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터스: 물류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엄지용
· 제목 - 커넥터스: 물류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 저자 - 엄지용 저
이 책은 물류가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역할을 넘어서 현대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여준다. 정보와 인사이트가 많아서,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기보다는 한 줄씩 천천히 읽어야 했다.
저자는 네이버, 쿠팡 등 현대 기업들이 어떻게 물류를 혁신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 산업을 현대 경제의 혈관에 비유하며,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든 물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물류가 단순한 운송과 보관을 넘어 서비스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전달한다.
물류의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유휴 공간과 유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1제곱미터, 1초조차 낭비하지 않으려는 현대 사회의 노력이 놀라웠다. 공간은 고정된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연결’을 통해 지속해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는 서비스 개선과 비용 절감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빠른 배송이 비즈니스 성장에 중요한 요인이 된 사례를 통해, 이제는 느린 배송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꼈다.
저자는 또한 택배 및 배달 기사 등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서도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노동자, 고객, 사업주 모두가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이해했다.
전통적인 택배부터 최근 몇 년 우리 생활에 파고든 음식 배달,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 이슈와 이커머스의 변화까지 넓은 주제를 다뤘다. 모든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에 주제별 깊이는 얕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신 빠르고 거대하게 변한 산업 이야기를 책 한 권에 물 흐르듯 엮은 덕분에 전반적으로 훑어볼 수 있었다. 여전히 진화 중인 이커머스와 모빌리티 운송을 이해하고 싶다면 지금 읽기를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사용하지 않던 쇼핑 앱들이 생각났다. 미뤄 두었던 옷 쇼핑도 하고, 오늘 저녁은 배민이나 쿠팡이츠에서 :)
제가 생각하는 물류는 세 단어로 압축할 수 있어요. 바로 ‘공간’, ‘이동’, ‘그리고 ‘연결’ 입니다. 모든 물류는 ‘연결’이 만듭니다. 어떤 위대한 사람, 거대한 기업이더라도 혼자서는 물류의 완결성을 만들 수 없습니다. 세계 최대의 물류 네트워크를 보유했다고 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 세계 최대의 물류기업 DHL조차도 모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진 못합니다.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죠.
- 공간과 이동, 연결의 가치 14p
물류의 목표는 ‘파편화된 가치사슬을 흐르는 재화에서 비효율을 찾아 개선하고 전체 가치사슬의 효율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체를 보는 시각이다. 부분 최적화는 항상 전체 최적화를 담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다. 부분의 비효율은 언제고 전체 최적화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전체 최적화 관점으로 풀필먼트 보기 58p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은 저서 <발명과 방황>을 통해 ‘10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것을 아는 것이 10년 뒤에 어떤 것이 변할지 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빠른 배송은 10년 뒤에도 변치 않는 것이다. 10년 뒤에도 아마존 고객들은 빠른 배송을 원할 것이다. 그 누구도 배송이 조금 느려져도 괜찮다고 이야기할 고객은 없을 테니 말이다.
- B마트는 ‘로켓’이 될 수 있을까 108p
더 나아가 마이크로 풀필먼트를 따라다니는 비용이 계속해서 부담된다면 아예 관점을 바꿔보면 어떨까. 물류로 돈을 벌 생각은 잠시 내려두자. 대신 물류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을 다른 가치로 치환한다고 생각해 보자. 종전의 비용 절감의 물류가 아닌 매출 창출의 물류를 목표로 하자. 만약 물류로 소진하는 비용 이상으로 충성고객을 획득하고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마이크로 풀필먼트의 효용을 검증할 수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라이브커머스가 충돌한다면 어떨까.
- 이종에서 찾는 MFC의 가치 118p
마종수 교수가 ‘첨단 물류센터는 필요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업체가 마켓컬리였다. 그는 마켓컬리가 대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첨단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했다면 ‘CAP(Excapital expenditures(미래 이윤을 위해 투자한 비용))’을 못 버티고 진즉에 망했을 것이라 평가했다. 실제로 마켓컬리가 성장하던 시기 롯데마트가 새벽배송의 시장성을 타진했는데,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게임으로 보였다고 한다. 그전에 롯데마트가 매장 인프라를 활용한 당일배송, 시간지정배송망을 운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새벽배송에 맞추기 위한 포장비, 배송비가 답이 안 나왔다는 것이다.
- 첨단 자동화는 필수인가 149p
유휴 시간의 공유는 여러 산업에서 이미 관측되고 있다. 늦은 저녁부터 심야까지 업무를 하는 대리운전기사에게 낮 시간은 유휴 시간이다. 그들은 이 시간을 활용해 렌터카 차량을 특정 위치에 재배치하는 탁송 업무를 한다. 출근과 퇴근 사이 중간 시간은 지하철의 유휴 시간이다. 법률상 무임승차가 가능한 65세 이상 노인들이 이 시간을 활용해 지하철로 화물을 나른다. 어떤 배달대행업체는 음식 배달의 유휴 시간에 놀고 있는 라이더들을 활용하여 공유 전동킥보드 배터리 교체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산업의 유휴 시간과 피크 타임을 공유하여 더 높은 효율과 생산성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여객과 화물은 자연스럽게 섞였다.
- 유휴 시간의 공유 183p
우리는 안전하게 달리고 싶다. 안전하게 달리고 기왕이면 돈도 만족할 만큼 벌고 싶다. 전속 계약 라이더 월급이 250~270만 원 정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는데 이 정도면 살만해 보이는가.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감수하고 있을지 모른다.
- 플랫폼 노동의 양면성 216p
요약하자면, 풀필먼트는 자사 상품(1PL-직접 물류, 2PL-자회사 물류)이든, 타사 상품(3PL-3자 물류)이든 물류창고 안에 미리 재고를 입고하고 고객 주문에 따라서 랙(창고에서 제품 또는 부품을 수납하기 위한 대)에 보관한 상품을 피킹, 포장해 배송차량 출고까지의 프로세스 최적화를 목표로 한다는 측면에서 B2B 기업 물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것은 매일매일 수많은 고객들의 주문을 처리해야 하는 이커머스 특성이 결합되면서 난이도가 올라갔다는 점이고, 이에 따라 새로운 물류 시스템이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 기업 물류와 풀필먼트의 차이 284p
풀필먼트 서비스의 시초라고 여겨지는 아마존에서 풀필먼트는 ‘이커머스 물류’라는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아마존에서 풀필먼트는 ‘만족스러운 고객 주문 처리’를 뜻한다. 고객의 주문을 받아서 만족스럽게 처리해 주기까지는 어떤 일련의 과정이 있을 수 있다. 작게는 빠른 배송, 편안한 반품이 될 수도 있다. 조금 더 넓게 보자면 글로벌을 아우르는 방대한 상품 소싱을 지원하는 것도, 인플루언서 라이브 영상 콘텐츠를 통해서 상품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는 방법을 지원하는 것도 고객 만족과 연결된다. FBA라는 이름만 안 붙어 있지. 이미 모두가 아마존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 넓은 의미로 풀필먼트를 바라보자 28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