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었다
1. 엄마가 된다는 걸 알았을 때 어땠나요?
우선 가장 먼저 '엄마'가 된다는 걸 안 순간으로 돌아가 보자. 그 즈음 나는 운동과 노동으로 근육량이 생애 처음 보는 수치를 찍고 있었다. 운동이야 30대에 접어들며 '아, 이러다가 단명하겠는데?'하는 마음에서 하나둘 시작했던 것에 재미를 붙여 필라테스며 헬스를 섭렵 중이었고, 노동은 내 본업 외에 5도 2촌을 꿈꾸며 근교 400평에 농사를 시작하신 부모님을 도와 주말마다 짓는 농사일이 있었다.
작년 봄에 우스갯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주 3회 운동, 1회 농사를 계속하다 보면 연말에 바디프로필을 찍을 수 있겠다고 껄껄대며 말했던 게 생각이 난다. 그 정도로 내 몸은 점점 다부져지고 있었다.
임신 사실을 알기 이틀 전까지도 아기를 가진 것도 모른 채 감자를 열심히 캤더랬다.(그래서 잠시 아기 태명으로 감자도 고민했었다.) 그 전 해부터 계속 아기를 가지려 시도했지만 남편 코로나 확진, 나 코로나 확진 등 여러 사정으로 여의치가 않았던 터라 점점 임신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기대하다가 실망하며 내려놓는 일이 반복되자 '그만 둘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생리가 늦어지면서 기대 반, 체념 반으로 한 테스트기에 바로 2줄이 떠버리자 처음에는 '오, 나 임신했네?'하면서 신기해하기만 했다. 뭔가 상상 속에서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격한 기쁨이 난무했는데 실제로는 나와 남편 둘 다 멍했던 것 같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몇 시간 동안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실감이 나서 나는 울었다.
막막하고 무섭고 걱정되는 마음에 눈물이 났다. '나까짓게 엄마가 되어도 되나? 나는 이제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어 엉엉 울었다. 바라마지 않는 일이었는데도 참 그랬다.
엄마가 된다는 게 분명 기쁜데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