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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갤럭시맘 Oct 19. 2020

나는 '쓰앵님'이다

육아와 교육, 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2018년 11월.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

마침, ‘SKY 캐슬’이 시작되었다. ‘입시코디’라는 소재가 내가 하는 일과도 비슷해 금새 빠져들었다.


 “헐, 대박 어쩜 ○○엄마랑 저리 똑같냐.”


 꼭 재미있을 때 수유 콜이 와서 애기 젖먹이며 무척 힘들게 봤었다.


 “어머님 감수하시겠습니까?”


 저승사자같이 온통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옷 차림. 한 올의 잔머리도 허락지 않겠다는 올빽 머리.

무표정한 얼굴과 매서운 눈빛으로 학부모를 내려다본다.


 “네. 쓰앵님!”


  콧대 높은 부잣집 사모님도 매달리며 무릎을 꿇게 만드는 전능자인 쓰앵님. 드라마는 최고의 시청률과 함께 오히려 입시코디를 전국의 엄마들에게 각인시켰다. 이 마성의 쓰앵님을 어떻게 해서든지 기회와 능력만 된다면 내 자식에게 연결시키고 싶은게 솔직한 엄마들의 마음이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입시코디는 과장된 측면이 무척 많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물론 드라마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서든지 서울대 의대 합격률 100%를 보장 할 수 도 없고, 학부모에게 지극 정성 골드바 도시락을 받고 억 단위의 보수를 받는 것도 모두 참 재미있는 설정이지만 성적 관리를 해주고 입시를 위한 스펙을 설계하는 등 상당 부분 학생의 학교생활과 입시관리에 관여한다. 대치동 목동에서 이제 쓰앵님은 단순히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학생이 입시에 최적화 되도록 돕는 그야말로 전담 코치다.

 그런데 나는 사교육 쪽에만 있지 않고 공교육쪽에도 있다. 학교안에서도 학생들을 만나 수업과 강의 그리고 때로는 1:1 상담을 진행한다. 학부모 강의도 많이 한다. 강남, 목동, 하계, 안양 평촌, 분당등 학군 좋은 화려한 곳부터 강원도 산골과 전라남도 섬까지 북한 빼고는 전국을 거의 다 다니며 학부모와 학생들을 만난 것 같다. 이제 10년차 교육컨설턴트이자 강사지만 엄마 경력은 고작 2년밖에 안 됐다. 그런데 내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이 ‘쓰앵님’이 좀 뭔가 삐딱해지고 이상해졌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객관적이어야 할 사람이 감정과잉 자의식 과잉이 되는 거 같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데는 ‘억’이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명언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서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데는 2억, 3억 '억'소리 나는 돈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이런 말이 아주 듣기 싫었는데 이제는 맞다. 맞다. 당신이 맞다. 하고 수긍하게 된다. 자녀에게 행복한 미래를 열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전 세계 어디서나 한결같다. 단지 그 방식에 차이가 있고 결과가 다를 뿐이다.

주어진 경제적 문화적 상황과 조건이 다르니.


 요즘은 가끔 부잣집 학생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현타’가 온다.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을 코칭한 적이 있다. 아이가 우주에 관심과 흥미가 많은 것 같다고 알려드렸더니 얼마 지나서 연락이 왔다.

 “이번 여름 방학 때 뉴욕 나사 캠프 보내보려구요. 업체 예약 했어요.”

 보통의 엄마들이 우주에 관련된 책을 사주거나 우주 관련 유튜브를 보라고 할 때 당장 뉴욕 비행기 티켓과 나사 캠프를 예약하는 엄마가 몇 명이나 있을까?

연예인들의 육아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그램을 봐도 참 부럽고 뭔가 복잡 미묘하다. 미혼이고 내 아이가 없었을 때는 나 또한 ‘랜선이모’로 너무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연예인들의 아가들에 빠져 지냈다. 그런데 이제 내 새끼가 나오니 TV에 나온 그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엄마 웃음이 지어지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아, 나와 내 아이는 저들을 절대로 이길 수 없겠구나.”


