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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력하는 행아 Mar 20. 2023

문제적 교사들

#7. 정교사 되려면 교회 다녀야 해요.

 시간이 흐르면서 신규 기간제 말고도 다른 선생님들과 조금씩 교류를 하기 시작했다. 몇 해 간 기간제로 근무한 선생님부터 정교사 선생님들까지 조금 친해지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었다. "행아샘, 교회 다녀요? 여기서 정교사가 되려면 교회 다녀야 해요. 나도 여기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교회 다니기 시작했어요. 샘도 아는 교회나 학교 교회 다녀요."


 물론 졸업생이었기 때문에 행아는 이 학교가 미션 스쿨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많은 선생님들이 이 학교 정교사 자리를 따내기 위해 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것까지는 몰랐다.


 꼭 정교사 자리가 아니더라도 당장 내년에 있을 자리가 불안정한 동료 기간제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하나둘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대대로 불교 집안에서 자라나 불교 기반 대학을 졸업한 동 교과 교사도 신도가 되었다 했다.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던 행아도 신도가 되진 못했지만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한 주에 한 번씩 있는 점심 성경 모임에는 가뜸 참석하게 되었다.


 물론 사립학교 교사의 채용은 나름의 건학 이념에 따른 것이다. 종교적 색채가 짙은 학교일수록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교사를 희망할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을 비롯한 많은 교사들이 취업을 위해 없던 신념을 꾸며내고, 있던 것을 바꾸는 그 모습이 행아에게는 씁쓸하고 서글프게 다가왔다. 종교에서 말하는 관용과 포용이 이곳에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행아는 지금도 가끔 함께 고용 불안정성에 떨며 두려워했던 동료들을 떠올린다. 어리고 안쓰러운 그때를 기억하며 그 선생님들 모두 자신의 모습 그대로의 가치를 인정받는 자리를 찾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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