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과 맛있는 아침밥 중 하나만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잠을 고를 거다. 밥보다 잠이 방전된 나를 빠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충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도 늘 아침식사를 포기하고 잘 수 있는 시간까지 최대한 자고 나서 학교를 갔더랬다. 하지만 그런 내가 여행지에서 먹는 호텔 조식에는 이상하리만치 부지런을 떨게 된다. 다음날 전체의 일정보다 조식을 일찍 먹어야 하니 전날 너무 늦지 않게 잠드는 편이랄까.
따뜻하게 구운 식빵이나 크로와상에 잼과 스크램블 에그를 곁들인 모양새를 좋아한다. 소시지도 좋아하진 않지만 그놈의 모양새 때문에 곁들인다. 시리얼과 우유, 오렌지주스도 꼭 세팅하지만 정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커피와 먹는 조식이다. 그렇다고 시리얼과 우유와 주스를 생략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조식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커다랗고 둥근 접시를 집어 들고 담아졌을 때의 모양새를 고려하여 음식을 담는다. 빨간색 방울토마토, 노란색 스크램블 에그, 초록색 샐러드, 갈색베이컨이나 소시지. 마치 나는 평소에도 늘 아침은 이렇게 먹는다는 듯이 망설임 없어 보이지만 철저히 계산된 플레이팅이다. 그런 나 자신을 1인칭 시점에서 봐도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봐도 촌스럽긴 매한가지다.
하지만 촌년병은 고치기 어렵다. 날이 갈수록 더하면 더했지. 그래서 그 촌년을 이번 여행에서는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었다. 베이컨과의 심미적 조화를 위해 먹고 싶지 않은 아스파라거스를 접시에 담는 나를 뿌듯하게 여겨주었다. 이 또한 내가 여행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