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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J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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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J Jun 29. 2024

직장 생활 이야기 2

삐리리들과 대환장 듀오





이번 이야기의 직장은 사무직에다가 생산직까지 있어서 남자들이 더 많은 회사였고 여직원들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일반화하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여자들이 많은 회사는 기싸움과 말이 많고 남자들이 많은 회사는 덜 피곤하고 말은 적은 대신에 소문이 무성하다.









내가 입사했을 당시 생산직 직원분들 대부분이 또래라고 해도 나보다 최소 2-3살 정도는 더 많았는데 그중에서 1살 많은 분이 딱 한 분 계셨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에 자기 소개할 때 인사하면서 나이를 묻길래 얘기했더니 본인이랑 1살 차이가 난다고 하길래 그러시냐고 반갑다고 그러고 복도에서 만날 때마다 인사 정도 했었다.




그러고 난 후 얼마 뒤에 내 사수 언니가 혹시 회사 사람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냐고 은근슬쩍 물으면서 없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회사 사람들이랑은 만나지 말라고 했는데 그 후 며칠 뒤에 우리 팀의 기혼이신 여자 대리님이 갑자기 나에게 회사 남자들 별로라고 하셨고 그땐 그냥 별생각 없이 그렇구나..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둘이 인사하는 걸 보고 이미 사귄다고 소문이 돌았던 상태였다.


사귀기는커녕 제가 그분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이름과 나이 밖에 없는데요..? 딱 여러분들이 아시는 만큼만 안다고요..










이전 회사에서 뼈저리게 느꼈으므로 회사 다닐 동안은 나보다 3살 많은 사수 언니에게 언니라고 안 하고 00 씨라고 부르다가 퇴사 후에 언니 동생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물론 모든 회사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남자가 많은 회사에서는 성희롱이 장난이 아닌데 앞서 얘기했던 나의 사수 언니


나의 입사 후 2달 정도 후에 관둔 사수 언니가 타 부서의 사무직 남직원이랑 몰래 사내연애 중이었는데 언니의 남자친구분이 해 준 얘기에 따르면..


생산직 남자들끼리 몇 안 되는 회사 여직원들을 두고 쟤는 절벽이네 쟤는 가슴 크네 쟤는 색기 흐르네 맛있게 생겼네.. 뭐 대충 이딴 소리를 한다고 하던데..

그래도 여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대놓고 하는 소리는 아니니 그러려니 했었다.



당시 사무실에 우리 팀 중 프린터가 연결된 게 내 컴퓨터 밖에 없어서 팀원들이 프린터를 사용하려면 내 컴퓨터를 사용해야 했는데 하루는 같은 팀 사원 N양이 작업일지를 프린트한다고 내 컴퓨터를 쓰고 있었고 난 그 뒤에 서서 N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N양이 앉아있던 내 의자 등받이에 살짝 기대서 엎드려서 프린트하는 걸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다른 팀 차장님이 날 보더니 휘파람을 불며 하는 말





" 오~ J, 그러고 있으니까 요염한데? “





그딴 소리를 들었으니 나는 당연히 표정이 굳었고 분명 그 옆에 우리 팀의 남자 사수, 남자 대리와 남자 과장이 다 있었고 똑똑히 들었는데도 셋 다 그저 웃을 뿐 아무 말도 안 하던데..


우리 팀 과장은 바람피우다가 걸려서 본인 와이프랑 바람 폈던 여자랑 3자 대면해서 같이 술 마셨다고 우리 와이프 굉장히 쿨하다고 자랑하던 사람이었다..


누구는 바람피우다가 와이프한테 걸려서 셔츠 찢겼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하고 누구는 바람피우다가 걸려서 3자 대면하면서 술 마셨다고 본인 와이프 쿨하다고 하고.. 나는 그 당시 결혼한 남자들이 정말 다 그러는 줄 알았다.



