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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J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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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J Jun 28. 2024

직장 생활 이야기 1

고통받는 막내는 슬퍼요..





아마도 내가 21살 때의 일이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별로 아는 사람도 없고 당장 할 일도 없고 한창 심심할 때에 다른 지역의 회사에서 잠시 3개월간 왕복 3시간 정도 출퇴근을 하다가 일을 그만둔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건 역시 직장은 뭐니 뭐니 해도 집 가까운 게 최고이다.



우리 회사는 큰 건물의 6,7층을 썼고 나는 7층에서 일을 했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유리문이 있고 지문 인식으로만 출입이 가능하고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예쁜 언니들이 앉아있는 그런 곳이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나는 당연히 회사의 막내였고 말로만 듣던 커리어 우먼에 대한 환상이랄까..


당시 같은 층을 썼던 언니들이 27-32살 정도였는데 어린 내 눈에는 너무 멋져 보였다.


예쁜 언니들이 편하게 언니라고 하라길래 마냥 좋았고 그때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는데..

그들에게 언니라고 부름과 동시에 같은 부서도 아니었던 그들의 일들이 점점 내게 넘어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서 회사에는 번역 담당하시는 분이 따로 계셨는데 나에게 번역을 시키고 본인은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고..


처음 몇 번은 해 주다가 그다음에도 계속 번역 일이 들어와서 나는 내 일이 많아서 못 한다고 했는데도 마음대로 일을 던져주고 가고..

분명히 못 한다고 말했는데도 나중에 와서 다 했냐고 묻길래 못 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랬다가 싹수없다 고 욕을 먹은 적이 있다.


그분은 그러고 얼마 안 되어서 부사장님이 해고했는데 해고당한 다음 날 오전에 잔뜩 술에 취해서 회사에 쳐들어 와서 부사장실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고 담배를 피우다가 시큐리티에 끌려나갔다.


당시 부사장님은 다행히 외근 중이셨다.



그리고 우리 층 인포 데스크에 앉아있는 언니가 원래 한 명이었는데 점심시간에도 회사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인포 데스크 사원을 한 명 더 뽑았다.


그렇게 인포 데스크 언니가 둘이 되었는데 둘이 친해지니 점심시간에 나에게 데스크 보고 전화를 받으라고 하고 둘이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인포데스크 업무는 내 일이 아닌데..


그렇게 남들은 점심시간을 1시간 가질 동안 나는 그 언니들이 밥 먹고 온 뒤 남는 짧은 시간에 혼자 편의점에 가서 허겁지겁 끼니를 때우기에 바빴다.



한 번은 다른 부서 차장님이 해외 출장을 가셨다가 여직원들 선물이라고 립스틱을 사 오셨는데 아마도 면세점에서 사신 듯한 한 상자에 여러 개가 들어있는 크리니크 립스틱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날 인포 데스크 언니 중 1명과 타 부서 언니 1명이 결근을 했는데 그 전날 둘이 밤새 술 마시고 놀다가.. 새벽 5시에 회사 와서 출근 지문만 찍고 퇴근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차장님이 여직원들에게 립스틱을 나눠준 후에 남은 하나를 막내 너 하나 더 가지라고 립스틱 2개를 주셨다.


그리고 그다음 날 술 마시고 출근 도장만 찍고 결근했 던 타 부서 언니가 나를 화장실로 부른다.

뻔히 자기 립스틱인 거 알면서 갖고 갔다고..


그래서 난 차장님이 줘서 그냥 받은 거고 언니 거인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했더니 받은  립스틱 중 1개를 내놓으라 하길래 내 건 이미 썼고 다른 하나는 이미 엄마 드렸는데 다시 달라고 해서 갖다 주겠다고 얘기를 했더니 됐다고 하면서 이기적이고 싹수없다고 욕을 했다.



그 후 나중에 차장님 외근 나가실 때에 조용히 따라 나가서 죄송한데 혹시 립스틱 남는 거 없으시냐고 여쭤봤더니 왜 그러냐고 하셔서 00 씨가 어제 결근 때문에 립스틱 못 받았는데 그걸로 속이 많이 상하신 거 같다..

그런데 저는 차장님이 주신 립스틱 이미 사용했고 하나는 엄마한테 선물로 드렸다고 했더니 더 이상 립스틱 남은 거 없고 일단 알겠다고 하셨다.


매우 유치하지만 당시에는 저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나름의 엿을 먹이는 거였다.



그 외에도 손가락으로 내 엉덩이 찔러보는 건 기본에 자꾸 자기랑 만나자고 오빠라고 불러보라던 다른 팀 J 대리도 있었고 또 다른 팀 팀장은 매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면서도 바람 폈다가 와이프한테 걸려서 셔츠 단추 다 찢겼다는 얘기도 참 자랑스럽게 했었는데.. 참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인간들이 많았다.


이런 인간들은 도대체 결혼을 왜 하는 걸까?





이 일들 말고도 정말 많았는데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길어질 예정이라 첫 번째 회사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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