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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an 29. 2020

가만히 외로워하는, 우리의 연-애

나는 단 하나도 다름 없이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있잖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도 헤어졌던 그 이유로 다시 헤어진대.

  그래서 생각했어.

  나는 단 하나도 다름 없이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네가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차를 바꾸거나 사업 규모를 키우는 일에는 과감했지만 정작 그 차에 누군가를 태우는 일이 거의 없었고, 일과 관련된 사람과는 술 한 번 마시질 않았지. 누군가를 차에 태우는 일이, 누군가와 술을 마시는 일이 또 다른 누군가의 오해를 살까 마음을 쓰던 사람이었잖아.

  그래서 잃어버렸지만 찾지 않던 어떤 책처럼, 리본을 풀지 않은 채 말라가던 꽃다발처럼, 창가를 서성이던 고양이처럼, 이름을 알지 못하는 별의 자리처럼 그렇게 외로운 사람. 그리고 나는 그런 너의 외로움을 내가 채워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나도 내가 너를 그렇게까지 좋아할 줄 몰랐던 거야.

  외로운 네 곁에서 나는 하염없이 외로워졌어. 네가 나를 외롭게 만들어서가 아니라 외로운 너를 닮아갔어. 우리는 그렇게 곁에 있어도 외로운 사람, 빈틈없이 서로를 끌어안아도 따뜻하지 않은 관계가 되어 버렸지.

  여행을 좋아하는 건 나였고, 머무는 것을 좋아한 건 너였지만 나는 네가 내가 알지 못하는 어느 나라로 떠날까봐 두렵곤 했어. 네 외로움이 너를 어디로 부를지 모르잖아, 난 그게 두려워. 삶을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삶을 앓고 있는 내 사람.


  사실 이제 잘 모르겠어. 그때 네가 나의 손을 잡았던가. 내가 너의 손을 잡았던가. 아니면 우리는 그저 나란히 걸었을 뿐일까.

  그때는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지금도 너를 그리워하면서 몇 시간씩 울 수 있어.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네가 건넨 차가운 코카콜라나 네가 까준 피스타치오 따위를 생각하면서도 나는 엉엉 울어버려. 다정한 순간들까지 너무 외로워져버리는 거야.

  그렇게 우리의 어느 순간은 너무 외롭고, 어느 순간은 지나치게 다정해서 모든 순간이 슬퍼, 나는.


  너를 닮은 사람을 여태 본 적이 없는데,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외로운 나를 보면 너를 보는 것 같아서 외로워져. 비행기를 타면, 문을 열면, 전화를 걸면- 고스란히 네가 있는 그 여름으로 갈 것만 같아.


  내가 너에게 닿는 방법은 계절이겠지. 여기에도 여름이 오면,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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