그렇게 우리 팀 사람들이 팀 여직원이 타 팀에게서 그런 소리 듣는 걸 보고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있으니 보다 못한 다른 부서의 나와 친한 남자 과장님이 대놓고

" 차장님 그거 성희롱인데요. “라고 하니까

" 그런가? 미안. ” 한마디를 던지고 바로 담배 피우러 나가버렸다.





그리고.. 다른 층에서 근무하는 이사가 또라이였다..





사수 언니가 하루는 업무 관련 일을 핸드폰으로 보면 서 복도 걷느라 이사를 못 보고 지나쳤는데 이 미친 인간이 언니가 본인 보고 인사를 안 한다고 손에 들고 있던 다이어리로 언니 엉덩이를 때렸다고..


사무실에서의 내 자리는 문을 등진 자리라 여름에는 더워서 사무실 문을 열어두면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지 알기가 힘든 자리였는데 한 번은 일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내 등을 쓱 쓸길래 불쾌함에 무의식적으로 인상 확 쓰고 고개 돌렸더니 그 이사..


그다음에는 일하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앞으로 밀어 버렸는데 그것도 이사였다.

그때 대답도 안 하고 째려보니까 왜 인사 안 하냐고 뭐라 그러면서 궁시렁대다가 사라지고 그 후 적어도 나에게는 더 이상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일이 없었다.


이사와 같은 사무실을 쓰는 총무팀 여직원은 근무 중에 내내 회사 점퍼를 입고 있다가 퇴근한다고 회사 점퍼를 벗었고 그 안에는 민소매를 챙겨 입은 시스루 블라우스였는데 그걸 본 이사가 너 왜 그 위에 점퍼 입고 있었냐고 보기 좋다고 앞으로 맨날 그렇게 입고 다니라 했다고 치를 떨며 얘기해 줬다.










나는 회사에서 사무실보다는 분석실에서 주 업무를 보고 일을 했었는데 처음 입사 했을 때 내게는 윗사수가 둘이 있었는데 사수 언니와 남자 사수 하나가 있었는데 그 사수를 S 사수라고 하겠다.


그렇게 처음에는 3명이 QC실에서 같이 일을 했는데 이 S 사수가 굉장히 특이한 성격인데.. 사무실 전체가 쟤는 특이하다 못해서 또라이 라고 인정할 정도였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그전에 있던 사람을 괴롭히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나중에 사수 언니의 퇴사 후에 만났을 때 언니 말로는 원래도 S 사수랑 본인이랑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었지만 내가 입사하고 나서 둘의 사이가 더 안 좋아졌다고 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내가 중간에서 민망할 정도로 언니를 그렇게 갈궈 댔었고 나와 S 사수는 그때까지는 사이가 좋았었다.


S 사수의 갈굼에 못 이겨서 사수 언니가 나의 입사 후 2달쯤 후 그만두고 빈자리에는 나보다 2살 많은 사원 N양이 들어왔는데 이제 사수 언니가 받던 갈굼이 내 차지가 되었다.


S 사수와 마찬가지로 N양도 참 누가 봐도 특이한 타입인데 백치미라고 하기에는 뭣하고.. 악의는 없는데 그냥 생각이 없는 스타일..?


회사 사람들에게 본인 남자친구 얘기를 하는데 우리 오빠 라고 했었는데 N양의 화법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친오빠 얘기를 하는 줄 알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다른 팀 과장님이 얘기를 듣다못해 지금 네가 얘기하는 우리 오빠가 친오빠냐고 아니면 남자친구를 얘기하는 거냐고 말 똑바로 하라 한 적도 있다.






한 번은 N양이 본인 남자친구와 싸우고 기분이 나빴는지 어느 날 아침 출근해서 일하고 있던 나를 보자마자 갑자기 이유 없이 화를 내며 소리를 빽 지르길래 나도 같이 소리를 질렀더니만 갑자기 막 울기 시작하더니 무슨 가련한 여주인공처럼 갑자기 분석실을 뛰쳐나가버렸다..


