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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르래 Sep 04. 2019

그 이유가 돈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돈이 갉아먹는 것


"언니는 돈만 많으면 행복한 사람인 거 같아"


S가 말했습니다. 왜 갑자기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내 귀에 꽂혀있던 에어팟을 보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내 슬픔을 공유하는 S와 J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 두려 합니다. 책방지기인 S와 그의 남자 친구이자 시인인 J. 그리고 그 둘을 작가로 만나게 된 나. 셋의 만남은 그리했지만 우리는 어느새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울과 돈 없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급속도로 마음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아직도 파지 줍는 생각을 하냐고 묻고 나는 여전히 그렇다고 답합니다. 그렇게도 살 수 있다면 나로서는 다행인 일입니다.


돈은 사랑과 꿈을 갉아먹고 우리는 늘 그 사이에서 삶과 죽음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든 생각인데 나는 정말 돈이 많으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가끔은 돈이 없어서 지금을 버틴다는 생각도 합니다. 돈 때문에 다른 나약한 고민은 잘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우울의 바다에 빠져있다가도 돈이 끼어드는 순간 돈이란 놈은 나를 현실의 뭇으로 던져놓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지금 그럴 틈이 어디 있어? 당장 오늘을 살아내! 그리고 내일의 돈을 갚아."


술을 좋아하는 S와 나란히 스낵바에 앉아 크림맥주를 마셨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온 S는 울 다온 사람처럼 눈이 촉촉했습니다. 울다가 왔니? 물어보려 그랬는데. S가 먼저 말했습니다.


"언니는 왜 그렇게 맨날 눈이 촉촉해?"

중학교 시절 몇몇 친구에게 "너는 왜 그렇게 맨날 눈이 슬퍼 보여?"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꽤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요.


그 이유는 나도 알 수가 없지만 나는 나에게 그 질문을 한 두 사람에게 똑같은 말을 먼저 해주려다 선수치 기를 당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너는 왜 그렇게 맨날 눈이 촉촉해?"


눈물이 날 일이 전혀 없었는데도 나는 그 말을 듣자 나는 왠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거 같았습니다. 왜 눈이 슬픈 사람은 서로의 슬픔을 이리도 빨리 알아차리게 되는 걸까요. 서로를 빨리 알아볼 수 있게 일부러 슬픈 눈을 몇몇 사람에게만 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J가 합류하기로 하고 자리를 옮기고 우리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실물보다 훨씬 못 나온 사진이었지만 나는 나의 슬픔을 공유하는 이들과의 시간을 사진으로 영원히 남기고 싶었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내 마음을 이들에게 준거 같아 스스로 놀라곤 하지만 나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이들과의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하고 그들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커플을 앞에 두고 그렇지만 이 둘이 혹시라도 헤어지게 되면 그때 과연 따로 나를 만날까? 에 대한 걱정과 의문이 들었습니다. S와 J는 그런 극단적인 상상까지 하냐고 했지만 행복한 순간에도 최악을 생각하는 습관은 고칠 의지가 별로 없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J는 몰라도 S는 나를 찾을 거라고 했습니다. 나도 S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둘이 돈 때문에 사랑에 좌절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나 역시 내가 무너지는 이유가 돈 때문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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