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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Oct 08. 2023

02 D-day

오빠, T야?

프러포즈 성공!

대망의 프러포즈 날. 간단한 후기를 남기자면, 결국 장소는 집이었고 오빠는 많이 놀라고 좋아했지만 감동의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준비한 영상을 보여주니 언제 이런 걸 다 만들었냐면서 고생했다고 안아 주었고, 케이크와 선물을 받고서는 신나 하는 그를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았다.


“오빠 T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던 반응..이었지만

어쨌든 프러포즈는 성공! 우리 이제 결혼한다!!!


오빠 안녕?

은지야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나?

낯선 대학 오티에서 오빠의 이름을 듣고

‘아 그 문준영 기자구나’ 했던 인연이

발표날 둘만의 뒤풀이로 이어지고


홀연히 육지로 떠나는 날

오빠가 난생처음 지각까지 하면서 공항에 데려다줬잖아


사실 그때는 다시 제주에 올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호기심과 호감을 애써 모른 척하려 했던 것 같아


그런 나에게 오빠가 한발 더 다가와줬고,

2021년 12월 25일

우리에겐 잊을 수 없는 해피 크리스마스가 되었지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나는 오빠 덕분에 다시 제주도로 돌아오게 되었어


생일도 함께 보내고,

코로나도 함께 버티고,

불안한 새벽에는 사라봉도 함께 오르며

우리의 사랑과 믿음은 커져 나갔지


여행을 참 좋아하는 나 때문에

오빠가 여기저기 함께 다녀주느라 고생이 많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는 오빠의 긴 속눈썹이 좋아

한 직장을 꾸준히 다니는 성실함도 좋고

오빠의 배려심, 센스, 장난기,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랩 실력 ㅋㅋ과 체력 ㅋㅋ, 무엇보다 귀여운 매력

아침에 일어났을 때 살짝 부은 얼굴도,

내 예민함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 표정도,

따라 웃는 눈웃음도,

포옹도, 냄새도, 이상한 춤도, 술주정도

다 좋고 사랑스러워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오빠와 만나면서 한층 더 성장하는 내가 된 것 같아


물론 가끔은 냉정한 말들로 상처를 줄 때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차분히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면서 잘 풀어 나가자


가장 중요한 건 오빠랑 있으면 정말 재밌어 ㅋㅋ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장난치고 또 놀리고 싶고 ㅋㅋ


점점 그림체도 닮아가는 것 같지 않아?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볼 때면 기분이 참 좋아


오빠,

조금은 갑작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꼭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멋진 말은 생각이 잘 안 나서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할게


따스한 봄에도,

뜨거운 여름에도,

바람 부는 가을에도,

눈 내리는 겨울에도,

그 어떤 순간에도 우리 함께 걷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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