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락의 해부> 선택을 말하다
영화 <추락의 해부>를 애매함이라고 부르고, 균형이라 쓰고 싶다. 사실 애매한 걸 두고 흐리멍텅하다 핀잔을 주어왔지만, 세상에는 고민 없이 결정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애매함은 균형이고, 애매할 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가 그렇다. 변호사 말도 맞고, 검사 말도 맞다. 대사와 장면을 놓칠세라 장면을 되감고 싶지만, 되감을 수 없으니, 한 번 더 봐야만 성에 차는 게 법정영화의 묘미이지 않을까.
첫 장면부터 파격적이다. 남편이 위층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 집엔 아내뿐이었고, 그녀는 용의자로 지목된다. 목격자는 시각장애의 미성년자 아들. <추락의 해부>는 남편의 죽음이 살인일지, 자살일지 그의 추락을 낱낱이 파헤치는 균형 잡힌 이야기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택이란 가혹하다. 한쪽을 포기해야 하니까. 그럼에도 선택은 책임을 동반해야 하는 멋진 일이지 않은가. 그래서 난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비겁한 확신보다 현재에 충실하는 불확실한 결정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