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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은혜 변호사 Nov 10. 2023

미국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비자 꿀팁

해외에 본사가 있는 벤처캐피털에 일하면서 창업자들과 처음 미팅을 하게 되면, '글로벌 진출을 하기 위해 어떤 도움을 주나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듣게 된다. '전세계 각국에 펀드와 각 지역 펀드를 총괄하는 전문 펀드매니저가 있다보니, 지역 기반의 네트워크와 노하루를 활용하여 해외 진출 시 GTM(Go-to-Market) 전략 수립을 도와줄 수 있고, 후속 단계에서 해당 지역 또는 글로벌 펀드와 공동투자(co-investment)에 대한 고려를 우선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어찌보면 내가 제공할 수 있는 통상적인 대답이다. 투자자로서 포트폴리오사나 잠재 대상회사들에게 법률 조언이나 세무 조언은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우리 회사가 가진 글로벌 플랫폼의 장점을 설명하게 되지만,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진출하는 것은 마냥 쉽지는 않은 일이다.


내가 만약 한국에 기반을 두고 해외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창업자라면 어떤 고민을 갖게 될까. 시장 진입, 마케팅, 세일즈 등 다양한 고민을 마주하게 되겠지만, 어찌 보면 당장 마주하게 되는 현실적인 질문 중 하나는 '비자 어떻게 해요?'일지도 모르겠다.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갖고 큰 그림을 그리는 스타트업 창업자들 입장에서는 로지스틱(logistics) 관련 고민을 하는 것이 마냥 달갑지는 않겠지만, 체류자격에 대한 고민은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첫번째 현실 난관일지도 모른다. 


펀드레이징 차원이든 시장 진입 차원이든 한국인 창업자들이 가장 흔하게 생각하는 해외 시장이 미국이니만큼, 오늘은 미국 비자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이 글은 철저하게 사적인 의견으로 어떤 기관이나 조직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고, 법률, 세무, 투자 관련 조언을 제공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글을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관련 지침으로 삼지 않고, 직접 리서치를 진행하고 전문가와 상담하기를 바란다. DYOR(Do your own research)!


손쉽게 취득하는 90일 간의 단기체류 자격, ESTA


대부분 단기로 미국을 방문할 때 ESTA를 발급하게 된다. 출장을 위해서 B1, 관광을 위해서 B2를 취득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미국 출장이나 관광 목적으로 단기 체류를 하게 되면 ESTA를 이용하기 마련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론치패드(lauchpad) 프로그램이나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 잠깐 방문을 할 때는 ESTA를 이용한다. ESTA는 발행 후 최대 2년 동안 유효하지만, 입국 후에는 최대 90일까지만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초과하면 불법체류가 되고 나중에 다른 비자 발급에 현저히 어려움이 따른다. 참고로, 한번 ESTA 발행받은 이후에는 유효기간 내에서는 복수로 같은 ESTA로 입국이 가능하다.


- ESTA 신청 링크: https://esta.cbp.dhs.gov/ (보통 신청하고 3-4시간 후면 결과가 나온다)


충분한 고민 끝에 미국 진출을 결심했다면, 미국에 법인을 세우고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미국에서 체류하면서 회사를 키우기로 결심했다면, 이제는 비자 신청을 해야 한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겠지만, 다양한 비자 종류를 소개하고 어떤 경우에 더 적합한지를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본격적 사업 시작 전 미국 시장 진출을 좀 더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싶다면, B-1


ESTA로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 오래 미국에 머물게 되면 공항에서 점점 더 질문이 많아지곤 한다. 좀 더 마음 편하게 오래 있을 수 있도록 관광 또는 업무 목적의 방문자 비자를 신청하면 되는데, 비교적 수월하게 나오는 비자이고 유효기간도 10년으로 긴 옵션이 있어서 ESTA 다음 단계로 미국 진출을 탐색하고 있는 창업자에게 추천할 만한 종류이다. 회의나 세미나에 참석하는 일이 잦거나 종종 출장을 가야 하는 회사의 경우에 활용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비이민 목적의 방문자 비자이기 때문에 미국 회사로부터 보수나 임금을 받으면 안되고 미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입을 얻으면 안된다. 미국 시장 탐색 과정에서는 추천할 수 있으나, 본격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는 다른 비자들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취업비자 H-1B - 초기 창업자에게는 갸우뚱


H-1B는 가장 널리 알려진 취업비자인데, H-1B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주인 회사가 스폰서(sponsor)가 되어야 한다. 4년제 학부를 졸업해야 하지만(전문경력으로 학위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STEM 분야에 있는 CS(Computer Science) 전공이나 빅테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Engineer)들은 다른 인문사회계열 전공보다 조금 더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비자다. 지난 트럼프 정권 동안 H-1B 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서 뉴욕의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뱅커들이나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이 많이들 런던 사무소로 옮겼다. 지금은 바이든 정권의 이민 정책에 따라 훨씬 더 비자 취득이 수월해졌기에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는 점. 