육아와 교육은 경쟁과 전쟁이 아닌데 괜히 혼자 비교하고 위축된다. 차라리 안 봤으면 몰랐으면 상관없는데 눈으로 봐버린 이상 저 좋은 걸 내 자식에게 해주고 싶어 검색을 하게 된다. 비록 비싸서 못살지라도....          


수 많은 육아책과 자녀교육서를 읽고 또 많은 학부모와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반면교사와 간접 경험을 무수히 많이 했어도 실전은 다르다. 특히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등 북유럽 부모의 교육, 이스라엘 유대인 부모의 교육, 프랑스 부모의 교육에 관한 책을 읽는데 읽을 땐 너무 좋다. 때론 힐링까지된다.

그런데 이제는 다 읽고 난 다음에 실제 교육현장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 저 책들이 정말 멀게 느껴진다.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지금 며칠 째 남편 야근하고 독박육아는데 책에서 읽은 북유럽 엄마고 뭐고 간에 애한테 버럭했다니까. 애 한테 화내지 말랬는데. 애한테 깊이 남는 거 아니겠지? 어떻게 진짜 애한테 너무 미안해. 나도 그 놈의 휘게 라곰 이런거 하면서 애 좀 키우고 싶어."     


초등학생까지는 어떻게서든지 북유럽 엄마, 유대인 엄마 코스프레가 어느 정도 되는 것만 같다. 그런데 중학교 아니 당장 아이가 초등 5학년만 되어도 그냥 입시를 위한 '헬조선 엄마'가 몸에 완전 장착된다. 인성교육, 진로교육, 창의성교육 등 아무리 멋진 교육과정도 결국 입시와 성적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마는게 적나라한 현실이다. 아무리 멋진 유대인 하브루타 교육과 북육럽 교육이라도 한반도에만 오면 달라진다.

마치 레몬이 탱자가 되는 것처럼...

     




'오늘의 응가 그리고 대학'


 24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동안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대소변을 몇 번씩을 닦아주고 그냥 한 생명체가 제대로 몸을 가누고 살아가도록 많은 수고를 했다. 참 행복했다.

 그런데 200개월 된, 이제는 부모보다 등치가 더 큰 '아가'를 보는 부모들은 어떻게서든지 좋은 대학을 보내고 싶다.

나 또한 웃겼다.

집에서는 응가 하나로 컨디션이 좌우되고 밖에서는 대학이 중요하고.

응가와 대학 참 뭔가 요상한 조합이다.

그런데 이 모든 건 결국 삶이다.

본능과 교육 모두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




 성적과 입시보다 적성과 진로를 그리고 암기력보다 창의성을 키워주라는 이상적이지만 답답한 이론가들이 많다. 그걸 몰라서 안하나? 이런 말만 하는 사람들은 실제 현장을 정말 절대 모르는 사람들이다. 한국 교육의 큰 틀은 여전히 ‘입시’다. 이 나라의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지정학적 배경의 그 특수성으로 인해 입시 위주의 교육과 두부 모 자르 듯 단칼에 결별하기 어렵다.

적어도 2030년까지는 입시의 틀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이민을 가거나 아예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마이웨이’를 실천하는 삶을 선택하지 않는 한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이 안에서 지혜롭고 행복하게 대처해야 한다. 솔직히 이제는 지나친 교육열을 비판하거나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담론은 부모들의 정신건강을 되찾아주지 못하고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 해 주지도 않는다. 학생들도 별로 저런 말 한다고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그저 좋은 말로 스쳐 지나 갈 뿐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안에서 현실적으로 내 자식 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할까?'     


 브런치에 쓰는 글들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헬조선을 탈출하는 이민을  할 수도 없고.

강사와 컨설턴트로서가 아니라 엄마가 되니 보이는 것들. 공부 잘 시키는 법, 대학 잘 보내는 법이 아니라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 그리고 우리사회의 교육문제와 내 아이의 경쟁력과 행복.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한 국민으로서 '희망'을 찾고 싶다. 아니 어떻게서든지 대한민국 교육에 그래도 '희망의 가능성'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포기하고 체념하고 부정하고 좌절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쉬운 길이다.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으로 긍정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참 어려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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