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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슬욱 Nov 05. 2019

차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이유

홍콩의 대중교통 

    인구밀도 세계 최고의 도시 중 하나인 홍콩. 이 복잡한 도시에서 시민들이 쉽게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다면, 가뜩이나 좁고 혼잡한 도로는 차로 가득 차 하루 종일 교통 체증에 시달릴 것이다. 홍콩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새로운 자동차 구입에 엄청난 세금을 매기고 있으며, 자동차 주차 비용도 따로 부과하고 있다. 홍콩에서 자기 소유의 차량을 주차하려면 주차 용지를 "구매"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월세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 또한 보통 200만 원 선으로 적지 않다. 일반 시민들은 자동차 구매에 따른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 자동차를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홍콩 정부는 시민들을 위해 자동차가 없어도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다양하고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추어 놓았으며, 이 중에는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대중교통도 있다. 오늘은 독자분들께 홍콩 대중교통 종류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다. 


# 1. 2층 버스

    지하철 (MTR)과 더불어 홍콩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인 2층 버스. 한 번에 최대한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르기 위해 홍콩 버스는 대부분 2층이다. 1층 버스가 가끔 있긴 하지만, 사람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노선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버스 회사는 5개가 있으며 그중 Kowloon Motor Bus Co. (KMB)와 Citybus사의 버스가 가장 많다. 버스 노선은 700개에 달하며, 총 버스 대수는 5,800대 이상이다. 홍콩에 있는 작은 섬을 제외하고는 버스를 타고 홍콩 어디든 다다를 수 있을 정도로 버스 노선과 대수가 많다. 1층을 반으로 갈랐을 때, 맨 앞쪽 좌측에는 정문 (탑승문)이 있고 우측에는 운전석이 있으며 그 뒤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계단 뒤편에는 짐칸이 있으며, 짐칸 건너편에는 후문이 있고 그 뒤로는 좌석이 있다. 요금은 선불이기 때문에 앞문으로 탑승하며 지불히야 하며 하차는 후문으로 한다. 2층은 좌석으로 꽉 차있다. KMB사 버스를 기준으로 1층에는 35석의 자리가 있으며, 2층에는 63석이 있다. 2층에는 사람이 서서 갈 수 없으며, 1층에는 공식적으로 48명의 승객이 서서 갈 수 있다고 하니 버스 한 대의 최대 탑승 인원은 148명에 달한다. 

홍콩의 2층 버스

    배차 간격은 승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의 경우 10분 이내이며, 보통 시간대에도 10분 내외로 매우 짧다. 중심가로 향하는 버스가 아닌 경우 이용하는 손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배차간격이 20분 이상인 버스도 있다. 이렇게 버스 안에는 좌석이 많고 배차 간격 또한 짧지만, 버스는 항상 승객들로 붐빈다. 2층의 맨 앞자리는 약 270도 정도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투어 버스 못지않은 경치를 즐길 수 있지만 사고가 나는 경우 승객이 앞으로 튕겨나가 유리를 깨고 밖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로 앞쪽 자리를 기피하는 승객들도 꽤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버스끼리, 혹은 버스와 다른 교통수단 사이의 환승은 불가능하다. 노선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부과되기 때문에 짧은 거리를 탑승하면 1,000원 내외로 적은 요금이 나올 때도 있고, 반대로 먼 거리를 탑승하면 3,000원 이상의 요금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홍콩섬과 다른 지역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의 경우 필수적으로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잇는 터널을 통과해야만 하는데, 이러한 노선들의 경우 버스요금에 터널 이용요금이 포함되어 있어 가격이 비싸진다.

