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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윤 Aug 09. 2022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은요

서비스직을 하고 싶었지만, 호텔리어를 꿈꾸지는 않았습니다.

"호텔경영학과 나왔어?"


호텔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질문이었다.

직업의 이름이 들어간 학과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전문성을 부여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기에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호텔리어는 호텔경영학과를 전공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실제로 어릴 적부터 호텔리어를 꿈꾸는 분들은 호텔전문대학, 호텔경영학과, 스위스 호텔학교 등 호텔 관련 진학을 하곤 한다.



"아니요, 다른 학과 나왔어요"


"그럼 어느 학과 나왔어?"

"아, 자율전공이요."


호텔전공학과가 아닌 비전공자인 것도 신기한데, 한번 들으면 '오잉? 무슨 학과지?'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전공이라 그런지 내 대답에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호텔에서 전공으로 시선이 옮겨지곤 했다.

나이가 쌓이고 연차의 무게를 적립하며 살아갈수록 대학교의 전공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 '나도 이 전공을 했다면 조금 더 전문적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아무튼 호텔리어를 선택함에 있어 전공의 영향은 없었지만, 서비스직을 꿈꾸기까지 대학 시절은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대학 시절이라기보다는 그때 했던 아르바이트'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교 시절, 다른 친구들은 MT에 가고 동아리하고 대외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교류를 쌓아갈 때 나는 집안 형편상 학교 수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4년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그나마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었던 시간은 수업 중간중간 비어있는 공강 시간과 아르바이트가 끝난 밤 11시, 12시 이후였다.

야식전문치킨집, 의류매장, 물류창고, 콜센터, 카페 등 시간과 시급만 맞으면 닥치는 대로 했다. '알바몬'이라 불리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갔고, 대부분의 아르바이트가 그렇듯이 서비스직을 가장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렇게 공부보다는 '어서 오세요'와 '친절한 미소'에 더욱 익숙해져 버린 대학 생활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평범하지 못했던 대학 생활에 대한 아쉬움도 컸지만, 덕분에 자연스레 나의 진로가 서비스직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승무원이 하고 싶었다.

서비스직을 꿈꾸며 마냥 아무 서비스직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나름 나의 성향과 잘 맞는 서비스직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때마침 대학 졸업하기 전 갔다 왔던 워킹홀리데이의 여운으로 여행에 대한 욕구가 마구마구 샘솟고 있었던 찰나여서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더욱이 나의 '천직'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마음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승무원의 면접은 상당히 많은 조건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키라던지 몸무게라든지 특히 나이라든지.


통상적으로 27살은 승준생(승무원 준비생의 준말)의 마지막 나이로 불린다. 하지만 나는 27살에 대학교 졸업을 하였고, 막차를 이미 놓친 줄도 모른 채 28살에 첫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겨우겨우 얻게 된 나의 첫 천직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의 항공사는 전부 공부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쌓으며 지원할 수 있는 아니 28살도 서류를 통과시켜 준 이력이 있는 항공사를 찾기 시작했다. 결국, 키 160cm, 나이 28의 스펙을 가진 내가 지원할 수 있는 항공사는 단 하나뿐이었다.


'최대한 어려 보이게 해주세요'라며 포토샵을 잔뜩 뿌려놓은 사진 덕인지, 아이러니한 조건의 지원 스펙이 어이가 없어서 항공사조차도 궁금했던 것인지 1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두 번이나 서류에 합격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한계가 너무 뚜렷해서였을까. 높디높은 조건의 벽처럼 항상 마지막 순간을 넘기지 못했다. 그렇게 2번의 면접을 보고 나니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스물아홉,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의 벽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나이에 도달했다.


'승무원 말고 뭐가 있을까. 승무원 말고 뭘 하고 싶을까...'

천직이라 여길 만큼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나의 첫 꿈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부상을 입은 운동선수마냥 모든 것이 막연함과 답답함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다시 대학교 졸업 직후의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갔다.


채용사이트의 직무 리스트를 하나하나 훑으며, 서비스 직군에 어떤 업무가 있는지 확인했다.

영업직, 면세점판매, 비서... 서비스에 관한 새로운 직업을 알아갈수록 오히려 알 수 없는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아무' 서비스직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는데.


하지만 찾아야 했다. 나와 맞는 아니 적어도 나와 맞는다고 생각이 드는 직업을.


                    



호텔 상식 :
호텔은 크게 국내 브랜드 호텔과 해외 브랜드 호텔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 브랜드 호텔 : 신라, 롯데, 워커힐(SK), 켄싱턴(이랜드) 등
외국계 브랜드 호텔 : 메리어트, 아코르, 힐튼, 인터컨티넨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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