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chelle J Jun 26. 2024

파란만장한 이웃 이야기

나의 평화는 언제쯤..?




나는 경험으로 인해 사람마다 잘 맞는 나라와 안 맞는 나라가 있다고 굳게 믿는 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거주 중인 독일은 안타깝게도 후자에 속한다.


주변인들에게 우스갯소리로 동네북이라고 하고 다닐 정도인데 작은 체구 탓인 건지 남들과 비교해도 크고 작은 여러 일들을 꽤 많이 겪었고 오늘 하려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인종차별도 참 다양하고 자주 겪은 편에 속하는데 많게는 하루에 3번을 겪은 적도 있다.


원숭이 소리를 내면서 뛰어보라고 하고 갑자기 다가와서 들고 있던 가방으로 때리려고 하고 또 흔하디 흔한 아시안들이 자주 당한다는 눈 찢기를 당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하루 3번은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이건 정말 어이가 없었던 게.. 나는 엄마 덕분에 누가 봐도 크다고 할 정도의 눈 크기로 태어나서 어렸을 때 또래에게 눈 크다고 놀림을 당했던.. 눈 작다고 놀림받아본 적은 평생 없는 사람인데.. 이날이 내가 태어나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당해본 눈 찢기였다.


내게 눈을 찢던 10대 남자아이는 나보다 더 작은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기소개를 하는 줄 알았다.)



내가 독일에 거주하며 겪은 여러 일들을 이야기하면 10-20년 이상 거주하고 계신 분들조차 혀를 끌끌 찰 정도인데 하나 같이 참 운이 안 좋았다고들 한다.










이번 이야기는 인종차별이 조금 포함된 층간 소음 이야기인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밝히자면 나는 독일에 와서 살면서 총 3번의 이사를 했으며 현재 살고 있는 집이 4번째 집이다.


독일에는 Ruhezeit라는 개념이 있는데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그리고 오후 10시부터 오전 6-7시까지

그리고 일요일과 공휴일에 이웃들에게 소음으로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신경 쓰고 조용히 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파티를 여는 경우에는 보통 소음 관련해서 이웃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물론 나는 그것을 지키는 이웃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조용한 정상적인 이웃이란 약간.. 유니콘 같은 걸까?










1. 첫 번째 이웃 (아랫집)

독일 온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완전 독린이 시절에 평소에 마주치면 그냥 인사 정도만 하고 지내던 아랫집에서 어느 날 친한 동네 사람들끼리 파티를 하는데 꼭 놀러 오라고 늦더라도 무조건 오라고 여러 번 초대를 해서 고민을 하다가 갔다가 술에 잔뜩 취한 아랫집 아저씨로부터 넌 독일어도 안 되는 게 왜 독일 와서 사냐고 너네 나라 돌아가라는 막말을 듣고 돌아왔다.


아, 물론 그 이후 술에 취해서 실수했다는 등의 사과는 전혀 없었다.

그 후 한 번은 양해 없이 낮부터 밤늦게까지 쿵쿵대는 시끄러운 음악에 몇십 명씩 사람 부르고 파티를 하고 하도 소리를 질러대서 밤에 잠도 못 잘 지경이라 경찰을 부른 적이 있었다.


밤 12시가 다 되었는데도 시끄러워서 아래층에 내려가서 벨을 누르고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주의는커녕 더 시끄러워졌고 참다가 1시 넘어서 내려가서 이때는 벨을 눌러도 문을 아예 안 열어줬다.


다음날 스케줄이 있었고 한숨도 못 자다가 새벽 3시가 넘어서 경찰에 신고를 했고 새벽 4시가 넘어서 경찰 찾아온 후에야 조금 조용해졌다.


그리고 다음날 찾아와서 경찰 불렀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길래 껄끄럽기도 하고 불편해서 겸사겸사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2. 두 번째 이웃 (옆집)

드디어 정상적인 이웃을 만나서 기쁘던 와중 대신 이 집은 히터 문제로 말썽이었는데 집주인이 거의 방치릉 했다.

옆집에 애기가 태어나고 계속 히터 문제로 애기가 자주 아파서 화가 난 옆집 부부가 이사를 나가고 그 집에는.. 아이가 4명.. 인 집이 이사를 들어왔다.

살던 집의 구조가 특이해서 그 집의 계단과 우리 집 거실과 안방 벽이 붙어있는 구조였는데 이 새로 이사 들어온 집의 가족은 이상할 정도로 아예 외출을 하지 않았고 아이들조차 집 밖에 내보내지 않았다.


