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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OH Dec 18. 2024

나, 비

다른 것이 되어 보고싶어서

          


허공에 있을 수 있는 만큼의 무게를 가져다가 살았다. 

떠 있을 수 있는 나의 무게가 온 세계라고 생각하며

전부인 듯 진부한 듯...

어느 날 그 한계점을 넘기자마자 예고 없는 사변.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영혼을 챙길 겨를도 없이 혼비백산 모양새를 챙길 겨를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깊이 떨어진다. 죽었다 싶다. 모든 것이 끝이다 싶다.

내려오고 내려오다가 죽을힘을 다 해 눈 한 쪽을 떴다. 

그런데 나는 죽지 않았다. 

저건 말로만 듣던 나무겠고 이건 사람들이 산다는 집이라는 건가 

내가 머물던 바로 밑 세계에 이러한 현상이 존재한다니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거기다가 나는 혼자서만 영혼이 다하는 날까지 살 줄 알았다.

내 몸과 다른 이의 몸이 섞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우리는 뭉쳐서 더 큰 몸집을 구사하게도 되었다. 

우리는 사람들이라 불리는 저이들의 집을 부숴버릴만큼 거대한 힘도 가질 수 있다.

그런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비천하고 미천한 원소에 지나지 않던 내가 

나 이 외 다른 생명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과 몸을 섞고 생각도 섞게 되다니. 

하염없이 내려오는 지점의 끝이라는 상상의 세계는 지옥도 아니고 천국도 아니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 이후의 세계는 다름 아닌 다시 내가 돌아갈 준비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것. 곤두박질쳐서 죽는다고만 생각했던 경계.

그 경계를 건너고 나서의 어느 날에...



2020.1.28일 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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