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었다.
0. 어떻게 엄마가 될 생각을 하셨어요?
한 2~30년 전만 해도 이런 질문 자체가 이상했을 것이다. 우리 엄마만 해도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갖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니까. 그 당시 높은 출산율이 보여주듯 이건 우리 부모님만의 생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아이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희귀해져서 왜 엄마가 되기로 했냐고, 어떻게 하다가 그런 결정을 했냐고 물어볼 만해진 것 같다. 나만 해도 나보다 먼저 임신, 출산을 결정한 선배들에게 그렇게 묻고 다녔으니까. 내가 임신한 후에도 나처럼 궁금해하는 미혼, 기혼의 후배들이 나에게 물어왔다. "어떻게 엄마가 될 생각을 하셨어요?"하며.
나와 남편은 12년 동안 연애를 했고, 신혼을 임신 기간 포함 4년 동안 즐겼다. 초반에는 퇴근 후와 주말의 짧은 일상을 함께 하기에도 바빴다. 둘만의 시간도 부족했기에 아기를 갖는다는 건 결혼하고 꽤 긴 시간 동안 내 선택지에 없었다. 그러다가 한 3년쯤 지났을까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직장 동료가 임신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엔 '좀 더 신혼을 즐기지.'하는 생각이었다가 나중엔 '아기라...'하며 아기가 있는 삶에 대해서 조금씩 고민했던 것 같다.
고민하면 할수록 이건 너무 많은 희생이 요구되는 일인 것 같았다. 시간, 비용, 체력 등 모든 것이 소모될 게 분명했고 특히나 엄마가 되면 내 인생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나처럼 내 삶에 욕심 많고 애정이 넘치는 사람은 엄마가 되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남편은 아기 욕심이 별로 없었고 임신과 출산은 여성이 주도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는 것에 완전히 동의하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딩크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궁금증이 정말 무서운 녀석인 게 한 번 궁금해했더니 문득 이따금 뇌리에 아기 생각이 떠올랐다. 그 모든 안되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가 계속 말을 꺼내서일까 남편도 조금씩 아기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우리는 여러 문제들을 무시하고 저지르기로 했다.
그러니까 앞선 후배의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생각을 많이 안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