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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리곰 Jan 29. 2023

자리가 존재를 만든다

회사 생활

직장생활 1~2년 차 때 나 때 꼰대관리자들을 보며 이상적인 관리자를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팀원의 성격, 능력이 상이하더라도 그들을 잘 구슬려서 원팀으로 만들어 결과를 내는 관리자가 유능하다고 믿었다. 지금도 이 맥락에서는 이견이 없으나 지금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니 이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관리자라면 내 의견에 사사건건 토를 달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정작 자신의 일정은 지키지 않으며 자칫 무관심하면 신경 좀 써달라고 때를 쓰는 각기 다른 성향의 팀원들을 이를 악물고 품어야 한다. 반면에 나와 코드가 맞고 눈치 빠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마음에 들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결국 대안이 없다면 내가 꺼리는 사람들과도 어르고 달래서 성과를 내야 한다. 직급이 올라가고 연봉이 높아질수록 사람들과 협업하며 진행하는 업무는 더 늘어나고 스트레스는 과중된다. 일만 하던 사회초년차가 그립다.



마음은 나보다 직급이 낮은 회사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싶다. 개인적인 일, 업무 가릴 것 없이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사가 되길 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건 나의 착각이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의 직급이 그들로 하여금 경계를 하게 하고 긴장하게 하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의 자리는 누구를 평가하는 자리였고 일이 잘되는지 확인해야 했으며 아니다 싶으면 내보낼 수도 있는 위치였다. 이런 사람과 허물없이 지낸다는 것은 그들에게 자칫 최악의 상황에서는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맞기는 꼴이 될 것이다. 내 앞에서 그들은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그래서 위로 올라갈수록 외롭다고 했던가. 직장 내에서 맘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회식 때는 가급적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고 나올 때는 티 나지 않게 지갑을 열어야 한다.



'강아지는 사람이 다가가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든다. 무슨 다른 속셈이 있어서 그와 같은 애정 표시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집이나 토지를 팔아넘기려 하거나, 결혼해 달라는 저의는 더욱 없다. 강아지는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은 적도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었다.


상대의 관심을 끌려고 하기보다는 상대에게 순수한 관심을 보여 주는 편이 훨씬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본능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를 얻는 데는 상대의 관심을 끌려고 하기보다는 상대에게 순수한 관심을 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세상에는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엉뚱한 노력을 계속하지만 그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 사람들은 대체로 남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직 자기의 일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 '카네기 인간관계론' 중에서



결국 내 존재가 얼마나 무겁든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일이 된다. 실패를 각오하고 나와 함께 불 속으로 뛰어들 장수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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