날씨가 좋고 따뜻한 날 다른 집 아이들이 집 앞에서 뛰어다니고 물놀이를 하는 날에도 그 집 아이들은 늘 집에만 있었다.

아이들이니 에너지는 넘치는데 밖에서 놀지는 못하고 어떻게든 에너지 발산을 해야 하니 진짜로 저러다가 그 집 계단이 무너져서 다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자러 가기 전까지 하루종일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다녔다.

하루 기본 10시간 넘게 쉴 새 없이 아이들 4명이 계단에서 소리 지르고 쿵쿵거리는 소리 듣고 벽이 떨려서 걸린 그림이 떨어질 정도의 진동을 고스란히 다 느끼고 있으면..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환장할 지경이다.

정말 참고 참다가 3번 정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예상했 듯 그들의 반응은 애들인데 어쩌라고 배 째라는 태도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이 점점 더 심해지고 집주인한테 소음 관련 얘기해도 경고를 줬다고만 할 뿐 계속 방치 상태였다.


이때 독일 오고 나서 처음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3. 세 번째 이웃 (윗집)

당시 나는 독일의 북쪽에 살고 있었는데 이때 정말 미칠 거 같고 진짜 도저히 여기서 이러고는 못 살겠고 이러다가 내가 스트레스로 죽겠다.. 싶어서 드디어 탈북 후 (독일 북쪽 탈출) 머나먼 남쪽으로 내려왔다.

전에 살던 곳에서 8시간도 더 걸리는 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번에는 윗집이다..


바로 윗집에는 애들이 둘인데 그 집 조카들 5명이 매일 같이 놀러 와서 하루종일 미친 듯이 소리 질러대고 뛰어다니고 쿵쿵대는데 어른들은 술 마시고 웃고 떠드느라 제재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계단에서 뛰어대는 두 번째 이웃집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훨씬 더했는데..

두 번째 이웃은 그냥 애들만 시끄럽고 어른들은 방치 느낌이었다면 세 번째 이웃은 애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덩달아 시끄러워서 유치원과 펍의 환장의 콜라보 느낌이었다.

게다가 윗집 남자는 엄청난 능력자였는데 무직에 발망치라는 스킬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낮에 내내 시끄럽다가 애들이 잠자리에 들고 겨우 좀 조용해질 때쯤에는 이자는 잠을 안 자고 밤새 쿵쾅거리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오전 7-8시쯤 해가 뜨고 나면 자러 가는 올빼미 패턴의 삶을 사고 있었고 거기다가 간혹 나는 마리화나 냄새는 덤이었다.​

그렇게 사람이 2년 넘게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나는 그렇게 우울증과 동시에 사람이 사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길을 걷다가도 졸고 사람이랑 얘기하다가도 졸고.. 정말로 폐인 지경이 되었다.

맨날 스트레스성 위염에 역류성 식도염에 잠을 못 자니까 면역력도 바닥치고 정말 매일같이 아파서 진통제랑 에너지 드링크를 들고 살았었는데 이러다가 진짜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서 죽을 수도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시 학교 선생님이 너무 피곤해 보인다고 그냥 들어가서 쉬라고 하면서 맞춤형 소음방지 귀마개까지 추천해 주​셔서 거금 주고 맞춤형 귀마개를 본떠서 맞추기까지 했는데.. 소용이 없었던 게 그 소음방지 귀마개를 하고도 들릴 정도의 소음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잠귀도 밝고 잠자리에 굉장히 예민해서 부모님이 키우면서 고생도 많이 하셨으며 5성 호텔에서도 잠을 편하게 못 자는 타입인데 너무 피곤하니 정말 죽을 거 같은데 집에서는 아예 못 자니까 호텔에서 자고 온 적도 있다.


이날 정말 오랜만에 4시간을 안 깨고 푹 잤던 기억이었다.


물론 집 관리하는 부동산 측에 얘기해도 그냥 주의 주겠다는 얘기뿐 아무런 조치도 없이 방치를 했고 그 와중 얘기했다고 윗집의 의도적인 보복 소음은 더 심해져서 버렸다.


어느 날은 외출 후 집에 돌아오는데 창문에서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다가 집에 들어오고 난 뒤 5분쯤 뒤 거실 소파가 있는 위치쯤 정확히 7번을 뛰었다.


그리고 소리 들어보면 애가 뛰는 건지 어른이 뛰는 건지 알 수 있지 않나?

도대체.. 성인 남자가 나랑 뭐 하자는 걸까..

​​








4. 네 번째 이웃 (대각선 윗집)

​​​

그렇게 22년 8월에 나는 그렇게 또다시 살기 위해서.. 세 번째 이사를 했다.


