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공룡 Jun 25. 2024

깨끗한 산책로

< 윤공룡 그림일기 >


#. 깨끗한 산책로


 비가 내린 뒤 맑은 하늘을 맞이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을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산책이지만, 산책로에는 지난날 내린 비로 인해 땅 속에서 숨을 못 쉬어 올라온 지렁이들이 미처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말라죽은 것이 많이 보입니다. 징그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한 마음을 갖고 그대로 피해 다니며 갈 길을 갔는데요.


 때마침 들어선 한편의 산책로는 다른 길과는 다르게 유난히도 깨끗한 상태입니다. 어찌 된 영문일까요? 계속해서 걸어가다 보니 눈앞에 할머니 한 분이 보입니다. 할머니께서는 뒷짐을 지고 걸어가시며 한 손에는 봉투를 다른 한 손에는 막대기를 들고 가셨습니다. 막대기를 이리저리 휘익 휘익 흔드시길래 무얼 하는 건가 하고 자세히 보니... 맙소사. 지렁이를 치우고 계셨던 것!!


 할머니께서는 그 많은 죽은 지렁이를 막대기로 다시 풀숲에 보내고 계셨고, 쓰레기까지 줍고 계셨습니다. 아. 할머니께서 지나가신 길이라서 이렇게 깨끗했던 거구나. 할머니께서는 살아오신 삶도 맑고 투명하고 깨끗하실 것만 같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불편해할 것을 생각하신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마음이 너무나도 곱고 이뻐 보였던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매거진의 이전글 바나나 알레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