그러면 다들 어떻게 보이는지 알지 않나?

시작을 누가 먼저 했듯 울린 사람이 나쁜 사람 되는 거..


그리고 사수는 따라나가고 그렇게 실컷 울고 난 후 눈이 퉁퉁 부어서는 사수에게 하소연하다가 돌아왔는지 뭔지.. 그날 오전 일은 내가 다했다.




그렇게 점심시간까지 나와 N양은 냉전 상태였는데 나중에 S 사수가 내게 와서는 N양이 아마도 남자친구랑 싸워서 기분이 안 좋았나 보다고 나에게 N양에게 소리 지른 걸 사과하라고 했다.


그래서 본인이 남자 친구랑 싸워서 기분 나쁜 건 나쁜 거고 회사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고 선배님도 보셨다시피 N양이 본인 기분 안 좋다고 나에게 먼저 소리를 질렀는데 왜 내가 소리 지른 거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를 해야 하냐고 했다.


사실 사수가 되어서 왜 이 일에 끼어들어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자체가 이해가 잘 안 갔다.






그리고 회사 구조가 QC실 바로 옆에 합성팀 휴게실이 있었고 그곳에 정수기가 있어서 식수를 마시려면 QC팀 밖을 나가야 했는데 하루는 일하다가 물 마시려고 자리를 뜨는 내게 N양이 그랬다.




" 나 물 "




문장으로 본인도 물을 좀 갖다 줄 수 있냐 했으면 당연히 갖다 줬을 거다.



그런데 너무나 당연하게 " 나 물 " 하길래 직접 떠먹으라고 했더니 그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사수한테 바로 이르던데 어차피 들었을 텐데 이르는 이유는 뭔지..


적어도 이번만큼은 웬일인지 사수가 방금 건 좀 그랬다고 본인 물은 본인이 떠서 마시라고 하자 입술 삐죽삐죽..






그리고 이 N양이 매일 야근할 정도로 일하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느렸다.


사수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둘에게 일을 따로 나눠서 분배해 주며 시간당 둘이 각자 하는 일의 양을 측정한 적도 있다.


그리고 내가 일하는 속도가 더 빠르니 더 많은 일이 내 게 넘어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 일이 더 많으니 내 일은 퇴근시간 가까이 되어서야 끝났고 N양은 퇴근 1-2시간 전에 일을 다 끝내고 사수랑 같이 인터넷 보고 놀면서 둘은 내 일을 절대 도와주지 않았는데 하지만 반대로 내 일이 다 끝났는데 N양 일이 안 끝났으면 나는 그 일을 무조건 도와줘야 했다.





한 번은 QC팀 기계가 말썽이라서 사수가 하루종일 기계를 고친다고 기계에 매달려 있었던 적이 있었다.


우리 회사는 5시 반이 석식 시간이었는데 항상 팀끼리 같이 식사하러 가기에 늘 5시 반 전에는 사무실로 내려오라고 했었고 늦게 내려오면 빨리 내려오라고 늘 전화가 왔었다.


사수는 계속 기계를 고치고 있는데 5시 25분쯤 석식 시간이 다가와서 식사 먼저 하시라고 했다가 나에게 기계가 고장 났는데 지금 밥이 넘어가냐고 나 혼자 먹으라고 불같이 화를 내더니만 1분 후에 N양한테만 식사하러 가자고 하고 둘이 내려가버렸다.


물론 내 손해이긴 하지만 그날 더 이상 밥 먹을 기분이 아니라서 석식을 안 먹었다.


어쨌든 사무실 사람들이 보기에도 N양이랑 사수랑 둘이 둘이 사귀라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회사 Audit 할 쯤에 일은 많고 다들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달해서 사수랑 사이가 더 안 좋아졌는데 사수 본인은 매일 칼퇴하면서 이주 가끔 야근하고 N양과 나는 거의 매일 야근하는 상태였는데 N양과 본인은 회사 근처 5분 거리의 기숙사에서 살았고 나는 당시 회사에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일도 N양에게는 컴퓨터로 하면 금방 끝나는 일을 주고 나에게는 몇 사람이 붙어도 겨우 끝낼 혼자서는 도저히 끝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일을 줬었는데 어느 날 N양과 본인이 칼퇴한 날 혼자 밤 11시 넘어서도 QC실 바닥에 앉아서 자재 분류를 하고 있었다.


