음 잘 다독이는 내가 보였다.
책방을 차려서 초창기에 나는, 총 인원과 그날 참석 인원에 대해 꽤 많은 신경을 썼다. 그런 생각들이 머리에 들어앉기 시작하면 에너지를 갉아먹을 정도로 쓸데없는 생각이 앞다투어 나가기 시작한다.
'이래서 책방이 유지될까? 모임의 내용이 식상한가? 내게 무슨 섭섭함이 생겼나? 샘들과 무슨 트러블이 있나? 등등
샘들의 결석 이유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그만인데 나는 나의 해석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었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부풀리기 시작했다. 내가 만들어낸 질문은 순식간에 100개쯤 늘어나고 곧 불안으로 은근슬쩍 자리를 바꾸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불안이 오면 곧 다음 수순이 어두운 답들을 마련하는 일이다.(그때 답이라고 내어놓은 것들은 절대 희망이나 낙관으로 오지 않는다.) 급기야 이것이 나를 덮친다. 나는! 이미 나의 불안과 걱정에 졌다. 내게 오늘은 없는 것이 된다.
예전에 나는 적어도 지고 말았고 오늘을 종종 죽이곤 했다.
이제 나는 어떤 현실 앞에서도 쉽게 시나리오를 그리거나 답을 내지 않는다.
이 굴레에서 빠져나오는 일이 있기까지 책방 8여년의 시간이 걸렸고 숱한 책을 밤낮 줄이며 읽던 시간들이 점차 쌓였고 나와의 소통이 제법 되어가기 시작한다.
이제 본질과 너무 다른 질문은 애시당초 하지 않는다. 부정의 질문이 없으니 답이 생길리 없다. 소위 말하는 내면이 허약하고 타인의 시선에 취약한 유리멘탈! 유리멘탈로부터의 탈출을 돕던 많은 책과 시간들. 지금 내게 일등공신인 내면소통까지.
지금도 마음 한 가득 꿈을 채운다. 욕심의 성격과는 다르고 한 점만 바라보는 목적과도 다른 의미의 나의 꿈!미미한 것 같고 거창하지 않는 결과지만 차곡차곡 내 하루하루에 잘 녹여질 것이다. 조바심을 내거나 자학에 가까운 반성은 책방의 앞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걸 너무 잘 안다.
이제 내게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보는 힘이 생겼다. (배경자아 일컫든 어떤 식의 언어든 상관없다) 사건에 불과한 상황과 사람과 감정을 흘러 보낼 줄도 알게 되었다.
오늘을 충분하고 풍부하게 살고 산 후엔 미련없이 떠나보낸다.
책방을 즐겁게 하는 방법은 외부에 있지 않았다.
나와 나 사이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