뮌헨으로 이사 후 한국인은 삼세번이라고 드디어 세 번째 이사만에 정상적인 이웃을 맞이하나! 했더니 내 파란만장한 독일 라이프에 그런 운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

이사 오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2달쯤 뒤에 우리 집의 대각선 윗집에 새로운 커플이 이사를 들어왔는데

(건물은 같은 건물인데 출입문이 다르게 나눠져 있고 지하는 연결이 되어서 건물끼리 붙어있는 구조였다.)

​그 둘은 저렇게까지 하면서 왜 같이 사나 싶을 정도로 며칠에 한 번씩 그렇게 싸워댔는데 밤낮 할 거 없이 새벽에도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살림살이를 전부 다 깨부수며 싸웠고 게다가 온 아파트 전체와 다른 집에도 냄새가 밸 정도로 쌍으로 마리화나를 그렇게 피워댔다.

우리 집은 같은 건물이지만 다행히 출입구가 달라서 우리 건물에는 마리화나 냄새가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우리 집은 싸울 때의 소음 피해와 마리화나 후 업된 상태인 건지 히스테리컬 한 웃음소리가 자다가 새벽에도 깰 정도로 거의 매일같이 시끄럽게 들리는 상태였다.

그렇게 한번 웃기 시작하면 한 10-20분을 쉴 새 없이 미친 듯이 웃어대다가 갑자기 뚝 멈추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새벽에 갑자기 사람 미친 듯이 웃는 소리에 깨고서 소름이 끼쳤고 무슨 공포영화인 줄 알았다.


우리는 소음 관련해서만 집 관리인에게 얘기했지만 옆건물 사람들은 마리화나 냄새로 관리인과 그 커플에게 직접적으로 여러 번 불평한 상태이지만 독일의 세입자 보호법이 너무 강력해서 쫓아낼 구실이 안 된다고 했다.​​

그 와중 삶의 질로 따지면 내 기준으로는 그렇게 싸워대고 시끄럽고 낄낄대는 현재 이웃이 그나마 제일 조용하고 그동안의 이웃들 중 그나마 가장 순한 맛이라 나름 만족하는 상태.. 였다.

물론 당연히 시끄럽기는 하지만 그전 이웃들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라서 이 집 이사 오고 나서는 잠을 좀 더 자게 되었다.




​​






독일에서는 원래 마리화나 소지는 불법이고 피우는 건 합법이라는 조금 이상한 법을 가지고 있었다고 아는데 (2024년 4월부터는 마리화나가 합법이 되었다.) 3월의 어느 날 새벽 6시 반에 또 뭐가 다 깨지고 소리 지르는

엄청 시끄러운 우당탕탕 소리가 들려서 둘이 또 시작이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경찰이 들이닥쳤다.

마약 거래 관련해서 팁을 받고 중무장한 경찰 특공대들이 문을 부수고 들이닥치고 그 커플은 체포되고 마약 찾는다고 집 수색으로 그날 아침 일찍부터 아파트의 단체 채팅방은 목격자들의 제보로 꽤나 핫했었다.

하지만 경찰들은 수색 과정에서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고 둘은 당연히 풀려났다.


하지만 우리 건물에서 마약 관련 팁을 받고 경찰이 들이닥치다니..


이 일 이후 집 관리인이 그 커플에게 얘기를 잘해서 1달 뒤에 그들이 나가기로 합의를 봤다고 기쁜 소식을 전해줬는데 물론 그때가 다가오자 그들은 말을 바꿔버렸다.


그래서 법적 공방까지 가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게 된다면 길게는 2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시 한번 집관리인, 그리고 부동산과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집주인까지 그들에게 찾아가 어르고 달래서 결국 그들은 5월 중순에 이사를 나갔다.


매번 싸울 때마다 살림살이 전부 깨부수는 소리가 났기에 그 집 상태가 어떨지 심히 궁금했던 궁금증을 억누르고 있던 때에 집 관리인 아저씨가 먼저 궁금을 해결해 주셨다.



“ 성한 게 하나도 없어.. 다 부서졌고 집이 아주 엉망이야. 그래도 마리화나 냄새는 생각보다 안 나는데 혹시 이 집에 이사 들어올 사람 있어..? “



물론 아저씨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지난 1달간 세탁기, 부엌, 냉장고 등 성한 게 하나 없는 모든 가전제품들이 건물 밖에 하나둘씩 쌓여있다가 버려지는 것을 보았고 요즘은 드릴 소리를 들으며 지내고 있다.




나의 평화는.. 언제쯤 찾아올까?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의 인종차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