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의 삶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밤 12시 즈음이 되고,
4층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조차 너무 무겁고 버거웠다.
글도 쓰고, 매일 읽어나가던 책도 읽고,
생물도감도 보고, 하루를 정리하려던 내 나름의 하루 정리는
이미 모든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버린 뒤였다.
오로지 잠시라도 내 몸을 뉘어 휴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뿐..
그리고 잠시 눈을 감으면
거짓말처럼 아침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정신없는 일상들.
정신없이 바쁜 일과 중에도 일들은 새롭게 몰려오고,
하나의 일을 마무리하면 이미 마무리되었어야 할 일들이
줄을 서고 있고.
진짜 힘든 거는, 이렇게 일이 많고 바쁘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는 가하는 것에 대한 답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업과 프로그램들과 일상적이 관리업무와
이러저러한 만남들.
그것들이 가져다 줄 결과물들이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일까.
내가 욕망하는 것들은 내가 지금 하는 일들로부터 얼마나 충족될 수 있는 것일까.
나의 욕망과 거리가 있는 일들이라면 나의 일들은 누구의 욕망을 위한 것일까.
찰나찰나마다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해 볼 여유가 없다.
하루만 건너뛰자 했던 것이 어느새 3일이 되고 4일이 되고, 5일이 되었다.
사색이 멈추고 기록이 멈추는 하루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의미도 사라지고 만다.
이미 7월도 하순으로 접어든다.
얼마나 많은 날들이 의미를 상실하며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지나간 시간은 진흙덩어리 같은 것, 쉽게 모양을 만들 수 있을 듯싶지만
그것은 금방 자기만의 모양으로 허물어져버린다.
하루라는 형태를 갖춘 듯 보였던 시간의 덩어리들이
그냥 형체를 잃은 의미 없는 진흙덩어리로 허물어져 버린다.
그 시간들을 쌓아 올리기 위해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틀을 만들어 내는 노동이 필요하다.
성찰하고 사색하고 그것을 기록하여 시간이라는 진흙을 거푸집에 넣고
모양을 다듬어 단단하게 만들어 쌓아 올리는 노동이 필요하다.
마치 진흙으로 만든 벽돌이 시간이 지나도 형태를 잃지 않고 단단히 버텨주듯이,
사색과 기록으로 형태를 만든 시간의 벽돌은 차곡차곡 쌓여 의미를 잃지 않는
집을 만들고, 성을 만든다.
꾸준하게 성실하게 노동을 한다는 것은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의미이다.
나에게 얼마만큼의 진흙덩어리가 남아 있을까.
삶이 유한하다는 것, 결코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잊지 않는 마음이 바로 성실함의 근원이다.
무엇인가 새로 시작하기에는 익숙하지 않은 나이이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있으니
당연히 시작하고 도전하고, 이룰 것들을 상상해야 하는 그런 나이다.
내 시간이 무의미한 듯 느껴진다면, 나의 성찰이 부족한 것이다.
억지로 의미를 찾아서 위안거리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의미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나의 몫이라는 의미이다.
앞으로 남은 2025년 나는 몇 장의 벽돌을 쌓아 올리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