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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Oct 05. 2023

01 프러포즈 준비

두근두근

프러포즈 대작전

나도 참 단순한 게, '프러포즈를 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고 나니 하루라도 빨리 이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일생에 단 한 번뿐일 청혼을 그저 '말'로만 전달할 수 없었기에 준비 과정에 나섰다.


01 선물 고르기

프러포즈엔 반지가 필수지만 남자친구와 처음으로 끼게 될 반지는 아무래도 함께 맞추고 싶었다.

보통 남자들은 청혼할 때 명품 가방을 함께 사주기도 하던데 현재의 나는 그 정도 능력은 안 된다. 구두도 많이 선물하는 것 같길래 남자 명품 구두를 검색해 보니, 무난한 디자인의 프라다 구두가 직구로 60-70만 원 정도였다. 신발을 선물하면 떠나간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걸 신고 나에게 오라'는 의미도 있기에 즐겨찾기 해두고 구입 시기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내 안의 실용주의자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평소 운동화를 즐겨 신는 그가 구두를 자주 신을까? 직접 매장에 데려가서 신겨볼 수도 없기에 혹시라도 사이즈가 안 맞는 불상사가 생기면 어쩌지? 혹여 잘 맞는다고 하여도 일생에 한 10번은 신게 될까?.. 하는 걱정 말이다.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의미'와 '실용'을 모두 담은 그런 선물을 하고 싶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생활하며 그를 관찰했다. 평소 그는 물욕이 별로 없는 편인데, 그도 그럴 것이 갤럭시 S10 기종을 4년 넘게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보통 2년 주기로 핸드폰을 바꾸는 편인데, 배터리 성능 저하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디자인이나 색상이 갖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컸다.)

그래! 핸드폰이다!


갤럭시 시리즈 중에 반지 케이스와 유사한 디자인을 갖춘 '제트 플립 4'가 딱이었다. (남자친구의 직업은 기자이기에 녹음 기능이 없는 아이폰은 안 된다.) 자급제 폰을 검색해 보니 100만 원 정도였다. 백만 원. 나름 의미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며 색상은 가장 무난한 블랙을 골랐다. 그리고 남자친구 본가에서 키우고 있는 강아지 샤리의 얼굴이 박힌 케이스를 주문제작 했다. (마음 같아선 내 얼굴을 넣고 싶었지만, 들고 다니는 오빠도 나도 살짝 부끄러울 것 같기에 ㅋㅋ)


핸드폰은 내 생각에 아주 좋은 선물이었지만, 너무 실용적인 측면만 담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자고로 선물은 반짝거리고 비쌀수록 받는 사람 기분이 좋은 법. 평소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던 남자친구를 생각해서 구찌에서 팔찌를 추가로 구매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구찌가 입점해 있더라. 배송도 빠르고 아주 좋았음) 이로써 프러포즈 선물 준비는 완료!


02 영상 만들기

물질적 선물은 준비되었으니, 이젠 감동을 줄 차례. 손으로 쓰는 편지도 좋지만 기왕이면 함께 한 날들을 추억할 수 있는 영상편지를 만들기로 했다. 1년 반여의 시간 동안 남긴 수많은 사진들 중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을 만한 것들로 추리고, 핸드폰 메모장에 편지를 적어 나갔다. 그다음 틈틈이 아이패드로 편집을 했는데, 블로라는 앱을 사용했다. (사용법도 쉽고 간편) 그렇게 대망의 프러포즈 이틀 전. 영상이 완성되었다.


03 케이크 주문

케이크는 예전 살던 집 1층에 위치한 수제 케이크 샵에서 주문했다. 친절하고 응답도 빠르시지만, 내가 요청한 문구와 다르게 완성되어서 아쉬웠다. 프러포즈날 급하게 픽업하느라 수정 요청을 드리지는 못했는데 사진 찍어 말씀드리니 금액을 환불해 주시겠다고 했다. 의미가 있는 케이크라서 돈을 돌려받고 싶지는 않았고, 나중에 또 케이크를 만들 일이 생기면 그때 할인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다시 이용하진 않을 것 같다.)


04 장소 섭외

프러포즈를 어디서 할까, 고민하다가 남자친구의 최애 장소인 LP bar에서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청곡을 적어 내면 LP나 CD로 틀어주는 곳인데, 사장님께 미리 연락을 드려서 사정을 말씀드리면 내가 원하는 BGM을 아주 자연스럽게 깔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프러포즈 전 날, 남자친구가 과음을 하고 숙취에 시달리는 바람에 우리는 bar에 갈 수 없었다.


05 프러포즈 날짜

6월 26일 월요일. 특별한 의미는 없고, 6월 안에 하고 싶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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