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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욱 Aug 06. 2020

Day.6 정말로 사랑했다면 말할 수 있는 것

아구소녀를 보고 메모장을 열었다.

※ 이 글에는 <아구소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명언이란 주제를 받고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고민하다 얼마 전 보았던 영화 <야구소녀>를 떠올렸다. 프로야구구단의 입단을 꿈꾸는 고등학생 여자 야구선수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개봉날을 캘린더에 표시해가며 기다린 영화였다. 역도 요정 김복주에서부터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배우였던 이주영 배우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첫 번째 이유였고, 프로 입단을 꿈꾸는 여자고교 선수라는 설정만 가져오되 현실에 무게감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고 알려주는 예고편이 두 번째 이유였다.


이주영 배우가 연기하는 주인공 주수인은 시종일관 주변에 반대에 부딪히는 역할이다. 신체적 한계에 부딪혀 더 이상 선수로서 성장하지 못하고, 넉넉하지 않은 집안 사정으로 인해 엄마와의 갈등이 상존하며, 당당히 꿈을 이야기하는 자신에게 현실을 이야기하는 주변인들에 둘러쌓여있다. 그 중에서도 이준혁 배우가 연기한 야구부 코치 최진태는 영화 초반부 내내 수인과 대립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프로에 가지 못한) 야구선수였던 그는 영화의 초반부에 여자 핸드볼 선수로의 전향을 제안받고 당당하게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주장하는 수인에게 냉소적인 어투로 현실을 가르치려 든다. 그리고 영화는 한편으로는 야구선수로써 변변한 경력이 없어 교장실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자신을 코치로 불러준 감독에게 들릴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로 감사인사를 전하는 진태를 조용히 비춘다. (그리고 영화는 그 또한 프로야구선수라는 꿈을 좇았던 사람이었음을 프로구단 스태프로 일하는 친구와 헤어진 아내의 대사를 통해 이야기 한다.)


이후 영화는 현실의 벽을 넘기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동시에)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한때 그런 꿈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닫고 수인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하는 진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우지만 동시에 세상이 정한 투수의 기준인 150km의 공에 집착하는 수인에게 진태는 "너 마라톤 선수 장점이 뭐야? 스피드보다 지구력이지? 그럼 순간적인 스피드는 마라톤 선수에게 단점이 되겠지? 라는 말과 함께 수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구종인 너클볼에 대해 알려주고 연습을 독려한다.



글을 보고 적는 메모:
122. 단점은 절대 보완되지 않아 장점을 키워야 돼.


프로선수를 선발하는 입단테스트 당일, 수인은 진태와 엄마(엄마역할을 한 염혜란 배우의 연기로 인해 이 영화는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 있을 수 있었다.)가 지켜보는 가운데 너클볼을 이용해 함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남자타자와 1군 선수를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이어 나가게 되고 구단의 주목을 받게 된다. 


야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도 '너클볼'이라는 구종으로 고교야구선수가 프로야구 1군선수를 상대로 승부를 이어 나가는 것이 실제로는 일어나기 힘든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세상의 기준에 흔들리던 수인에게 한때 그녀처럼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그리고 실패한) 진태의 조언을 통해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에서는 보통 사람 어쩌면 실패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진태가 자신이 실패를 통해서 배웠던 것을 수인에게 전해주는 모습을 보며 나는 명언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영화속에서 진태가 수인에게 한 말들은 우리가 아는 명언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진실로 어떤 일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명언 하나쯤은 가지고 있음을 진태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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