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만족하셨는지요. 다이어리의 마지막 장을 채우며 한 해를 돌아보게 되네요. 비록 노트 한 권에 불과하지만 세상에 이만큼 과정에 충실한 게 있을까요.
우리는 과정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좌뇌는 그걸 내버려 두지 않죠.
이 녀석들은 결과만이 최선이라며, 논리와 분석이라는 잣대로 비아냥 거립니다. 그 결과 우리는 끊임없이 세상과 비교하며, (정확히는 내꺼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낮춥니다.
평범한 우리는 인플로언서들에게 구독과 좋아요를 지불하며 세계여행, 식도락, 재테크, 전자제품, 패션, 운동, 음악, 취준, 자격증, 결혼, 육아, 독서, 영화등.. 세상의 모든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성취한 최선의 결과물을 보며 자연스럽게 구독자의 성취를 향한 평균도 올라가게 됩니다.
저도 비슷해요. 저는 자기 계발 중독자거든요. 그러니까 <미라클 모닝>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브이로그를 보며, 나도 하고 있다고 착각하죠. 성공법칙 류의 책을 읽으며, 나도 그런 마인드셋을 갖췄다고 안심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스스로를 좀먹어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저는 5년간 습관을 연구했습니다. 뭔가 추상적이고 오글거리며, 유치해 보이지만 꾸준함을 연구하며 지속 가능한 자기 계발을 고민해 왔습니다. 골방에서 무언가를 연구하는 미치광이 과학자의 고뇌를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독서하고 떠들며, 크루를 만들어 1주일에 2회 러닝을 합니다. 영화수업을 들으며 또 떠들고, 영화평을 연재합니다. 미흡하지만 블로그에 단편소설도 써봤으며, 2년에 걸쳐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땄습니다. 본 업은 금융업에 종사하는 10년 차 직장인이며, 결혼도 했고,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작년에 필유어데이 플래너를 접하며, 김명선 대표님과 이번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고객을 포지셔닝(positioning) 했습니다. 다이어리를 쓰는 이들은 어떤 성취에 목말라 있겠다는 제 억측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좋아하는 부류일 것 같았습니다. 특히 꾸준함의 덕목을 어느 정도 갖춘 이들입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했는데, 하필 오늘이 회식날이라 야속해하고, 교보문고를 습관처럼 다니며 (읽는 것과는 별개로) 책을 수집하고, 헬스장을 결제했는데 일주일에 2번을 못 가서 스트레스를 받을 거 같았어요. 비꼬는 게 아니니 오해 않길 바랍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꾸준함을 갈망하며 높이 삽니다. 그만큼 꾸준함이 쉽지 않은 영역이라는 반증입니다. 특히 플래너에 계획을 새기며 하루를 시작하는 역량은 꾸준함을 고민하고 있다는 예증입니다. 꾸준함을 추구하는 이들은 내 삶을 그만큼 소중히 생각하는 점에 있어 칭송받아 마땅합니다.
저는 <2025 주관의 기술>을 통해 지속가능한 인사이트를 주고 싶습니다. 꾸준하려면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한 거 같아요. 세상이 인정하는 기준 말고, 내가 무얼 좋아하고 어떤 걸 추구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죠. 남들과 다르다는 걸 과시하기 위한 허세 어린 똥고집이 아닌,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상식적인 선에서의 주관 말이에요. 그러려면 우리는 정답을 찾기보다 질문해야 하고, 이 질문이 세상과 어울릴 수 있는지, 경청하고 답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2025 주관의 기술>은 질문과 답변을 통해 토론을 하는 참여 수업입니다. 공모를 하여 당첨된 이들은 7주 간의 여정동안 책을 읽고 영화를 봅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와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거창하지 않습니다. 책은 비교적 가독성이 쉬운 걸 선택했고, 영화도 재밌습니다. 질문도 저희가 다 알아서 만드니, 출력만 해오세요.
책 얘기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을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재미는 깔깔거리는 웃김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그동안 놓쳐왔던 혹은 일부러 덮어왔던 나를 발견한다면, 이 프로젝트는 그것만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함의 시작, <주관의 기술>과 함께 하시겠습니까.
첫째 주, <오리엔테이션>
둘째 주, <변신> 프란츠카프카, 문학동네, 2011
셋째 주, <필경사 바틀비> 허먼멘빌, 문학동네, 2011
넷째 주, <아워바디> 한가람, 2019
다섯째 주, <호모쿵푸스> 고미숙, 북드라망, 2012
여섯째 주, <터미널> 스티븐스필버그,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