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옥이네 2022년 1월호(VOL.55) 여는 글
‘기본값’이라는 게 있습니다. 특정 무언가를 지정하지 않는 한 미리 준비해둔 값이 기본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컴퓨터 용어입니다만, 이미 우리 삶 속에도 ‘기본값’은 무수히 많습니다. 달력의 ‘2022’라는 숫자가 낯선 것도, 우리 머릿속 기본값이 아직은 ‘2021’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구나 싶고요.
새해 첫 옥이네 표지의 강렬한 호랑이 그림만큼이나 기사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이 있으실 텐데요. ‘아무개 학생’ 혹은 ‘아무개 청소년’ 정도로 표기해온 청소년 호칭을 ‘씨’로 일괄 통일한 것입니다. 그동안 옥이네는 ‘양, 군’ 같은 호칭을 지양해왔지만 ‘학생’이라는 호칭에서는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성별과 나이를 이분법적으로 전제하는 ‘양’이나 ‘군’은 물론 ‘학생’ 역시 ‘소속’으로 청소년을 ‘나누는’ 호칭이지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을 부르는 호칭이 이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우리 인식의 기본값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옥이네는 새해부터 청소년 역시 ‘씨’로 표기합니다. 청소년을 부르는 기본값을 재설정하는 셈인데요. 바뀐 달력 숫자만큼이나 낯설 수 있지만 이 역시 금세 익숙해지실 겁니다. 지면 안에서의 이런 소소한 변화가 지면 밖 ‘한 걸음’으로 이어진다면 좋겠습니다.
새해 첫 호의 특집에서는 지역 안팎에서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 활동을 담았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삼 우리 역사 변곡점마다 서 있던 청소년 운동의 역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오늘, 지역에서의 청소년 활동이 미약해보일지 몰라도 이런 시간이 쌓여 또 무언가를 이뤄내는 발판이 되겠지요. 이 옆에서 함께 걷고 지지하는 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시민의 역할이겠고요.
이어지는 이야기에도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마을에서의 탄소중립을 향해가는 대전 미호동 넷제로공판장, 탈성장을 주제로 열린 이후연구소 북토크 현장은 기후위기 시대 우리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올해 대선과 지선을 앞두고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도 ‘여성’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지역 장애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를 돌아봅니다. 이런 이야기가 허공에 흩어지고 마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올해 선거는 그런 기점이 되길 바라봅니다. 지난해 말 개국한 옥천FM공동체라디오 소식 역시 눈여겨 봐주십시오. 서울의 눈으로, 서울의 목소리로, 서울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 지역의 눈으로 지역의 삶을 길어 올리는 도구가 옥천에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지역 사람들, 이를 통해 우리 삶을 비춰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지난해를 보내며 기쁜 소식 하나가 옥이네에 날아들었습니다. 기사 제휴를 통해 옥이네 콘텐츠 일부를 제공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에서 2021년 우수 콘텐츠 제휴사로 월간 옥이네를 선정했다는 소식입니다. 옥이네가 해야 할 이야기도, 또 가야할 길도 많고 멀지만 독자 여러분의 응원을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 새해에도 다양한 삶의 결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길에 함께해주십시오. 기본값의 설정을 자유로이 바꿀 수 있는 세상, 그런 눈을 기르는 옥이네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