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인지발달의 두 축 '동화'와 '조절'
“(필리핀 사람을 보며) 인도 사람이에요”
“(여우를 가리키며) 고양이다 고양이”
가끔 아이들은 동일하지 않은 것들을 동일한 것으로 여긴다. 성인이 보기에는 분명 다른 것인데 아이들은 같다고 생각한다. 가끔 그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영유아기 인지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기 전까지 아이들의 사고는 단순히 성인의 축소판 정도로 여겨졌다. 아이들의 독특한 사고 과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에게 더 엄격하고 무섭게 혼을 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아이들만의 독특한 인지 구조가 있다는 것을 연구한 학자가 있다. 아이가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연구한 학자, 바로 ‘피아제’이다.
피아제는 자신의 세 자녀가 자라는 것을 관찰하며 영유아기 인지발달에 대해 연구했다. 분명 아이들은 생각하는 과정과 구조가 성인과는 다른데, 그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연구한 것이다.
피아제는 아이가 이해하고 있는 세상을 ‘도식’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도식 속에서 나름 체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네 발을 가지고 갈색 털을 가진 동물은 고양이다’라는 도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이 아이는 그 도식 안에서 여우를 봤을 때 고양이라고 생각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식 속에서 이해하는 것을 ‘동화’라고 한다.
필리핀 사람을 인도 사람이라고 하는 것, 여우를 고양이라고 하는 것들이 모두 ‘동화’에 해당한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저 동물은 고양이가 아니고 여우야. 귀가 쭝긋하고 야생에서 사는 동물은 여우라고 해’라고 말해준다면 아이의 인지구조는 불평형 상태가 일어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여우'라는 새로운 도식이 생기며 기존의 구조가 변한다. 그리고 이것을 ‘조절’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동화와 조절을 끊임없이 경험함에 따라 점점 도식이 커지고 확장된다. 만약, 여우를 고양이라고 하는 아이를 보고도 그냥 지나쳐 간다면 그 아이는 새로운 도식이 생기는 기회를 한 번 잃게 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지식을 알고 태어나는 아이는 없다. 이렇게 끊임없이 배우고 경험하며 질문하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틀리게 말할 때 ‘왜 몰라?’, ‘틀렸어’ 등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이의 세상을 더 작고 협소하게 만들 것이다. 원래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마음가짐으로 항상 아이에게 더 많이 알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요?’라는 질문을 반갑게 듣고, ‘틀리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긴다면 아이는 ‘동화’ 만이 아닌 ‘조절’의 과정을 겪으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갈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부모라면 더 큰 세상의 눈을 키워줄 수 있는 현명한 부모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