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교사들

#9. 선생님께 기회를 드리는 거예요.

by 노력하는 행아

이 학교는 행사도 참 많았다. 서울에서는 한참 전부터 없애는 추세였던 사생대회나 백일장부터 전교생 모두가 학급 단위로 참여하는 합창대회까지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없던 것이라 그저 신기해하고 있던 행아는 곧 학급 단위 행사는 담임 소관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의욕 없는 아이들 연습시키는 것도 정신없는 와중에 대회의 서막을 교사 합창으로 연다는 소식이 전해져 담임들을 더욱 절망하게 만들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연습까지 하느라 짜증이 치솟고 있는 와중에 음악 선생님이 음악실을 방문해 달라는 연락을 보내왔다.


행아와 동갑인 이 남자 선생님은 올해부터 이 학교에서 정교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하는데 별다른 교류가 없던 사이라 갑작스러운 연락에 의문이 앞섰다. 궁금증을 품고 방문한 음악실에는 행아 말고도 3명의 여자 기간제 선생님들이 자리해 있었다.


같은 1년 차 교사지만 정교사라는 자각이 있기 때문일까 경력이 많은 것처럼 능수능란한 태도로 음악 선생님은 말문을 열었다. 요는 이랬다. '특별 무대를 더 특별한 악기 연주로 시작하고 싶은데 사람이 필요하다. 소수로 눈에 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러분에게 내가 특별히 기회를 준 것이니 기쁘게 참가했으면 좋겠다.'


어느 직장이든 본인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가할 동료가 필요한 경우 예의 바르게 부탁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 음악 교사는 자기가 정교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자리에 있는 기간제 교사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여자 교사들에게만 이런 부탁을 한다니... 지금 같았으면 남녀 차별 아니냐고 따지기라도 했을 텐데 호의를 가장한 강요는 화를 내기도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기간제 교사를 소작인 부리듯 무시하는 건 음악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교사들 중에서 기간제 교사들 인사만 받지 않고 무시하거나 대답도 잘 안 해주는 이들이 꽤 있었다. 모난 아이들이 다른 존재를 따돌리는 것처럼 모난 교사들이 여기에도 곳곳에 존재했다. '더 글로리'는 학교 안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행아를 비롯한 선생님들은 그 자리에서 모두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이사장님이 아주 기대가 크십니다.'라는 음악 교사의 말에 다들 상한 기분을 밝은 가면 뒤로 숨기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대회 날 힘없는 네 여자의 손은 분노를 담아 힘차게 케틀벨을 흔들었다.


그 소리는 참으로 영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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