2층 버스의 2층 좌석 모습


# 2. MTR

    MTR (Mass Transit Railway)은 홍콩의 지하철로 2층 버스와 함께 홍콩을 대표하는 대중교통이다. 환승 시스템이 매우 잘 갖추어져 있는데 특히 몽콕, 프린스 애드워드 등과 같이 유동인구가 많고 복잡한 역의 경우 동일한 플랫폼에 서로 다른 두 개의 노선이 다니고 있어 아주 간편하게 환승할 수 있다. 다른 환승역의 경우에도 환승 거리가 길지 않아 간편하게 환승할 수 있는데, 환승 시 이동거리를 짧게 한 이유 역시 높은 인구밀도에 의한 역내 혼잡을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2층 버스와 마찬가지로 홍콩 대부분의 지역을 다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 지하철과는 달리 기본요금이 없어 요금은 철저히 거리에 따라 계산된다. 하나 혹은 두 개의 역만 이동할 경우 500원 이내로 요금이 매우 싸며, 거리가 길어지면 3,000원 이상의 요금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2층 버스와 마찬가지로 홍콩섬과 다른 지역 사이를 이동할 때는 해저 터널을 지나가야 하므로, 해당 운임이 교통비에 포함되어 가격이 비싸진다.

홍콩 지하철 역 내부

    MTR의 배차간격은 버스보다도 훨씬 짧다. 이용자가 많은 파란색 홍콩섬 라인이나 구룡반도와 홍콩섬 사이를 잇는 빨간색 라인의 경우에는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 배차 간격이 1분 이내로 매우 짧아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은 출발지점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이 승객들로 가득 찬다. 센트럴 역에서 출발하는 빨간색 라인의 경우, 한 플랫폼에 승강장이 2개가 있어 양쪽에서 열차가 번갈아가며 출발할 정도다. 도착 시각을 99.9%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시위 상황은 제외). 개인적으로 정확한 시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앉아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버스보다 자주 이용하고 있다. 최근 MTR 소유 회사인 "MTRCL"에서 홍콩 시위자들을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가 시위대에 의해 카드 기기를 비롯한 역 내 시설이 파괴되고, 입구가 불타는 등 시위대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갈등으로 최근에는 10시 이전에 모든 열차 서비스를 종료하는 날이 잦아지고 있고, 운행이 잠정 중단된 역이 생길 정도로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3. 미니버스

    미니버스는 홍콩의 가장 특색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대부분 도요타 사의 코스터 (Coasters) 모델인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마을버스와 흡사하지만 그 크기가 조금 더 작다. 홍콩 전역에서 4,300대 이상의 미니버스가 운행 중이며, 2층 버스가 가지 않는 장소를 다양한 경로로 구석구석 다니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이 상당히 자주 이용한다. 버스는 원래 16석이었지만, 최근에 출시되고 있는 모델의 경우 3석이 늘어나 19석이며 서서 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배차간격은 2층 버스와 MTR만큼 짧은데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면 미니버스 역마다 역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이 근무하고 있어 사람이 많을 경우 배차간격을 줄이고, 반대로 사람이 없는 경우 배차간격을 늘리기도 해 배차 운영이 매우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비비안과 함께 10월의 한 주말에 코즈웨이 베이에서 스탠리로 가는 미니버스를 대기하고 있었는데, 대기자 수가 50명 이상이 될 정도로 길어졌다. 이때, 현장에서 근무하던 관리자가 배차간격을 조정하여 3대의 버스가 연속으로 와서 기다리고 있던 거의 모든 승객들이 한거번에 버스를 탑승하고 이동할 수 있었다.

    예전 미니버스의 경우 실내에 하차벨이 없어서 내릴 때 기사님에게 꼭 "다음 역에 내린다"라고 알려줘야만 했는데, 만약 기사님에게 말하지 않으면 버스는 해당 역에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이러한 방법은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관광객들이 기사님과 소통하기 어려우며, 심지어 현지인들까지도 하차할 때 부담을 느낀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출시되고 있는 19석 미니버스의 경우 실내에 하차벨이 있어 내려야 할 때 벨을 누르면 기사님이 해당 역에서 차를 세워준다. 미니버스 역시 환승은 불가능하며,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버스 안에 속도 표시 전광판이 있어 승객들이 실시간으로 버스의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법적으로 80km/h 이상으로 운행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도로에 차가 많지 않을 때 종종 80km/h 이상의 속도로 달리기도 한다. 

