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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스 Oct 25. 2018

정원사의 작은 왕국 Zulauf

어느 가을날, 증기기관차와 함께


이번에 투표로 브룩에 편입되기로 한 근교의 마을 쉰츠나흐도르프(Shinznachdorf)에는 작은 온천 호텔이 있어서 가족들과 온천욕(이지만 수영장에 가깝다)을 하러 가끔 갔었다.

온천수로 된 수영장(출처: bad-shinznach.ch)


사우나도 있지만 이곳도 유럽 몇몇의 나라나 장소에서 그렇듯 남녀 혼용에 알몸(?)이 일반적이므로, 보여주기도 싫지만 보고 싶지도 않은 이유로 가본 적은 없다. 한 칠순 넘으면 그때 한 전 도전해보리라. 요즘 노출은 어디서나 모유수유하는 걸로 만족한다.


쭐라우프


조경회사 쭐라우프(Zulauf)도 이 마을에 있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던 게 매주 무료로 배달되는 지역 주간지에 광고와 회사에서 직접 오는 전단에 적힌 꽤 많은 강의들 때문이다. 보통 꽃꽂이, 실내 장식 DIY, 분재관리 하기 등이 있는데 이것들을 꼼꼼하게 읽어본 이유는 아이들을 위한 강의에 혹시 참여해 볼까.. 해서였다.


다른 이유는 회사 내에 증기 기관차가 있는데, 이걸 타는 행사를 크리스마스나 새해에 개최했기 때문이다. 언제 가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가을방학 마지막 일요일에 드디어 처음 방문했다.


회사 안에 있는 철로를 따라 들어가니 증기기관차가 승객들을 태우고 출발 전이었다.
기차표도 옛날 스타일. 아이들은 0프랑이다. 그리고 모든 좌석이 3등석.

약 20분 정도 탄다고 하길래 그렇게 오래 타고 볼만한 게 있나-하고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역시 뭔가 새로운 걸 체험할 때 별 기대를 안 하는 건 좋은 조미료다. 생각보다 부지가 굉장히 넓었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던 것. 나중에 궁금해서 좀 더 알아보니 이 회사는 요한 쭐라우프에 의해 1879년에 세워졌다. 처음에는 작은 규모였던 것 같지만 이제는 100명의 정규직과 그 외 150여 명의 도제교육을 받는 학생들이나 특정 시즌에만 일하는 근무자들이 일하는 회사가 되었다.


특히 이곳의 고급스러운 분재가 유명한데 아시아에서 직접 수입한 분재들을 유럽 각지에 공급하는 분재 센터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격이 만만치 않은 분재들이 입구부터 진열되어 있었고, 더 고가의 상품들은 실내에 있어서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한창때의 두 남자아이 엄마인 나는 그곳은 패스 하기로 했다. 혹시나 모를 대참사가 두려워서.


동양적 정취가 물씬 나는 상품들이 많아서 잠시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


그 외에도 가족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식당과 카페, 정원이나 문 앞 장식으로 쓸 수 있는 장식품 등 눈이 지루할 틈은 없었던 것 같다. 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있는 살림도 관리가 잘 안되고 있는 살림 허당이기 때문에, 눈으로 보고 사진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요상하게 생긴 호박 앞에서 걸음을 멈춘 노아.
구매의욕을 마구 자극한 귀요미들. 하지만 우리 집에 오면 먼지투성이가 될 거야...


가을이라 그런지 호박을 이용한 장식이 참 예뻤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놀이터에 놀게 놔두곤 커피 한 잔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신나서 또는 너무 흥분해서 노는 큰 아이들이 많은 관계로 우린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도, 어디에 잠시 앉을 수도 없었다.


그 와중에도 정원사나 플로리스트들은 묵묵히 자기 일을 했고 스프링클러도 열심히 돌아가며 자기 일하기 바빴다. 크리스마스 마켓도 작은 규모지만 참 예쁘다고 하니 올 겨울에는 한 번 들러볼까 한다.


출처: zulaufquell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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