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교사들
#8. 종교와 학문 그 사이 어딘가
주 1회 있는 점심 모임은 신청자들만 참가하는 것이라서 가끔 빠질 수 있었다. 그런데 교직원 예배는 그럴 수 없었다. 그 시간에는 학교 소속 목사님뿐 아니라 인근 여러 교회 목사님들이 와서 설교를 하곤 했다.
아이들만큼 눈에 띄는 걸 싫어하는 교사들은 뒷자리에 앉으려고 소리 없는 전쟁을 치렀는데 이때는 종교적 신념의 유무는 크게 상관없어 보였다.
하물며 믿음이 없는 행아는 덩치가 큰 선생님 뒷자리에 앉아서 설교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조금이나마 졸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곤 했다. 이 학교에서 행아는 매일 5시부터 6시까지 방과 후를 하고 빈번하게 10시까지 야자감독을 하거나 학생 상담을 했기 때문에 늘 피로에 찌들어 있는 상태였다.
그날도 기다란 교회 의자 한구석에서 지친 몸을 잠시 쉬고 있었다. 수면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와중에 행아의 귀에 신기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아프리카에서 선교 활동을 한 한 목사님의 얘기였다. 어느 날 그 목사님의 아들이 학교 일과 도중에 갑작스럽게 돌아와 깜짝 놀란 부모님에게 자랑스레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다.
진화론에 대해 공부하는 과학 시간이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져온 목사님 아들이 진화론을 설명하던 교사의 말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항의의 표시로 수업을 박차고 돌아온 것이었다.
그 목사님은 아들의 행동에 크게 기뻐하며 그를 칭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 있던 교사들에게도 자기 아들처럼 굳건한 종교적 신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힘주어 설파했다.
행아도 물론 창조론과 진화론을 둘러싼 역사적 논쟁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단순히 지식으로 아는 것과 직접 목격하여 아는 것을 천지 차이였다. 특히나 학문의 전당인 학교에서 교과서에 실린 과학적 사실을 종교적 신념이 부정하는 이 상황이 그녀에게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때 과학 선생님들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행아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금도 궁금하다. 이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정말 진화론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일까? 과학의 사실이 종교에 위배된다면 그들은 어디까지 부정할 수 있을까?
이후로도 종교에 맹목적인 이 학교의 분위기는 방심하는 순간 튀어나와 행아를 답답하게 만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