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옥이네 2021년 11월호(VOL.53) 여는 글
지역 농촌을 지켜온 이들의 삶, 역사에 남은 1%가 아닌 역사를 만든 99%의 사람들, 평범하지만 골 깊은 우리 살아가는 모습들.
월간 옥이네 소개글 중 일부입니다. 오랜만에 이 글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내 옆의 이웃, 내가 발 딛고 사는 지역과 공동체의 이야기는 흔히 잊고 사는 것 중 하나이죠. 옥이네를 만들며 듣게 되는 질문도 이런 지점과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담는 게 뭐가 중요해?” 그러게요. 옥이네는 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이번 호는 달라진 제호가 가장 먼저 눈에 띄실 겁니다. 무지갯빛을 담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기원하는 ‘길벗체’로 꾸며보았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부산에서 국회까지 걸어가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을 응원하고, 이에 연대하는 뜻을 담았습니다(이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는 이번 호 기사를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주류 매체에서 차별금지법은 보수 개신교의 반대 여론을 중심으로 다뤄지다 보니 이것이 마치 일부의 시민만을 위하고 나머지를 배제하는 양 비춰지기도 하나 봅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성별이나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인종, 국적은 물론 출신지역이나 용모 등의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혼인여부, 가족이나 가구 형태,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학력, 고용형태, 병력과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 폭넓은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이 법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지금 당장 기득권을 쥐고 있는 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권력은 상대적이기에, 또한 우리는 모두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살기에 언제든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의 23가지 차별 금지 사유를 보며 이 법이 지역, 농촌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을 또 한 번 깨닫습니다. ‘불균형’ 혹은 ‘격차’ 정도의 단어로는 채 다 설명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 그곳에서도 그 기울기가 가장 심각한 지점에 위치한 농촌과 지역. 벼랑 끝에 섰다고 표현할 정도로 어려운 농촌 상황 역시 차별과 혐오에서 기인했습니다.
옥이네가 ‘그런’ 이야기를 담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우리 옆에, 혹은 우리 안에 있으면서도 지워진 무수히 많은 존재. 이번 호 특집에서 다룬 지역 노인의 여가 생활 문제도 같은 맥락이지요. 어디 노인뿐인가요. 농촌이라는 공간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 차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옥이네의 기록은 결국 우리 안의 차별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농촌과 지역, 노인과 어린이·청소년, 여성, 농민과 노동자 등 우리 자신이면서 우리 스스로 지운 존재에 대한 차별을 인식하기 위함이라고요.
그래서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숨 쉬듯 차별과 혐오를 내뱉는 우리의 삶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도록, 이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요. 외면하는 것 자체가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는 것임을 기억해달라고요.
이번 호에서도 옥이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잊혀져가는 지역의 말과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다채로운 빛깔의 이야기가 서로를 이해하는 길로 우리를 인도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가 되고, 당신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실어, 11월호를 독자 여러분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