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디 보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스 Oct 19. 2018

서로 삶의 무게가 다른 남녀의 만남

JTBC 제3의 매력


기획의도

특별하지 않지만 내 눈에는 반짝거리는 서로의 '제3의 매력'에 빠진 두 남녀가 스물의 봄, 스물일곱의 여름, 서른둘의 가을과 겨울을 함께 통과하는 연애의 사계절을 그릴 12년의 연애 대서사시


이렇게 제3의 매력 공식홈에 기획의도가 나와있다. 12년. 80세 정도를 평균수명으로 어림잡고 보면 징그럽게 긴 시간이다. 거기다가 거의 인생의 황금기.  이런 종류의 질긴 인연이 가끔 있다.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다가 다시 싸우는, 근본적으로 서로 맞지는 않는데 우연히 사랑하게 된(혹은 그렇게 착각하게 된) 두 사람이 지지고 볶는 과정 중 아직 감정이 다 소진되지 않았는데 이별을 하고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며 일어나는 일이다. 보통 그렇다.




이런 넌덜머리 나는 일에 프로급인 사람이 있고 자기 수명을 깎아먹듯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이 있다. 표면상으로는 여주인공인 영재가 좀 더 노련해보이고, 남주인공인 준영이 어설퍼 보인다. 그러니까 어설픈 쪽이 더 고통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 실수를 저지르는 모습이나 마음과 같지 않게 행동하게 되는 것이 결국 비슷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온준영이라는 캐릭터가 남편 성격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이라는 것-. 그러나 사람들은 착한 사람도 화를 낼 수 있다는 것, 마음 상할 수도 있다는 걸 잊곤 한다. 이상하게도 착한 그들이 화를 내면 그들에게 덩달아 같이 화가 난다. 그런 사람을 화나게 만든거면 내가 정말 잘못한 거 같은데, 내가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그렇게 착하게 굴 수 있으면서 이렇게 화를 내다니! 이런 배신감마저 든다. 


극중에서 볼 수 있듯 연애중에 발생하는 많은 다툼들은 사소한 질투같은 것이거나 영재오빠의 사고처럼 정말 뭔가가 있는거다. 그러나 이별은 다툼의 성격과 상관없이 다툼 이후에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니 지금 연애중이더라도 다툼이 잦다면, 결국 한 면은 이별인 주사위를 계속 던져서 언젠가는 이별이 적어진 면을 마주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참, 이것은 관계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어떤 연인의 주사위는 이별의 면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면, 심지어 다섯 면이기도 하니까. 여차하면 헤어질 수 있는 사이랄까.



출처: Unsplasch, Mike Szczepanski

마찬가지로 연애관, 삶에 대한 가치관, 평상시 성격 등도 사람마다 다르다. 선천적인 것도 있지만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영재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할머니 손에 하나뿐인 오빠와 살았다. 세월이 지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오빠 또한 사고로 몸이 불편해지면서 이 여자의 마음 속엔 어떤 공포가 싹 텄을까.


난 언젠가 완전히 혼자가 되어버릴지도 몰라.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을거야. 이별에 항상 대비하자. 사랑이 사라져도 너무 슬퍼하지 말자. 어차피 원래 그런거잖아.


다 괜찮아. 괜찮아야 해.


그녀의 직장인 미용실에 친한 언니이자 원장인 주란 역시 강하게 애정을 갈구하고 결혼할 만한 남자를 찾아 가련해 보일정도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감정은 공포보다는 단순한 걱정에 가까워 보인다. 지금까지의 모습은 사실 개그 캐릭터이다. 그렇지만 연애에 대해 꽤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드라마 성격상 주란의 캐릭터에 반전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단순 개그 캐릭터치곤 분량이 많아서 드는 생각이다.



출처: 제3의 매력 공홈

삶의 무게와 아마도 어느정도 선천적인 강한 성격을 가진 영재가 하는 실수는 악의는 없으나 상대방 입장에선 아픈 상처를 주고, 부족함없이 자라고 애정의 결핍이나 처절한 외로움을 모르는 준영은 사랑스럽지만 눈치가 없다.


호철의 활약(?)으로 위기에 접어든 두 사람의 관계.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만 이별이 걱정되지는 않는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이별이 사랑 주변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전제에 있기 때문이다. 어떤 강력한 라이벌 앞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는 그런 사랑은 거의 없다. 대부분 20대의 사랑이 치열하고 너덜너덜해지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극 초반부에 만나지 말았어야 할 여자로 영재를 묘사한 부분에서 조심스럽게 준영의 죽음과 같은 최악의 엔딩이 두렵긴 하지만, 비교적 현실감이 있는 멜로물로 시간을 들여 시청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죽음이 한 인간을 너무 괴롭힐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