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되었든 합격의 기쁨은 면접에서 느꼈던 당혹감을 잠시 잊게 해 주었다. 낙향으로 구겨졌던 자존심도 새로 얻은 소속감 덕에 모서리가 살짝은 펴졌다.
모처럼 긍정적이 된 행아는 2월 신학기 준비 기간 익숙한 교무실에 낯선 신분으로 들어섰다. 이 학교는 한 층의 복도를 가운데 두고 양 편에 교실이 배치되어 있는 구조였는데, 모든 부서가 모여 있는 큰 교무실이 한 층의 한 편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보통은 학교 곳곳에 부서를 배치하는데 여기에는 교무에서부터 학년, 생활부 등이 한 공간에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러한 배치는 행아가 학창 시절 생활했던 자습실과 같았다. 이러한 공간 구성의 장점이 무엇일까? 후에 직접 자습실 야자 감독을 하며 알게 된 것은 이 구조가 딴짓을 하거나 움직이는 학생을 찾아내기에 좋다는 것이었다. 관리자들이 어떠한 의도로 교무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선생님들은 이 구조의 단점을 금세 파악한 것 같았다.
관리자들이 통로를 활보할 때면 시작점에서부터 침묵이 번져나가곤 했으니 말이다.
쭈뼛거리며 교감실로 안내된 세동은 먼저 쭈뼛거리고 있던 기간제 동지들을 발견했다. 국어과 4명, 중국어과 1명, 과학과 2명, 사회과 2명...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꽤나 많은 인원이라 놀랐었다. 게다가 그 자리에는 새로 뽑힌 기간제들만 모여 있었던 거였고 기존에 있다가 재계약된 선생님도 여럿이 있었다.
물론 요즘에는 공립 중, 고등학교에도 기간제 교사 비중이 상당한 게 사실이다. 육아휴직이나 파견 근무, 병휴직 등 다양한 사유로 학교에는 기간제 선생님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의 수가 '너무' 많다는 건 그 학교 전보 지원 교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건 곧 모종의 이유로 그곳이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하는 학교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립에서의 기간제 비중은 때때로 이런 상황을 드러내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립에서 기간제 비중이 높다는 건 또 다른 의미였다. 이 학교의 정교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지들을 보며 행아는 차차 이 정보 뒤에 숨겨진 의미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