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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츠 리부트 Dec 27. 2023

하다 보니, 하게 된다.

그렇게 내 생애 첫 나이키 신발 

해봐. 그냥 해보라고.

요즘을 살아가는 내게 가장 필요한 말이다. 어느 날부터 서점에서도 인스타에서도 실행력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기계류의 이야기가 나오는 자리에선 ‘실행이 전부다”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실행이 뭐 대단한 거길래 어려운 걸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실행을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은, 적어도 나는 게으름 혹은 주저함 둘 중 하나에 눌려 지냈다. 당장 닥친 문제에 대해서는 꾸역꾸역 움직여 보지만 그렇지 않은 일에는 부동자세를 취하곤 한다. 어렵게 발을 뗀 경우조차 몇 발자국 딛다 말고는,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로 급마무리 하곤 했고.
  위시리스트가 쌓여갈수록 실행력은 바닥을 향해 가던 내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됐다. 20년 넘게 걸렸다. 광고기획자로 사회에 입문해 글로벌 금융회사로 이직해 마케팅, 브랜딩 일을 한 지 24년이 지나고 나서야 ‘내 일’을 시작하게 됐다.


  돌아보면 경력과 경제력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순 없었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뭔가 시작한다는 두려움도 한몫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정확히 뭘 해야 되는지 방향을 잡지 못한 게 크다. 내 일을 하고 싶은 거. 그런데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는 거. 어찌 보면 뭘 하고 싶은 지, 뭘 잘할 수 있는지, 뭘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생각의 실행조차 안 했는 지도 모른다.
  그러던 내가 행동할 수 있게 된 건 ‘하다 보니’였다. 3년 전, 휴직후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코로나가 한창때라 하고싶은거 못하고 사는게 억울하기도 했다. 영어한다고 한국어 책을 안 읽으려던 다짐을 내려놓고 한글 책을 엄청 읽고 싶은 욕구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꿈공방이라는 온라인 북클럽에 참여하게 됐다.
  그냥 들으러 들어갔다. 한국책 좀 실컷 읽으려고.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단톡방에서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는데 “회사에서 광고, 마케팅, 브랜딩 일을 오래 했고 휴직 중입니다. 그런데 컬러를 좋아해서 컬러와 감정 이런 공부를 했고 앞으로는 색채심리 전문가로 일하고 싶어요. 근데 지금은 회사 다시 돌아가기전에 전에 영어가 제일 급한 것 같아서 영어를 제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느날 꿈공방 리더 주주월드님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은 기억이 난다.


 주주님) 마케팅이나 브랜딩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자기 일 하고 싶어 하는 분들 많은데”
 나) 제가요?  어디 나오는 교수님도 아닌데…그런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예요. 저 같은 사람은 못합니다. 유명한 작가가 교수님 혹은 회사의 대표님 그런 분들이 하는거죠...

그리고 내용도 방대하고 많아서....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가...
 주주님) 그럼 북클럽 같은거 해주세요. 마케팅 책 읽어도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같이 읽고 나눠주시고 그 내용들 추가 설명같은거 해주시면 우리는 많이 배울텐데...마케팅책은 그냥 글자로만 보여요. 


 어찌 어찌 그렇게 하다가 엣지마트라는 마케팅 북클럽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부담도 들었는데 “도움 됐다”는 반응에 점차 보람을 느껴졌다. 이후 퍼스널 브랜딩까지 분야를 넓혀가면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나로 바뀌어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퇴사를 하고 퍼스널 브랜딩과 컬테라피를 강의하는 일을 하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도전의 출발점에 섰을 즈음, 나는 나이키를 샀다. 그날도 생필품 사러 쇼핑몰에 갔던 건데 우연히 신발 매장을 지나다 벌어진 일이었다. 살면서 각종 신발들을 한번씩은 신어본 거 같은데 유독 연이 안 닿았던 브랜드. 왠지 끌리는데도 이상하게 들인 적 없었던 그 브랜드에 그날은 바로 손이 갔다.
  눈에 들어온 건 나이키였지만, 마음에 새겨진 건 Just do it이었다. 1988년 TV광고를 묶어줄 4, 5개의 시안 중 밀던 안은 아니었다고 하는. 그럼에도 최종 선정된 이래 슬로건계의 G.O.A.T(Greatest of All times)로 군림하고 있는 한 마디. 히잡 쓴 여성도, 의족의 러너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그 누구도 달리게 하는 응원의 메시지. 개인적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광고 슬로건으로 꼽는 건, Just do it 자체로 브랜드화가 됐다는 점이다. Nike라는 브랜드이름도, 그리스신화 승리와 전쟁의 여신 니케의 날개를 상징하는 로고 스우시(Swoosh) 디자인 없이도 Just do it만 쓰여있는 티셔츠로도 존재감을 갖는다. 특히 스포츠 브랜드를 너머 일상에서 실행력을 독려하는 메시지로서 힘을 갖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자신감이 부족해서, 시행착오가 두려워서, 보다 준비될 때까지라는 핑계들로 미루다가 흐지부지해 오던 타성을 끊고 나는 강사라는 ‘내 일’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역시 오래 품고 있던 브런치의 첫 글도 쓰고 있다.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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