운행 대기 중인 비니 버스


# 4. 트램

    홍콩의 명물인 트램은 홍콩섬에서만 운행되고 있는 독특한 운송수단이다. 철로는 홍콩섬 북쪽의 동쪽 끝과 서쪽 끝을 연결하고 있으며, 운행 경로는 홍콤섬 MTR라인 (파란색)과 거의 비슷하다. 가끔 홍콩섬 가운데에 있는 경마장 "Happy Valley"로 빠지는 차량도 있다. 총 운행 대수는 165대이며, 1904년에 운행을 시작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역의 개수는 120개에 달하는데, 그만큼 역의 간격이 촘촘하여 빈번하게 정차한다. 차량은 모두 2층이며, 구조는 2층 버스와 비슷하다. 1층 오른쪽 앞에는 운전석이 있고, 운전석 뒤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으며, 계단 뒤로는 승객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다. 2층에는 좌석이 가득 들어차 있다. 내부에서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데, 여름에는 비록 뜨거운 바람이 들어오긴 하지만 운행할 때 바람이 사방으로 들어오면 꽤나 시원하다. 독특한 외부 모습과 더불어 내부 모습도 예전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탑승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2층에서는 탁 트인 시야로 홍콩섬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홍콩섬의 트램과 정류장

    가격은 2.6 HKD (약 400원)으로 매우 저렴한데 운행 요금이 고정이라는 것이 독특한 특징이다. 역 하나를 가던, 종점에서 종점을 가던 요금은 같다. 또 다른 특징은 하차할 때 요금을 지불한다는 점이다. 승차는 뒷문으로 하면 되고, 하차할 때 앞문에서 교통비를 지불하고 내리면 된다. 관광 코스로 유명한 트램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홍콩 사람들이 트램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 아침저녁으로 이용하며, 홍콩섬 내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탑승하기도 한다. 막히지 않아 좋지만 배차간격이 긴 편이라 역에서 차량을 대기해야 할 때도 종종 있다. 차량 한 대를 통째로 대여하여 파티를 즐길 수도 있는데, 가끔 파티가 열리는 트램을 마주치기도 한다. 선로가 차도 옆에 나 있어 버스 및 자동차와 함께 거리를 달리는 게 매력적이다.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홍콩의 빌딩 숲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트램을 감상하며 홍콩의 정취를 느껴보기도 한다.

트램과 함께 달리는 버스와 차량을 보는 정취가 매력적이다


#5. 배

    바다와 접해있는 도시답게, 홍콩에는 배가 많이 다닌다. 화물선은 물론 여객선도 많이 운행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노선은 홍콩섬의 중심지인 센트럴과 구룡반도의 중심지인 침사추이를 있는 "스타페리 (Star Ferry)"로 2.2 HKD (약 330원, 평일 요금 기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약 7분 정도만에 양쪽을 오고 갈 수 있으며, 선상에서 탁 트인 홍콩섬과 구룡반도의 경치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운행 간격은 10분 이내로 매우 짧으며,  하루 평균 147대의 배가 운행되고 있다. 홍콩에는 홍콩섬뿐만 아니라 라마 섬, 청자우 섬, 펭자우 섬, 칭이 섬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많이 있는데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모든 홍콩 섬은 배를 탑승하여 갈 수 있다. 대부분의 배는 홍콩섬의 센트럴 피어 (Central Pier)에서 출발한다. 배를 탑승해야 갈 수 있는 섬은 홍콩의 다른 지역에 비해 한적하고, 홍콩만의 색깔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가 많다. 


    홍콩 정부는 차량 소유를 엄격하게 제안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홍콩의 어느 장소든 문제없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통수단과 편리한 교통 시스템을 확충해 놓았기 때문에 시민들은 개인 소유 차량이 없다고 할지라도 생활하는 데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한 도시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인구밀도도 높고 복잡하여 불편할 때도 있지만, 다른 도시에 비하여 시설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편리하기도 하다. 교통 시스템도 그중 하나이며, 홍콩 교통수단은 단순히 승객을 이동시키는 "교통수단"이 아닌, 홍콩을 대표하는 "문화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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