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생각의 정리가 필요할 뿐
좋은 투자자는 호기심이 많아야 하고, 좋은 질문은 경청에서 나온다
세상에 멍청한 질문은 없다고 하지만, 평소의 나는 질문이 많은 성격이 아니다. 질문을 하는 것에 조심스러운 편이다. 대개는 나의 질문이 행여 다른 상대방이 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 아닐까, 라는 다소 소심한 배려가 그 이유인데, 종종 이런 나를 보며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질문하기 보다는 나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서 상대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간접적인 화법을 사용하곤 하는데, 직설적인 화법이 더 잘 통하는 문화에서는 이런 내 배려가 종종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렇게 굳어진 습관 탓에 나는 투자자로서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훈련과 노력을 의식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데, 결국 좋은 투자자는 호기심이 많아야 하고, 좋은 질문은 ‘경청’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투자자 창업자에 대해서도, 산업에 대해서도,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기술에 대해서도 항상 호기심을 가져야 하기에, 배운다는 마음과 태도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하루에도 세네개의 외부 미팅을 하고, 새로운 팀들을 둘 이상씩 만나면서 많은 회사들을 리뷰하면서, 창업자만큼이나 해당 분야를 깊이 고민하고 파고드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을 강하게 한다. 그들은 24시간 같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만 투자자는 함께 미팅을 하는 그 30분 가량의 시간동안 함께 고민을 할 뿐이다. 바쁜 와중에 소중한 시간을 나와 대화하는 데에 사용한다면, 그들도 분명 얻어 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자주 하게 되는 질문은 오히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또는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어요?’인 것 같다. 결국 왜, 라는 질문은 이유와 논리에 대한 질문이다.
창업가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고, 우리는 그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
오히려 너무 많이 또 너무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몰되어 있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멀리서 보고 비틀어 볼 필요가 있고, 그 시각이 조금 더 객관적인 견지에 있는 투자자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게 된다. 창업자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투자자나 고객에게는 당연하지 않는데, 당연하다고 생략해버리는 논리의 과정에 이따금 핵심이 있기도 하다. 결국 창업가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고, 본인 안에 있는 그 답변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투자자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 또는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 탓에 정리되지 않은 부분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섹터 무관하게 벤처의 여정을 떠나는 초기 창업가들에게 투자하는 투자자로서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들의 시행착오들을 살펴보면서 어떤 프레임워크가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노하우를 쌓아 왔다.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누적된 노하우를 하나의 체계적인 이론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스타트업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한다. 물론 각자 처한 사정과 산업군 별로 그 적용의 방법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그 방법론을 창업가들과의 대화와 질문을 통해서 풀어내는 것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잘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본 글은 저자의 철저하게 개인적인 의견으로, 관련 기관, 조직, 개인등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본 글은 법률이나 투자 관련 조언을 제공하는 목적이 아니며, 본 글을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관련 지침으로 활용해서는 안됩니다. 특정 회사나 투자에 대한 언급은 정보 제공의 목적일 뿐, 투자에 대한 추천의 목적이 아님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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