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니즘에 이골이 난 돌멩이의 잃어버린 일기장
006. 집에 물이 새요 ~_~
나랏말싸미 달디달고달디달고달디단 한글날
주중에 출근 안 하니까 너무 좋다.. 맨날 이렇게 살고 싶다.
화장실 누수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고 있다.
윗집과 우리 집의 주인들도 서로 소통이 된 듯하다.
빠른 시일 내에 누수 공사 견적을 받고 진행시키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함께하면 좋을 플레이리스트
https://youtu.be/2Kot9KncslM?si=FTsSUmhC-gm_3_uA
<청춘에게 전하는 위로, 음율(Umyull) 플레이리스트>
나는 참 무디고 순진한(?) 인간이다.
누가 접촉사고를 내서 확인해 본 뒤 별 티가 나지 않으면 상대에게 그냥 가시라고 하는 깝깝한 소리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다행히 사고 낸 분이 어찌 그럴 수 있냐며 꼭 조치하고 연락 주시라 하는 마당에 이 건은 이상 없이 종결이 되었다.)
아, 나는 그냥 일을 키우는 게 싫은 사람인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똑똑 떨어지는 화장실 천장 누수를 처음 발견 했을 때도 애써 모른척하며 살았었다.
그러다 아침에 큰일을 보는데 왼쪽 어깨로 뚝뚝.
'아, 이건 아니다.' 싶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하고 천장을 까보았는데,
직접 보기 전까지도 이게 하수(오수)겠구나 라는 생각은 못했다. 고여있는 물 색깔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때부터 잡고 있던 끈 하나가 끊어진 것 같다.
문제를 확인하고 일단 일을 키우는 것보다는 파이프를 조이는 수준의 간단한 조치를 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4개월 정도. 세 차례나 이런 상황을 지켜봤다.
거주인이 집에 없으면 일이 진행이 안 되는 터라 푸바오에게 여러 차례 양해를 구하며 일터에서 굴러 나와 시간을 보냈지만 역시나 누수는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엔 샤워 중에 누수문제가 있는 쪽의 전등이 팟! 나가버렸다. 으으.
다시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해서 이번엔 위층집의 번호를 받았다.
통화 속의 주인공은 나와 비슷한 또래 같았다. 사회 생활하는 남자 사람이고 나처럼 집에 늦게 돌아오는 일이 잦은 사람이었다.
그와의 통화에서 알게 된 것은 작년부터 누수 문제가 있었다는 것. (역시 이런 문제들은 집 구하는 과정에서 은폐되는구나.)
그래서 평소엔 변기를 잠가두고 사용할 때만 잠깐씩 트는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음성이 아주 친절하여 문득 연민이 들더라는..)
처음 누수가 발생하고 나서 본인 임대인에게 사실을 알렸으나 알아보고 연락 주겠다는 말만 남긴 뒤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윗집 사내도 그다지 깡깡한(?) 성격은 아닌가 보다.)
우리 집 임대인은 올바른 어른이라 다행이다.
처음 입주할 때 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임대조건을 몇 번이고 수정할 때도 내 의견을 다 받아주었다.
현관등 하나를 교체할 때나 기타 사소한 문제로 '이렇게 조치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 본인이 조치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 그리고 끝에는 항상 '날이 변덕스러우니 감기 조심하라.'는 등의 안부인사를 꼭 남긴다.
내가 첫 전셋집을 알아보며 고심에 고심을 할 때 부동산 아주머니도 '주인이 참 괜찮은 사람이다.' , '가정 꾸리고 있는 젊은 아빠고 돈 없는 사람도 아니라서 문제 생길 염려도 없다.'며 설득했다.
그래, 얼굴 한 번 보지 않았지만 참 '나이스한' 사람이다. (나이스 하다의 우리말 표현은 뭘까요?? 고견을 주실 수 있는 선생님께서는 댓글로 좀 훈계해 주세요ㅠㅠ)
이 사람한테는 전세금을 못 받을 것 같다는 걱정도 없다. 아주 깔끔한 마무리를 선사해줄 것만 같다.
세입자 마음 썩이는 집주인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야지.
건강하고 인정 있는 그런 어른.
그나저나 쫌..
온갖 귀찮은 것들이 내 하루를 그만 침범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이게 사람 사는 거고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녀석들이 내 앞을 가로막겠지..
그래. 내가 더 단단해지고 유연해져야겠다.
(이건 무슨 모순이람..)
아, 물렁해지고 뻣뻣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