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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다운 Sep 03. 2023

프로이직러의 경력 이직 인사이트

퇴사 후 3개월 만에 이직 후 회고하는 콘텐츠 마케터 경력직 이직 TIP

전 직장에서 나는 콘텐츠 마케터에서 에디터로 커리어를 좁혔다. 마케팅보다는 에디팅에 대한 전문성을 더 뾰족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오히려 무뎌졌다. 에디터로서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길 기대했지만, 사실상 매주 임직원 인터뷰만 썼다. 내가 기자인지 에디터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기업 브랜딩 측면에서 카피라이터 역할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그런 기대가 안쓰러울 정도로 기회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심지어 같은 팀 사람들은 조금도 자기 일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예민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회사 사정도 안 좋아져서 기업 브랜딩에 대한 에디팅 업무는 더 축소됐다. 합격했다고 기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입사 9개월 만에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갑작스러운 퇴사였다. 당시 가지고 있던 돈으로 어림잡아 3개월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몸과 마음이 대단히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퇴사 직후 한 달을 생각 없이 놀았다. 그전에 대학내일에서도 내리 5년을 일했지만 아껴놓은 안식월을 쓰지도 못하고 환승이직하는 바람에 한 번도 쉬지 못했던 터였다. 쉬는 동안 휴식에 미친 사람처럼 비행기를 오르내렸다. 괌, 샌프란시스코,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물론 그러는 중에도 틈틈이 링크드인에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고 원티드, 리멤버, 블라인드에서 채용 중인 공고를 바쁘게 모니터링했다.


그렇게 1개월이 지나고, 본격적인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 <입사동기>에서 나름 프로 이직러로 불렸던 나지만, 이번에야말로 체계적으로 이직 준비를 했다. 사실 그 전까지 했던 이직은 얼렁 뚱땅이 었다. 눈에 띄는 공고가 있으면 ‘그냥’ 지원했다. 내가 어디쯤 왔고, 앞으로 얼마큼 더 가야 할지 가늠도 안 되는 채로, 손에 잡히는 대로 진행했던 것 같다.


이번 이직 과정에서 달랐던 점이 있다면 노션을 꽤 잘 활용했다는 거다. 나는 노션에 내가 지원한 회사와 진행 상황을 꽤 상세하게 리스트업 했다.


1단계 지원하고 싶은 채용공고가 있으면 JD를 이미지 캡처와 함께 링크를 가져와 (지원 전) 머리말과 함께 스크랩해둔다. *아래 이미지 참고 



2단계 스크랩해 둔 채용공고를 다시 천천히 읽어보면서 지원할 자신이 들면 링크를 클릭해 지원서를 넣고 (지원 완료)로 머리말을 바꾼다.


3단계 결과를 기다렸다가 서류에서 탈락하면 탈락이라는 단어를 쓰면 속이 쓰리니 (서류 미통과)라는 머리말로 바꿔두고, 기적적으로 서류 통과 소식을 들으면 (서류 통과)로 머리말을 바꿔둔다.


4단계 서류 통과했던 기업의 1차 면접에서 탈락하면 (1차 면접 미통과)로 머리말을 바꾼다. 이런 식으로 나의 진행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며 업데이트해 나갔다. *아래 이미지 참고


(실제 나의 구직활동을 그대로 담은 노션 캡쳐 이미지)



이렇게 하면 내가 어디까지 왔고, 얼마나 나름의 노력을 해왔는지 한눈에 체감할 수 있다. 그렇게 16곳에 지원했고, 5곳에 면접을 봤으며 3곳에서 최종면접을 봤다. 16곳이나 지원했지만 최종 합격 소식을 받은 곳은 <라이나생명> 단 한 곳이었다. 만 2개월 동안 정말 참 치열한 구직활동이었다.


이번 이직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 2가지가 있다. 첫째, 지원한 포지션과 나의 핏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회사가 판단한다. 일례로 서류 미통과했던 공고 중, 나와 JD가 찰떡이라고 생각했던 [카카오페이 브랜드 채널 마케팅 담당자] 포지션은 무려 한 달이나 걸려서 나에게 불합격 통보를 했다. [RXC 콘텐츠 기획&에디터] 포지션도 내가 대학내일에서 일상적으로 하던 직무 경험이 JD에 그대로 적혀 있어서 자신 있었지만,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류 불합격 메일을 받았다. 도대체 왜? JD가 내 포트폴리오와 정확히 일치하는데도 떨어졌을 때는 따져 묻고 싶을 정도였다.


반대로 내가 JD를 보고 핏이 잘 맞을까? 하고 자신이 없었던 채용 공고에서는 빠르게 서류 통과 소식을 받았다. 그 회사가 지금 재직 중인 라이나생명이다. 나는 금융업계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적고, 무엇보다 보험이라는 주제를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생명보험사에서 왜 나를 원할까? 하는 의아함이 컸다. 그러나 지금 재직 중인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핏이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는 내가 가진 콘텐츠 마케팅 능력을 원했고, 보험이 어려운 주제지만 나는 나름 스터디를 통해 이 일에 잘 적응하고 있다. 그러니 지원한 회사와 나의 핏이 맞는지 안 맞는지 여부는 우선 회사에 맡기는 게 맞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JD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채용 공고라면 일단 최대한 많이 지원하는 것이다.


둘째, 경력직 면접은 ‘실무 응용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무조건 탈락이다. 나는 그동안 면접을 나갈 때 내가 해온 일에 대해 성과를 잘 설명하는 답변만 준비했다. 면접에서 갑자기 “그 인사이트를 저희 회사에 오셔서 실무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못 했다. 이 질문은 적어도 콘텐츠 마케터라면, 경력직 이직 면접에서 반드시 듣게 되는 질문이다. ‘그래서 당신의 능력을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보여줄 거죠?’ 여기에 면접관이 만족할만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탈락 통보는 들을 필요도 없다. 집에 가는 길에 새로운 채용 공고나 열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건 내가 실제로 깨닫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 이런 응용질문을 받았던 건 이번 이직이 아니라 전 이직 과정에서 [배민커넥트 콘텐츠 마케터] 포지션에 지원하러 갔을 때다. “MZ세대를 잘 알고, 트렌드 파악능력이 좋다고 말씀 주셨는데 그런 강점으로 저희 브랜드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만든다면 어떤 걸 만드시겠어요?” 지금까지 청산유수처럼 떠들었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한 번 당해봤음에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의 꿈의 회사였던 [네이버 브랜드라이터] 포지션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같은 상황을 맞닥뜨렸다. “기업, 브랜드 블로그 채널 중에 잘 운영하고 있다고 본 사례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배민다움입니다.” “배민다움에서 어떤 점이 좋았나요?” “브랜드 정체성을 잘 살린 라이팅이 인상 깊었습니다.(설명 생략)” “그렇군요. 그럼 그 좋았던 점을 저희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신규 채널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또 말문이 막혔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나는 탈락을 직감했고 다음 면접부터는 응용질문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어떤 질문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지원하려는 기업의 다양한 서비스나 채널을 살펴보고 면접관이 질문할만한 응용 질문을 유형별로 준비해 간 결과 이후 면접에서는 적어도 당황하지 않고 답변을 잘했던 것 같다. *아래는 내가 캐치테이블 면접을 보러 가기 전에 실제로 준비했던 예상 질문/답변지다.




그러니 콘텐츠를 업으로 삼는 마케터, 에디터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다시 한번 꼭 알려주고 싶다. 내가 그 회사에 맞을까? 는 회사가 판단하니 최대한 많이 지원하고 경력직 면접이라면 반드시 실무에서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응용질문을 공들여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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