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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J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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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J Jun 26. 2024

그냥 문 좀 열어봐

그자가 손잡이를 돌렸다면..?





아마도 내 기억에 초등학교 2학년 때쯤이었을 텐데 그때 한창 애들 있는 집에 애들 꼬드겨서 벨 누르고 문 열어달라고 하는 강도들이 많을 때였다.


같은 아파트 바로 옆라인에서 그런 일이 있을 뻔한 적도 있어서 부모님의 주의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문단속 잘하고 또 애들이 아무한테나 문 열어주지 않게 신경 쓰라고 방송할 때였다.




그때 동생이 독감이었던가.. 아파서 꽤 오래 고생을 했었는데 간호를 하던 엄마까지 옮아서 같이 앓는 바람에 그날따라 유독 컨디션이 안 좋아서 감기약을 드시고 약 기운 때문에 동생이랑 같이 일찍 주무시러 들어가셨다.


아빠는 당시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로 바쁘시던 때라 귀가하시려면 멀었고 나는 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벨이 울렸다.

집에는 올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그렇게 현관에 나갔는데 인터폰 화면에는 앞집 문만 보이고 사람은 아무도 안 보이고.. 누구냐고 물었는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더니 다시 한번 더 벨이 울리는데 화면에는 여전히 아무도 안 보인다.


다시 한번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누구세요? 했더니 꼭 남자가 여자 목소리를 흉내 내는 듯한 엄청 가느다란 목소리로 내게 그랬다.




“문 좀 열어봐. ”




그래서 다시 한번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냥 문을 열어보라는 그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주무시고 계신 엄마를 빨리 깨워야 할 거 같은데 다리는 굳어서 떨어지지도 않고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데 목소리도 안 나온다.



그렇게 얼굴도 안 보이는 목소리가 몇 번 더 벨 누르고 내게 계속 문 좀 열어보라고 하다가 대꾸를 안 하니까 다른 데에 간 건지 결국에는 조용해졌다.


그렇게 무서운 마음에 방에서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가 30분쯤 지났을까?

그 사람이 갔는지 확인하려고 현관에 가보니까 집 문이 안 잠겨 있었다..




그 당시에는 자동으로 문이 잠기던 때가 아니었는데 만약 그 사람이 현관문 손잡이를 돌렸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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