미국 회사에 취업한 사람들이 아니라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H-1B를 이용하는 것을 마냥 추천하지는 않는다. 물론 신생회사도 H-1B 스폰서가 될 수 있기는 하지만, 세금보고서나 재무제표 등을 제출해야 하고, 투자를 받거나 은행잔고가 있어야 좀 더 쉽기 때문에 신생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H-1B가 마냥 쉽지는 않다. 특히 적정임금(Prevailing Wage)을 지불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팔로알토나 뉴욕 같은 도심에서 적정 임금이 꽤나 높기 때문에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초기창업자들의 경우 월급을 받지 않고 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임금 지불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은 비자다.


H-1B Lottery와 H-1B Non-lottery 등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고! 

- 관련 링크: https://www.uscis.gov/working-in-the-united-states/h-1b-specialty-occupations

(혹시라도 캐나다나 멕시코 국적인데 엔지니어, 변호사, 약사 등 전문직이라면 TN 비자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CEO는 어렵지만 CTO의 경우는 가능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이 아니라 자영업을 꿈꾸는 돈이 많은 창업자라면, 투자자 비자 E-2 


직접 자기 자본을 투자 또는 출자해서 미국에 사무실도 구하고 직원도 고용해서 사업체를 시작할 의향이 있다면 고려해볼 만한 비자다. 흔히 생각하는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가 아니라 사업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법으로 특별히 액수를 정하지는 않지만 최소 10만불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고, 사업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필요한 금액이 다를 수가 있다. 그렇다면 E-2는 장점이 없냐? 아니다. E-2 비자 홀더가 자국 직원들을 스폰서해줄 수도 있고 사업체만 잘 유지되고 있다면 계속 연장이 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드는 만큼 초기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에게 추천하는 비자는 아니다. 


US 플립을 진행한 스타트업의 임원이라면 L-1A


흔히 주재원 비자로 알려진 L-1 비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외국에 파견을 갈 때 사용하는 비자인데, 미국에 본사가 있고 한국에 지사가 있거나 반대로 미국에 지사가 있고 한국에 본사가 있는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다. 굳이 지사가 아니라 계열사인 경우에도 가능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기업구조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본사-지사 구조에서 활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최근 미국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이 US 플립(US Filp)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마친 회사에서 1년 이상 일한 중역급의 직원을 미국에 데리고 오고 싶은 경우에 고민해볼 만한 옵션이다. L-1A을 통해 비자를 받으려면 매니저로 이사급(Director level)이라야 하고 회사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일부는 갖고 있는 정도의 직급이어야 하는데, 단순히 지분만 갖고 있는 경우보다는 임금을 실제로 받고 있는 경우가 더 추천할 만하다. 


당신이 훌륭한 스펙을 가진 초기 창업자라면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O-1A


O-1A와 O-1B는 H-1B랑 비슷하지만 또 조금은 다르다. 4년제 학사 졸업학위를 요구하는 H-1B와 달리 특정 학력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다소 주관적인 기준인 비상한 능력에 해당하는 특기(Extraordinary Ability)를 증명해야 한다. 과거에는 올림픽 메달을 딴 운동선수나 그래미상을 받는 등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활용했던 비자이지만, 요즘에는 과학이나 사업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경우에 O-1A를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명망있는 국제대회에서 수상을 했다거나 사이언스(Science) 같은 유명학술지에 논문을 냈다거나 포브스(Forbes) 같은 언론매체나 간행물에서 인터뷰를 했다거나 한 경험이 있다면 적용해볼 수 있다. H-1B와 달리 신청 시기도 자유롭고 비자 쿼터도 없고 기간도 연장이 계속 가능할 뿐 아니라 적정임금(Prevailing Wage)에 대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연쇄창업가(serial entreprener)라거나 업계에서 유명한 스타 출신의 초기 스타트업의 창업자라면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해볼 만 하다.


정말 미국에서 자리잡기로 결정했다면, 그린카드를 지원해야 할 때


영주권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지 않을 예정이다. 잠깐 언급하자면, H-1B나 O-1A, O-1B와 달리 EB-1A, EB-2 NIW 등을 통한 그린카드(Green Card)는 영주권으로 앞서 살핀 단기 비자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영주권이기 때문에 EB-1A는 O-1A 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를 하게 되는데, 시간도 좀 더 많이 걸린다. 영주권을 받기 위한 EB-2의 경우 학사 뿐 아니라 석사 학위도 있어야 하고 미국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심사 시간이 더 걸리기 마련이다.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으면 미국에서 세금을 내야 하는 의무가 생기기도 하고, 180일 이내의 기간 동안 미국 영토 밖에서 체류하도록 신경을 써야 하는 등 추가적인 조건들이 붙기 때문에 더 잘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트럼프 정권 동안 비자 문제 때문에 유학생들을 포함하여 많은 한국인들이 체류자격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바이든 정권이 되면서 비자 관련해서 심사 합격률도 높아지고 관련 증거 채택률도 늘면서 아무래도 많이 느슨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지내면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면, 어쩌면 비자 취득을 위해서는 지금이 최적기일지도 모른다. 




본 글은 저자의 철저하게 개인적인 의견으로, 관련 기관, 조직, 개인등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본 글은 법률이나 투자 관련 조언을 제공하는 목적이 아니며, 본 글을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관련 지침으로 활용해서는 안됩니다. 특정 회사나 투자에 대한 언급은 정보 제공의 목적일 뿐, 투자에 대한 추천의 목적이 아님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shin.eunhae.823@gmail.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시간이 다소 소요되더라도 답변을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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