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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Dec 10. 2017

우리는 어제의 온도를 찾아간다

온도가 달라서 나는 감기에 걸리고 너의 계절은 변했다

  네가 먹던 막대 사탕을 장난치듯 빼앗아 내 입에 넣은 것이 시작이었다. 너와 나의 길고 짧은 싸움과 달콤하고 씁쓸한 추억이 그리는 연애의.

  "왜 남이 먹던 사탕을 먹어?"

  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나를 붙잡으며 너는 말했다. 볼록해진 내 왼쪽 뺨을 살짝 찌르곤 검지와 엄지로 양 볼을 눌렀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막대를 쥐고 사탕을 빼낸 너는 그 사탕을 다시 너의 입에 넣었다. 싸구려 체리맛의 맛없는 그 막대사탕. 사탕을 입에 넣은 너에게 묻고 싶었다.

   - 사탕 맛 없지 않아?

   - 너는 왜 남이 먹던 사탕을 먹어?

  이런 질문이 아니었다.

   "너와 나의 입 안에 온도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나의 물음에 너는 나를 힐끔 보더니 남은 사탕을 오도독 깨물어 먹었다. 그리고 그 달짝지근한 서로의 입술을 맞추는 것이 우리의 첫키스였다. 이따금 그날이 떠오를 때면 겨울에 나는 카페에서 일부러 차가운 음료를 주문했다. 핫초콜릿을 마시는 너의 입에 불쑥 내 입을 맞추었다. 어두운 카페 구석에서 비밀스럽게 키스를 하며 우리는 서로의 온도에 맞춰나갔다.

  하지만 온도는 언제나 달랐다. 나는 차가워지지 않았고, 너는 뜨거워지지 않았다. 가끔 나는 너의 차가운 발에 놀라 잠이 달아나버리곤 했다. 잠든 너의 옆얼굴은 사랑스러웠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진한 눈썹과 살짝 올라간 입꼬리, 부드러운 턱선 따위가 아름다운 것이지 나의 잠을 깨운 너의 발은 결코 닿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짐짓 자는 척을 하며 침대 끝에 모로 누워 이불을 끌어당겼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너는 뒤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내가 좋아했던 너의 단단한 팔은, 운동을 해 다부진 가슴은 그저 차갑게 느껴질 뿐이었다.


  환절기면 우리는 앓았다. 온도가 달라서 나는 감기에 걸리고 너의 계절은 변했다. 우리는 별 거 아닌 일에 차가워졌다. 너는 나에게 술이나 웃음으로 무마하려하지 말라하고, 나는 너에게 사랑으로 되지 않는 게 있더라며 웃었다. 너와 나의 온도가 달라서 너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아마 너도 비슷했을 것이다.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만나 미지근해지는 일은 연애를 무료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시답잖은 이유를 대며 헤어졌다.

  그렇게 그립지도 않은 일 년이 흘렀다. 날리는 눈송이를 향해 손을 뻗었고 작은 눈송이 하나가 손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은 내 손바닥 위에서 아주 잠시 눈송이였다가 녹아사라졌다. 옆에 있던 남자친구가 물었다.

  "갑자기 왜 우는 거야? 괜찮아?"

  그를 꼭 끌어안았다. 그 누구도 녹지 않을 온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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