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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슬욱 Feb 05. 2020

홍콩의 특별한 식문화

다양한 딤섬과 광동 음식을 즐기는 얌차

    홍콩에는 "얌차(飲茶)"라고 하는 독특한 식문화가 있다. 마실 음(飲)과, 차 차(茶)가 결합된 단어로 직역하면 "차 마시기" 정도가 되겠지만, 사실 얌차에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 이상의 복합적인 행위와 문화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얌차는 주로 아침이나 점심에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중국식 원탁에 둘러앉아 우리에게도 익숙한 딤섬을 포함한 다양한 음식과 차를 주문하여 식사를 즐기는 행위를 뜻한다. 즉, “얌차” 안에는 원래 뜻대로 차를 마시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현재 홍콩에서 통용되는 얌차라는 단어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가까운 사람들과 다양한 음식을 차와 곁들여 즐기는 것”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원탁 주위로 둘러 앉아 식사를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얌차

    홍콩 사람들은 꽤나 자주 얌차를 즐기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얌차를 즐기는 날은 중국 대표 명절인 설과 추석이다. 명절 연휴 중 최소 한 끼는 가족끼리 모여 꼭 얌차를 즐기며, 가족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스무 명에서 서른 명 정도의 가족 구성원이 모이기 때문에 식사 규모가 상당히 크다. 모든 가족이 한 식탁에 앉기 힘들기 때문에, 보통 10인용 식탁 2~3개에 나누어 앉는다. 명절 외 일반적인 날에도 가족들과 안부를 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목적으로 가볍게 얌차를 즐기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서너 명부터 열명까지 인원수가 다양하다. 또한, 사업 파트너, 친구들끼리도 모여 얌차를 즐기기도 한다. 혼자나 둘이 얌차를 즐기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드물다. 얌차는 많은 음식을 주문하여 차와 함께 천천히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식사시간은 최소 한 시간에서 긴 경우 두세 시간까지 길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얌차에는 식사의 기능은 물론이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 사회적 기능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식 호텔 얌차 식당 (좌), 전통식 얌차 식당 (우)

    얌차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주문하여 사람들끼리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얌차를 제공하는 식당은 음식 양을 적게 하는 대신, 각 메뉴를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가격 부담 없이 최대한 많은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새우 딤섬의 경우 한 통에 약 3,000~4,000원 정도로 저렴하지만, 한 통에는 대부분 4개의 딤섬이 들어가 있어 양이 상당히 적으며 이는 다른 딤섬 종류 (돼지고기, 야채 딤섬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얌차 식당에서는 전채요리부터 빵, 식사, 단품 요리, 밥, 면, 만두, 딤섬, 그리고 젤리나 떡 같은 디저트까지 대부분의 광동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일부 식당에서는 선택의 폭을 넓혀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음식까지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조금씩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얌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돼지고기 딤섬 (좌)과 새우 딤섬 (우)

    얌차는 대부분 참석자들이 원활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원탁에서 즐기며, 식탁의 크기는 4 인용부터 10인용 이상까지 다양하다. 주로 친한 사람들끼리 즐기기 때문에, 엄격한 식사 예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식사 예절이 있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그릇, 수저, 찻잔, 컵 등을 따뜻한 물로 한번 더 닦아주고, 옆 사람의 찻잔이 비었을 경우 채워줘야 하며, 한 사람당 음식용, 식사용 젓가락이 두 개 제공되는데 음식은 꼭 음식용 젓가락을 이용하여 덜어먹는 것 등이다. 얌차를 즐길 때는 원래 뜻처럼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꼭 차를 곁들여야 하는데 차는 보통 녹차, 홍차, 철관음차, 보이차 등이 제공된다. 약 10 HKD (약 1,500원) 정도 되는 기본 찻값이 인원 수대로 부과되는 것이 특징이며, 기본 찻값만 내면 식사가 끝날 때까지 추가 요금 없이 무제한을 차를 즐길 수 있다. 따뜻한 차만 제공되는 곳이 대부분이며, 음식 중에는 기름기가 많고 느끼한 음식이 많기 때문에, 차와 궁합이 상당히 좋다. 전산 주문으로 바뀐 식당도 꽤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얌차 식당에서는 옛날 주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메뉴가 적혀있는 종이에 먹고 싶은 음식 옆에 체크를 하여 점원에게 전해주면 된다.

항상 차를 곁들인다
무 케이크 (좌), 굴죽 (우)

    얌차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가짓수는 많지만, 그 종류는 정형화된 편이다. 대표적인 얌차 음식으로는 청판 (Rice Roll), 중국식 삶은 야채, 다양한 종류의 딤섬, 무 케이크 (Radish Cake), 죽 등이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딤섬은 사실 얌차 식당에서 제공하는 광동 음식 중 하나다. 딤섬은 얌차를 즐길 때 다른 음식과 함께 주문하여 먹는 것이 대부분이며, 딤섬만 먹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옛 홍콩 사람들은 새장 안에 새를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시민들은 아침에 새장을 들고 산책을 한 뒤, 얌차 가게에 아침식사를 가러 갔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얌차 가게에는 천장이나 벽 등에 새장을 걸 수 있는 새장 걸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새를 집에서 키우지 않게 되었고, 사스와 조류독감을 경험한 홍콩 정부는 법적으로 얌차 식당에 새를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여 지금은 얌차 가게에서 새장 걸이를 찾아볼 수 없다 (홍콩섬 센트럴의 린헝 같은 얌차 가게에서는 그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기는 하다).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고, 친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얌차는 홍콩 사람들에게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식사가 아닌, 사람들끼리 희로애락을 나누는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청판 (Rice Roll)
중국식 삶은 야채
 푸딩 (좌), 망고 디저트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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