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부동산 문제
현재 홍콩 부동산에서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집의 가격은 5,250억 원으로, 홍콩섬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홍콩섬의 피크 (The Peak) 근처에 있는 집이다. 지난 2018년 1,350억 원에 거래된 이 집은 현재 약 5,250억 원 (평당 11억 원)까지 가격이 올라, 홍콩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집이 되었다. 1991년 지어진 이 집은 4개의 침실과 4개의 화장실이 딸려있는 약 459평 크기의 넓은 공간을 갖고 있고, 주변이 국립공원의 우거진 산림으로 둘러싸여 있어 사생활 보호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집에서 아름다운 홍콩섬 풍경을 즐길 수 있어 비싸긴 하지만, "비싼 값"을 한다는 평도 꽤 있다.
극단적인 예를 가져왔지만, 서민들의 주거 공간으로 범위를 확장시켜 보았을 때도 홍콩의 집값은 여전히 비싸다. 아래 표는 2020년 2월 14일 기준, 홍콩의 16개 행정구역의 집값의 평균을 나타낸 것이다. 가장 비싼 지역은 홍콩섬 중심가에 위치한 완차이 지역으로 1평당 약 1억 3,400만 원이며, 가장 싼 지역은 서북쪽 중국 선전과 인접한 윤롱 지역으로 1평당 약 6,000만 원이다. 전체 지역 1평 당 가격의 평균은 9,075만 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 서민은 집을 장만하기가 매우 어렵다. 2020년 기준 홍콩 성인 남성의 평균 임금은 약 287만 원, 성인 여성의 평균 임금은 약 221만 원이다. 위 수치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았을 때, 남성 기준으로 40년 동안 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야 15평짜리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다.
홍콩은 지난 몇십 년 동안 비싼 집값 문제로 계속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 최상위권의 높은 인구 밀도에 더불어, 계속해서 늘어나는 인구 (2017년 기준 약 730만 명, 출처: 세계은행), 거기에 1997년 이후 중국 본토에서 이주한 중국인들의 집 구매 등이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홍콩에는 호수, 산지, 섬 등이 많아, 거주하거나 상업 빌딩을 지을 수 있는 가용면적이 전체 영토에 25%밖에 되지 않아 개발에 많은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주택이 부족하다고 하여 그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심각성을 느낀 홍콩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공공주택을 확충하고 분양하여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홍콩의 전체 인구 중 53%가 민영주택에 살고 있으며 31%가 정부 소유의 공공주택을 임대하여 살고 있으니, 공공주택에서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이 꽤 높다. 민영 주택과 공공주택을 결합한 형태의 반(半) 공공주택도 있다. 이 두 가지 주택의 경우, 신청자의 소득 수준, 가족관계, 집 소유 여부, 나이, 결혼 여부 등 다양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부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홍콩 시민을 선정하여 직접 분양한다. 그러나, 신청자에 비해 분양할 수 있는 주택 수가 턱없이 부족하여 홍콩 사람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이 집을 분양받는 것이 복권 당첨될 확률보다 낮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현재 꽤 많은 홍콩 젊은이들은, 평생 돈을 모으더라도 집을 구매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전세 개념이 없는 홍콩에서 집 구매를 포기하고 월세로 살아가지만, 월세의 경우도 만만치가 않다. 센트럴, 성완,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등 홍콩 중심가의 경우, 3개의 침실이 딸린 집의 평균 월세는 약 660만 원이며, 원룸 평균 월세는 약 250만 원이다. 외곽지역의 경우 중심가보다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월세는 각각 350만 원, 165만 원으로 여전히 비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계속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경우가 많으며, 결혼하더라도 독립하지 못하고 배우자와 함께 양가 부모 중 한쪽의 집에서 처가 혹은 시집살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상당히 많은 홍콩인들이 집값 상승의 원인을 온전히 중국인들의 홍콩 유입과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매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중국인들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하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홍콩은 절대적인 면적이 작은 데다가 가용면적 또한 전체 영토의 25%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좁은 땅에 730명에 육박하는 시민이 부대껴서 살다 보니 주택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집값 상승은 필연적이다. 더불어 중개 무역이 활발하고,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서 수많은 외국인과 외국 자본이 몰리는 도시의 특성도 집값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일 것이다. 매년 많은 홍콩인들은 집값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이민을 적극적으로 반기는 "이민자들의 나라"로 떠나고 있는 현실은, 영국의 식민지 제국주의의 부산물로 생겨난 홍콩의 특징인 "정체성의 결여"가 홍콩에서 나고자란 시민의 "떠도는 인생"으로 귀결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원화 환산 시 환율은 일괄적으로 1 HKD=150원으로 계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