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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미 Nov 12. 2024

무기력함과 싸우고 있습니다.

회피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휴직한 지 2주 차입니다. 야심 차게 세웠던 루틴은 주말이 지나면서 무너졌습니다. 식욕은 늘어서 2인분씩 먹게 되고, 먹고 나면 졸리고, 졸리니까 누워있고 싶습니다. 지난주에는 루틴 대로 잘 되었는데, 어제와 오늘은 이래서 쉬어도 되고, 저래서 쉬어도 된다며 자꾸만 핑곗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가습기를 꺼내서 씻었습니다. 씻지 않고 넣었두었는지, 씻어서 넣어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상태가 양호한 것을 보니 씻어 두었나 봅니다. 지난날의 부지런한 내 덕분에 가습기 청소가 수월했습니다. 이불 정리도 했습니다. 이따 오후에 잘 누워있을 수 있게, 나를 도왔습니다. 이제 운동을 하면 완벽한 하루입니다.


운동을 하려고 운동복으로 옷을 갈아입으려다가, 잠옷을 입었습니다. 너무 먹어서 배가 터질 것 같은데, 누워있고 싶어 졌습니다. 운동을 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합니다. 땀이 나기까지 버텨낼 자신이 없습니다. 숨이 차오를 생각을 하니 답답해져서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누워서 생각하니 한심합니다. 그따위로 비 생산적으로 살면 안 된다고 자책하는 마음이 올라오면서 동시에 괜찮다고 좀 쉬어줘야지 위로하는 마음도 같이 듭니다. 오늘은 위로하는 마음의 손을 들었습니다. 이런 마음이 ’ 무기력함‘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나는 분명 무기력한데 적당히 무엇인가 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 나를 관찰해 보면, 시작하기가 두려운 무엇인가가 있어서 그걸 외면하느라 회피하는 마음이 강할 때입니다. 그럴 때 그 시작을 직면하지 못하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치움으로써 자신감을 쌓습니다. 자잘한 성취감이 여럿 쌓이면, 그걸 기반으로 선 듯 직면할 용기가 생길 것을 압니다. 아직 그 용기가 다 차오르지 않아서 그렇다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마감 기한도 아직 여유가 있으니, 내일의 내가 애쓰고 집중하면 후루룩 해낼 수 있다고 믿어줍니다. 믿는 마음을 내니 이제야 글도 써집니다. 그렇게 나를 믿는 한걸음, 글쓰기를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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