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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갤럭시맘 Oct 25. 2020

돈이 독이 될 때


 “요즘은 집중력 강화를 위해서 명상교실 기체조 보내고 있어요.

 왜 그렇게 애가 산만하고 차분하게 집중을 못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스마트폰 때문인 거 같아요. ”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데 영어 관련 사교육만 네 곳 넘게 하고 창의 수학과 바이올린 수영까지 시킨다는 엄마를 안다. 취학 전 이미 영어유치원을 다녔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하여 라이팅이 부족한 것 같아 라이팅을 보냈는데 그 전에 또 문법이 부족한 것 같아 그래머 학원을 보내는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영어도 ‘말’인데 소통 감각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원어민 회화와 스피킹 그리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스피치 과외를 시키고 있다고 한다. 영어만 이렇게 최소화하고 수학과 바이올린도 하는데 요즘은 아이가 정신이 흐트러지고 뭔가 붕 뜨고 산만한 거 같아 기체조 명상교실까지 보내는 거라고 한다.


 “이렇게 사교육으로 스케줄이 꽉 찬 아이가 산만하기만 한 게 기적 아닐까요?

 더 정신이 이상해지지 않은 게 신기하고 감사하네요.”


 라고 목구멍까지 말이 차 나오는 걸 꾹 참았다. 아직 이런 말 주고 받을 정도의 사이는 아니어서.

문제는 이 엄마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워낙 수재라서 다른 아이와 달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아이와 다르기에 이 정도는 감수하고 희생하면서 이겨내야한다고 말이다. 마치 김연아가 올림픽을 향한 여정속에서 어린 시절의 고생이라고 해야 할까?

 이건 사랑으로 포장된 아동학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무척 속상했다. 엄마는 어떻게 하면 비는 시간에 뭐 하나라도 더 생산적인 것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 이 또한 나름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 제공해 주는 사랑의 방식이겠지.


 나는 기분이 묘했다. 이 가정에 ‘돈’이 많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 같아 부럽기도하고 뭔가 짠하기도 했다. 솔직히 저렇게 돈이 많은데 왜 저렇게밖에 못하시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도 부모도 더 행복할 수 있을텐데...

 나도 자식 키우니까 이것저것 다 경험시켜주는게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위험하다.

 차라리 돈이 얼마 없으면 그 돈으로 무엇을 살지 정말 신중하게 우선순위를 고민해서 선택과 집중을 한다. 그렇잖아도 자식한테는 아낌없이 다 퍼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인데 돈까지 넘쳐나면 과유불급이라고 정말 안 하는만 못한 경우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이런 엄마들은 정말 너무나 부럽게도 돈이 넘쳐나니까 고민 없이 그냥 바로 바로 쇼핑하듯 아이 사교육을 시킨다. 좋다는 교구와 장난감도 바로 바로 사줄 수 있다. 방학마다 해외 여행과 캠프, 봉사활동 등 여러 체험도 다닌다. 그런데 이런 것도 어느 순간 이 아이에게는 노는게 아니라 다 귀찮은 의무가 되어버린다. 노는게 노는게 아니다.

 저 아이는 당장에 사교육을 그만두든지 과감하게 줄이고 놀게 해야 한다. 엄마는 아이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약해졌다고 해석을 한 것이지만 이미 아이는 자기의 마음과 정서에 문제가 생겼다고 나름의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그런데 아이의 저 신호를 수신하고 반응해주는 존재가 없다.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몰라준다. 공기속에 흩어지는 공허한 주파수같다. 이렇게 계속 허공에 사라지는 신호만 내보내다가는 언제 나가떨어질지 모르다.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이라서 저 정도인데. 당장 고학년만 되어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아 마음이 아팠다.


 차라리 돈이 없다면 사교육 시키고 싶어도 시키지 못하고 집에서 엄마랑 지지고 볶고 하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눈 마주치며 이야기도 하고 뒹굴고 노는데. 그러면 정서는 더 안정될텐데. 그런면에서 돈은 아이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좋은 열쇠가 되기도 하지만 아이의 내면을 망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때론 아이를 키우면서 오히려 돈으로 떼우게 차라리 더 쉬운걸 느낀다.  돈 보다 진정한 관심과 시간과 마음을 주는 일이 참 어렵다.물론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저 정도도 되는게 참 슬픈 현실이지만..

무엇보다 아이에게 더 나은 삶을 안길 지혜와 통찰은 돈으로 대체할 수 없어 무척 어렵다. 이 균형과 조화가 참 요즘 엄마에게 주어진 더 큰 과제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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