그날 합성팀 직원분이 당직으로 순찰을 돌다가 불이 켜진 걸 보고 들어 왔다가 내가 혼자 일하고 있는 게 불쌍해 보였는지 잠깐 도와줬었는데 그다음 날 그분이 그 일로 사수에게 뭐라고 한 건지 어찌 그 얘기를 들었는지 몰라도 나에게 넌 네 일 다른 팀한테 맡겨서 좋냐며 도움 받으니까 이걸로는 부족하겠다면서 일을 더 줬다..




그렇게 Audit 직전 매일 1달 동안 나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12시 넘어서까지 야근했고 집 가면 1시가 훨씬 넘고 씻고 침대 위에 누우면 2시 넘고 6시에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했었다.


그리고 대리랑 과장은 그걸 알면서도 어쨌든 일은 누군 가 해야 하니 그냥 방치를 했고 당시 든 생각은 Audit 한 번만 더 하면 나 스트레스로 큰일 날 수도 있겠구나...




도저히 못 견뎌서 Audit 끝나자마자 바로 그만두려고 했는데 인수인계할 직원을 못 구하기도 했고 1년은 채우고 퇴직금 받고 그만두라고 그래서 정확히 딱 1년째 되는 날에 그만뒀다.



주변 다른 직원들이 나에게 2달만 더 기다리면 추석 상여금 180% 나온다고 상여금은 받고 그만두라고 뜯어말렸었는데 그땐 매주 일요일 밤마다 회사 가기 싫어서 2시간 넘게 울다가 다음날 눈 퉁퉁 부어서 출근길에도 울면서 출근하던 시절이었고 스트레스로 하혈하고 불면증이 있던 시절이었다.


Audit 준비 기간 동안 1달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돈보다 내가 사는 게 먼저였다.





그만두는 마지막 날에 그래도 1년 동안 같이 일했으니 사수에게 퇴근 전에 인사했는데 물론 안 받아줬다.


물론 나도 인사하고 싶어서 한 거 아니고 마지막이 좋아야 좋은 거라고 같이 일했던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거였는데 몇 달 동안 불면증 때문에 엄청 고생했는데 회사 그만둔 날 밤부터 불면증도 바로 없어지고 하혈도 멈췄다.



그렇게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그 퇴직금으로 엄마를 모시고 첫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이대로 끝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관둔 후 8개월 뒤

그동안 한 번도 연락이 없던 N양에게서 오후 3시쯤 갑자기 전화가 왔다.



그때는 다른 회사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던 때였는데

사무실에 아무도 없었을 때라 전화를 받았는데 다짜고짜 첫마디가





" J 씨, 난데 사직서 어떻게 써? "





오랜만이다 잘 지내냐 혹은 전화되냐 가 아닌..


어이가 없어서 지금 퇴사하고 연락 1번 없다가 나한테 8개월 만에 처음 연락해서 사직서 어떻게 쓰냐고 묻는 거냐 물었더니 내가 나가고 다른 여직원이 들어왔는데 그 직원이 예쁘장하고 일을 잘해서 사수랑 대리가 그 직원만 좋아하고 본인만 미워한다고..


그래서 그만둘 거라고....





그래서 왜 둘이 사이좋았잖아

둘이 사이좋아서 내가 나와줬는데 잘 지내야지

잘 지내라고 내가 나왔는데 나오면 어떡해

나 있을 때는 사수가 ㅇㅇ씨 예뻐했잖아라고 비꼬았는데..


아마도 내가 아는 N양은 아직까지도 그게 비꼰 건지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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