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의 안나 D+7
파리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간단한 아침거리와 한국에 가져갈 간식을 사러 숙소 바로 옆! 프랑프리에 갔다. 아침 메뉴로 나는 닭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랑 색깔이 참.. 이상한 주스를 골랐고, 준영은 초밥을 선택했다. 맛은 편의점 음식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간식을 너무 많이 사서 캐리어에 다 들어가지 않아 챙겨갔던 큰 백에 따로 넣어두었다.
체크아웃을 하기 전 미션이 있었는데 바로 분리수거였다. 5일간 쌓인 쓰레기와 플라스틱 등을 챙겨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프랑스는 음식물을 따로 분리하지 않더라.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샌딩 기사에게 연락이 왔다. 만나기로 했던 시간보다 조금 빨리 도착했다는 거였다. 우리는 모든 짐을 챙겨 숙소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마지막 날의 일정은 라발레 아울렛 쇼핑 후 공항으로 가는 거였다. 샌딩 기사는 운이 좋게도 우리 팀만 있는 날이라고 했는데, 그게 왜 좋은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울렛에 도착하니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이 별로 없었다.
동생에게 엄마 선물을 산다고 하니, 분명 아빠가 서운해할 것이라며 본인이 지갑이라도 사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첫 목표는 바로 아빠의 지갑이었다. 먼저 프라다에 들어가서 구경했는데, 가장 깔끔한 디자인이 310유로였다. 한화로 하면 5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이라 괜찮다 싶었다. 우선 킵해두고 다른 브랜드들도 둘러봤다.
구찌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고프로 메모리카드 용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어떻게 확인하냐는 거였다. 그걸 왜 지금 물어보나, 싶어서 짜증이 났지만 나름 친절하게 알려주고 프라다가 좋은지, 구찌가 좋은지 물어봤다. 아빠의 선택은 구찌였다. 그래서 가장 무난하고도 또 '나 구찌야'라고 티가 나는 지갑을 골랐다. 구찌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그래서 셀러가 정신이 매우 없어 보였지만 나에게 친절하게 응대해 줬다.
가격을 따로 물어보지 않고 (동생이 50만 원까지는 괜찮다고 해서 그냥) 계산대로 갔는데, 250유로였다! 헐! 이 정도 금액이면 정말 한국보다 현지에서, 그것도 아울렛에서 사는 게 훨씬 이득인 것 같았다. 준영은 르꼬끄에서 나온 2024 프랑스 올림픽 에디션 유니폼을 사고 싶어 했지만, 사이즈가 품절이었다. 결국 준영의 동생과 회사 선배의 아이들에게 줄 선물만 사서 나왔다. 쇼핑을 하고 나와 점심을 먹으러 아울렛 옆에 있는 쇼핑몰로 갔다.
히포 어쩌고 스테이크 집에 갔는데, 준영이 먹고 싶어 했던 Poulet roti는 품절이라 그냥 닭 꼬치요리를 시켰다. 나는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그저 그런 맛이었다. 함께 주문한 술이 나오지 않아 서버를 불렀는데 할머니 서버가 매우 느긋하게 주문을 다시 확인한 후 가져다주었다. 다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옆 테이블을 치우고, 새로운 테이블 주문을 받고, 우리 테이블을 치우고 나서야 영수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느림의 미학도 오늘로 끝이다.
오후엔 버버리도 구경했는데 딱히 살 만한 것은 없었다. 아니, 돈이 없었다.. 오후가 되니 아울렛 안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이 사람들은 다 돈이 그렇게 많나..? 싶었다. 슬슬 피곤해져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여행의 끝은 피로!
네시쯤 공항 픽업을 받았는데 어찌나 느리던지 체크인을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짐을 부쳐주던 직원이 내 캐리어가 맘에 든다고 했다. 우리는 텍스리펀을 신청하고, 면세점으로 들어갔다. 오빠가 가방을 사준다고 하여 못 이기는 척 (?) 셀린느에 갔는데, 마음에 드는 가방이 있었다. 가격은 무려.. 3,000유로였는데 면세가로 2,640유로였다. 셀러가 한국 사이트에서 해당 가방의 가격을 검색해서 보여주었는데 470만 원이었다. 헛웃음이 나오는 가격이었지만 준영은 흔쾌히 사라고 했다. 구매할 때 살짝 웃긴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그건 둘만의 추억으로 남기기로 하고.. 준영 덕에 나도 명품백 생겼다! 꺅!!!
한국행 비행기는 1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했는데, 기내식으로 나온 비빔밥을 먹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눈을 뜨니 6시간 반이 남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영화를 두 편 정도 보고, 기내식을 한 번 더 먹고 나니 거의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 여행 끝..이지만 제주 집까지는 또 비행기를 타야 했다. 인천공항에 아빠가 (무려 반차를 쓰고) 데리러 와줘서 김포공항까지는 편하게 갔다. 공항에서 육칼을 먹고 김포몰 잠깐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김포에서 제주 1시간도 지루하다 생각했는데, 파리에 다녀와보니 그냥 눈 깜짝할 새였다. 집에 도착하니 아홉시.. 씻고 라면을 먹었는데 살면서 먹은 라면 중 가장 맛있었다. 언제 또 파리에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