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 슬로운> 시퍼렇게 날 서있는 신념
정치는 행간을 읽는 일이다. 원하는 걸 얻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있을까. 이미 상대방은 페어플레이를 배제했고, “윈-윈”이 아닌 세상에서 윤리니, 원칙이니 천진난만하면 “제로”가 된다. 그러니까 이 세계는 기만이 그득하고, 모략을 꾸며야 하며, 배신이 도사리고 있다.
거짓말과 양심은 가장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거 같으면서도 종이 한 장만큼 가까이 있다. 영화
<미스 슬로운>의 주인공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가 이를 증명한다. 그녀는 가장 거짓말 잘하는 이의 가장 품격 있는 양심을 자유자재로 넘나 든다.
내가 걱정하는 건 결과뿐인데 착한 척하는 당신은 수단만 걱정하냐, 는 주인공의 질책에 관객은 시소 위에 놓여 오르내린다. 내 임무는 이기는 거고 난 어떤 수단이든 사용할 책임이 있다, 는 주인공의 리더십에 우리는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거짓말쟁이가 신념을 가지면 위험하다. 영화라는 안전한 장치로 치열한 세상의 짜릿한 각본을 보며
내가 얼마나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어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이미 로비스트 <미스 슬로운>의 함정에 빠진 것도 모른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