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죽다가 살아난 이야기
한국에 있었을 때의 이야기다.
겁이 많은 편이라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고서는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날은 아마도 일이 있어서 지방에 다녀오는 길이었을 거다.
12시가 훌쩍 넘은 늦은 시간에 인적이 드문 곳에서 택시를 탔는데.. 타자마자 뭔가 소름이 돋는 느낌에 기분이 괜히 너무 오싹하고 이상했다.
그 자리에 꽤 오래 서 있었던 거 같은 택시 안은 흔한 라디오나 음악 소리조차 없이 고요했고 보통은 택시에 탑승해서 목적지를 얘기하면 기사님이 대답도 하고 미터기도 키실 텐데..
목적지를 이야기한 후 아무런 말씀도 없이 미터기도 안 켜고 바로 우리 집 방향이 아닌 완전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기 시작하는데.. 하필 그쪽이 산이 있는 방향이었다.
원래는 확인도 안 하는데 본능적이었는 건지 모르겠지만 조수석 앞에 걸려있는 기사님 얼굴 사진을 봤는데.. 하필 사진 속의 운전기사님이랑 얼굴도 다르다.
정말 너무 무섭고 식은땀이 흐르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나 진짜 이대로 죽는 건가..?
그렇게 사진을 쳐다보고 기사님의 얼굴을 확인하는 내 시선이 느껴진 건지 갑자기 운전 중에 그걸 떼어서 조수석에 놓아둔 가방 안에 넣어버렸다..
그러니까 더 무서운데.. 뭐라도 해봐야 할 거 같다는 생각에 아무렇지 않은 척 밝게 말을 걸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힘드시죠? 저녁 식사는 하셨어요? 같은 흔하디 흔한 질문들
내가 묻는 다른 질문에는 대답이 하나도 없었는데 식사 질문에는 저녁을 안 먹었다고 하길래 수고 많으시다고 식사 챙겨드시면서 일하시라고 끼니 거르는 거 건강에 안 좋다고 하니까..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다시 택시를 돌려서 왔던 길로 다시 우리 집 방향으로 가서 나를 목적지에 내려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밝은 목소리로 감사하다고 늦었는데 수고하시라고 인사를 꾸벅하고 내린 후 혹시라도 그의 마음이 바뀔까 싶어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미칠 거 같은 정신줄을 붙잡고 집까지 숨이 막힐 정도로 필사적으로 뛰었다.
그렇게 집에 들어와서 문을 제대로 잠그고 나서야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아버렸고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이게 우연이었는지 뭔지.. 사실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드라마나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싶기도 하고..
내 마음이 불안했을 뿐 무슨 일을 당한 것도 아니고
딱히 의심스러운 말을 한 거도 아닌데
집 앞에 내려주고 돈도 안 받고 그냥 가라고 했었는데..
무서운 마음에 차마 번호판 확인도 못했었다.
아마 번호판 확인을 했어도 집 앞에 내려준 거라
괜히 무서워서 신고도 못하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원래도 자주 늦게 다니지도 않고 10년도 더 된 이야기이지만 그날 이후로는 더더욱 웬만하면 부모님이 데리러 오시거나 저녁 늦게 혼자 택시에 탈 때는 꼭 친구든 가족이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집에 가는 내내 통화를 한다.
지금 어디서 택시 탔고 얼마 정도 걸릴 거다. 다 와간다 뭐 이런 얘기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