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대한 문제 답도 안나오고 머리 골치 아파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데 이상하게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간다.
교육관련 일을 하지만 교육학을 전공해서가 아니고 사회학을 전공해서 그런가보다. 학부 때는 계급, 계층, 아비투스, 마르크스, 베버 이런거 말해도 뭔 말인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그때는 오로지 이 생각밖에 없었던 거 같다.
‘뭐 해 먹고 살지? 이번에 등록금은 어떡하지? 알바는 왜 이렇게 안 구해지는거지?’
그래서 이 재밌는 학문이 크게 와닿지 않았나보다. 그런데 이제 사회생활도 하고 애도 키우고 나이가 들다보니 그 어려웠던 개념들이 삶으로 와닿는다. 그래서 참 재미 있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
한 명의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고, 대학 생활을 하고 향후 사회에 나가 나름의 행복과 성취 그리고 성공을 이루는 것은 개인의 성적과 노력과 의지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지금 사회탓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야말로 지방에서 육체노동일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서울로 대학와 감사하게 평범하게라도 살아가는 흙수저 출신이니. 모든 문제는 내 안에 있으니 그 원인을 찾고 노력하자는 자기계발서를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이니.
대한민국을 헬조선으로 만드는 많은 문제 중 제일은 ‘교육’과 ‘부동산’이 아닐까?
이 둘을 해결하는 대통령이라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세종대왕과 비슷한 성군으로 추대받을 것이다. 음, 둘 다 해결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둘 중 하나만 잘 해결해도 세종대왕 그 언저리 급으론 역사에 아주 길이 남을 듯 하다. 그 정도로 골칫거리다.
교육 관련 뉴스를 직업상 자주 본다. 솔직히 댓글을 더 많이 읽는데 사람들은 수시 그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을 아주 대놓고 애들 표현을 빌리자면 ‘극혐’한다. 수시를 폐지하자는 댓글부터 ‘학력고사 시대로 가야 한다’고 까지 적혀있다. 이렇게 수시가 우리 사회에 극혐이 된 데는 이 두 가족 때문인 것 같다. 바로 최순실 딸, 조국 딸. 그리고 이들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수시 극혐 원인 제공자들이 참 많다. ‘숙명여고 쌍둥이 가족’ 또 ‘기득권 부모들의 자녀 스펙 품앗이’등등. 이들로 인해 국민들은 ‘공정성’에 굉장히 예민해졌다. 그리고 불신은 더 커졌다. 만약 신입생 선발권을 대학에 온전히 맡기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생각만 해도 한 숨이 나온다. 불신 사회에서는 무엇을 해도 끝이 안좋다.
이미 객관식 5지선다형의 시대는 끝났다. 암기하고 문제 푸는 것은 인공지능이 더 잘한다. 가뜩이나 책도 안보고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애들인데 수능 시험지 언어영역을 아주 잘도 풀겠다. 이런 류의 공부를 애들이 더 이상 못 견뎌한다. 많은 사람들도 이렇게 외친다.
'시험 하나로 줄 세우기는 이제 그만하자'
세상이 급변하고 있기에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미래 인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줘야 한다. 코로나 19로 발생한 펜데믹도 그렇고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문제발견능력과 더불어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줘야는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학원에서 살다시피 하며 입시 준비하다가 대학 가서도 취업준비에 매진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치 이념을 떠나 새로운 대안이 나와야는데 자꾸 국민들 힘빠지게 ‘공정성’을 훼손하는 문제가 나오니 사회적 합의를 하기에는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거 같다. 조국 사태에서도 그렇듯 이론적으로 타당한 제도에 숨어 있는 불공정 요소가 특권이 대물림되는 불평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에 국민들은 아주 열받는다.
지금 우리 사회(구체적으로는 국가나 교육부)는 교육 문제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수능을 확대해도 부자에게 유리하고 내신을 확대해도 부자에게 유리하니 참 딜레마다.
국민들은 안다. 교육을 통해 사회구조의 보이지 않는 꼭대기에서부터 대물림되어온 지배층의 사회 장악이 어떻게 이루어 지는 것인지, 그 매커니즘이 빤히 보이기 때문에 수시를 극혐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정시가 대안이라고 하기엔 너무 힘빠진다. 수능시험을 보는 정시가 미래인재를 키워내는데 그닥 쓸모가 없는 것을 아는데도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보다는 그 나마 나으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해야만 하는 우리 사회. 이런 사회에서 손해보는 것은 다름아닌 우리 아이들이다. 지금과 같은 구시대적인 교육 체계에 우리 아이들을 가둬 놓아서 불행하게 만드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좌,우를 떠나서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경제력과 정보력이 어떻게 자기들만의 기회를 만들어 금수저가 또 금수저를 낳는지 이 성공공식에 숨이 막히고 있다. 여기에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교육 정책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사교육에 의지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시스템이 부실하니 각자도생 할 수 밖에 없다. 이 각자도생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사교육은 각자도생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무기 중 하나다. 그들은 이 무기로 점점 성을 쌓는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고립되는 성은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것을. 외부의 적이 깨부스든지 아니면 워낙 근본 지대 자체가 약해 부실한 기반 위에 쌓여서 무너지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