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라 쓰고 '내가 궁금해서'라고 읽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뭘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를 수도 있고,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온전히 소화하지 못해 모르는 상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끊임없는 자기 의심의 다른 말이기에 한없이 가라앉게 만들기도 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하며, 이를 (정확히는 다른 영역인데) 사회인으로서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는 것으로 연결해 생각할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런 태도를 버릴 수 없고,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은 버리고 싶은 마음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편집자 중에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다. 특정 카테고리의 물건이나 브랜드를 좋아해서 열심히 소유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 자체를 좋아해서 덕질에 능숙한 사람도 있다. 예쁜 것은 예쁘다는 걸 알고, 훌륭한 것은 것은 훌륭하다는 것을 알고, 그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많은 돈도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나를 감탄하게 하는 건 따로 있다. 몰랐던 것을 알려주는 ‘생각’. 보통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며 경이와 경외가 뒤섞인 상태로 찾아온다.
경이, 경외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적확하게 표현하다 보니 그런 거고, 사실은 센스가 있다, 감각이 좋다, 남다르다 이런 말로도 표현할 수 있다. 경이, 경외라고 해서 엄청나 보이지만 사실 나 자신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 남들이 보기에는 경이, 경외까지는 아닐 수 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걸 잊지 말아 달라.
나도, 당신도 ‘사람’이라고 불리는데 어쩜 이리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상황을 보더라도 정교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돌볼 수 있는지. 흔히 지나칠 만한 것에도 어떤 생각과 감정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어떻게 살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 생각과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궁금하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결이다. 본능적으로 사는 거 말고 사람으로서 생각하고 사는 태도,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해 자신감을 갖되 그 너머에 다른 무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태도. 누구라는 명사보다는 한다는 동사를 더 좋아한달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도 하고 변한다고도 한다. 예전에 그 책 읽었을 때 참 재밌고 감동받고 내 세계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그 책이 다른 평가를 받기도 하고, 그 책을 읽고 감명받았던 내가 싫어지기도 한다. 개인의 삶이 더 많이 오픈되(하)고 사각지대가 점점 줄어들고 시간이 지나면 더 그럴 테니까 더 그런 순간들이 많아지겠지. 그러니 덕통 사고를 당했더라도 너무 빠져들면 안 된다고, 이미지상으로든 텍스트상으로든 보이는 것과 다른 삶의 모습에 한두 번 배신당한 게 아니지 않냐고. 좋아했던 나조차 미워해야 하는 순간을 또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하다가,
그럼 사람은 완전무결해야 해?
아니, 그럴 수도 없잖아.
그럼 실수 없이, 오판 없이, 계속 미친 듯이 노력하며 살아야 해?
아니, 너무 힘들잖아.
그럼?
파도 위에 누워서 흘러가는 사람. 아름다운 섬에 닿아 잠시 쉬어갈지언정, 다시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을 멈추지 않는 사람. 가만히 파도 위에 누워 있었더라도 그 사람은 변한 거 아닐까, 이전과는 다른 곳에 있는 거니까. 물장구까지 칠 필요는 없고, 파도에 몸을 싣는 딱 그 정도의 동사를 할 수 있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그 동사만으로도 경외와 경이를 느낄 수 있는 나라서 다행일지, 본능적으로 그것도 어렵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일지는, 아직 모르겠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알 것 같기도 하다가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시대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는 걸 발견할 때마다 놀란다. 이 섬에 닿았다가 저 섬에 닿았다가, 그 섬에 먼저 가 있던 사람이 나를 건져내주기도 하고, 있을 곳이 못 된다며 밀어내기도 하고, 자기 땅이라며 쫓아내기도 한다. 누워 있었을 뿐인데 옆에 흘러온 사람이 저 섬에 가보자고도 한다. 반대로 내가 가보고 싶을 때도 있다. 혼자는 무섭고, 누군가와. 그 섬을 잘 파악할 것 같은 사람일 때도, 모험심이 더 큰 사람일 때도 있고, 주의력이 더 큰 사람일 때도 있고. 그런 누군가와 함께라면 경이도, 경외도 더 커지지 않을까. 그 순간을 함께 하고 싶어서 저 섬을 앞에 두고, 사람을 찾는다.
안녕하세요, 함께 작업하고 싶어 메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