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배우고 쓰면서 성장하는]
나는 과거 그리고 지금도 역사와는 거리를 두는 사람이다. 부모님, 주변 지인분들이 역사 공부를 해야 세상을 보는 통찰이 생긴다는 등의 조언을 들었지만, 나에게는 있어 역사는 너무 지루한 존재였고, 지금 당장 배움의 필요성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강해 계속 회피해왔다. 그러다, 최근에 참여한 독서 모임에서 선정한 도서인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라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역사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나는 역사에 배경지식이 너무 없다 보니, 책을 읽는 내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보단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돈'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돈을 통해 물건과 시간을 거래하고는 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돈'이라는 물질적 형태가 존재하기 이전에는 무엇으로 거래를 하고 사람 간의 교류가 이루어졌을까?
"돈은 사회유기체의 순환계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장소에서 유통되는 물질재가 별안간 다른 장소에서 전혀 다른 물질재로 등장할 수 있다. 이것은 오직 돈만 일으킬 수 있는 현상이다."
"5천 년 전의 문자 기록에 따르면, 메소포타미아의 모든 공동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신전 관리자들은 사람들이 신전에 바친 공물의 양을 보리의 중량을 기준으로 상세히 장부에 기록했다. 그러나 관리자들이 급료를 받게 되자 더는 보리가 필요 없게 되었다. 이제 그들은 보리의 양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 '무언가'의 양을 활용했다. 그 교환 과정에는 현 금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고, 오로지 신용(어떤 사람이 받아야 할 몫)을 기록해둔 것만 동작했다. 이렇듯 신용은 현금보다 먼저 생겼다. 돈은 물물교환을 대체하지 않는다. 돈이 대체한 것은 신용과 부채의 계산법이다."
-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 - 116page>
수렵 채집 시절부터 물물교환하는 단계까지 우리 인류는 사람들과의 거래를 통해 생존 및 발전을 해왔다. 여기서 거래의 핵심은 각 사람의 '신용'이었는데, 대게 돈을 물건의 가치를 표현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돈의 핵심은 '신용'이었고, 가진 돈의 크기에 따라 '신용'의 크기도 결정되는 것이다. 과거 수렵 채집 시절에서는 사냥한 식량을 나눠 받기 위해서는 같은 공동체 안에서 신용이 있어야 했고, 공동체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한 사람에게는 식량을 나눠주지 않았다. 즉 돈이나 물건을 통해 신용을 측정할 수 없던 시절에는,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신용이 결정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 인간은 진사회성 동물로 진화했다. 현재는 돈으로 신용을 대체할 수 있기에 가끔 돈이 많은 부자들이 사회성이 깨진 행동을 저지르는 경우를 볼 수 있게 된다. (사회성이 깨진 행동으로 다른 사람과의 신뢰가 깨지더라도 우선 돈이 많다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사람들과의 신뢰가 깨지는 행동을 하면, 생존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돈이 등장함으로써 수많은 집단의 거래 의미와 과정이 변화했고, 각 나라의 통치 방법(세금, 나라 간의 교류 등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역사에서 '돈'을 빼고 바라보기는 힘들 거 같다.
"흑사병은 마치 쓰나미처럼 거세지다가 가라앉다가 또 심해지다가 진정되기를 되풀이하며 유럽 전역을 휩쓸었고, 약 10년 마다 재발했다. 그 몇십 년 동안, 흑사병으로 최소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혹은 그 이상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14세기에 그 소름 끼치는 질병이 창궐할 때 사람들은 틀림없이 세상의 종말을 체감했을 것이다."
"흑사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사실 여러 생존자의 처지에서는 삶이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우선, 군사적 침략과 달리 전염병은 기반 시설을 훼손하지 않는다."
"유럽 대륙 인구의 3분의 1이 사라지자 임금 노동자들은 유례없는 협상력을 지니게 되었다. 유행병의 여파로 임금이 상승했고, 소작농들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떠났다."
-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 - 271 ~ 272p>
지금 코로나가 발생하고, 전 세계에 퍼진지 반년이 넘어가고 있다. 이번 코로나는 WHO에서 공식적으로 세계적 대유행 '펜데믹' 선언할 정도로 감염병 위험 수준이 1~6단계 중 가장 높은 6단계로 지정되었고, 많은 사망자와 감염자가 아직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전염병은 과거에도 끊임없이 발생했고, 인류 최대의 적은 전염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염병은 많은 사람의 목숨과 인류 역사의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과거 흑사병이 유럽에서 발생했을 때는 인구 3분의 1이 사망을 함과 동시에 생존자는 삶이 개선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코로나도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분명 코로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삶이 개선되고,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한 사람과 기업은 분명히 존재했다. 가령 네이버, 카카오, 쿠팡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디지털 사용 시간이 늘었고, 기업의 영업 이익 주가는 오히려 코로나 전보다 상승했고, 재택근무에 잘 적응한 회사들은 회사를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운영하는 기회로 삼아 성장하고 있고 코로나에 적응하지 못한 회사와 주로 오프라인으로만 사업을 지속했던 회사들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취준생으로써 취업 관점에서도 이번 코로나를 명분으로 많은 기업이 공채를 없애고 경력직 위주 채용을 압도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는 정말 생존만 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말을 과거 역사를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고, 이제는 정말 어떻게 생존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온 것 같다.
"도구는 인간의 작업을 도와준다. 기계는 직접 작업을 처리한다"
-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 - 416p>
인류는 도구를 만들면서 효율적인 수렵 채집 및 생산성을 발전 시켜 왔고, 기계의 등장은 인류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구는 인간의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반면 기계는 직접 스스로 작업을 처리하면서, 인간에게 잉여시간과 자원을 제공했다. 그로 인해 인간은 새로운 일을 끊임없이 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인간사의 대다수 영역에서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할 만한 '생물학적' 이유도 사라지게 되었다. (여기서 생물학적 이유라고 함은 과거 사냥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시절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비교적 힘이 강했기에 주로 남자가 밖으로 나가 사냥을 해 생계를 지속했다) 그로 인해 여성의 공적인 활동도 증가하게 되었고, 성별과 관련된 서사들은 새롭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인공지능' 기존 기계가 인간의 작업을 대체하는 영역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심지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까지 발전하고자 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브레인 칩을 한 번 더 언급하면서 인간의 기계화 기계의 인간화에 대한 이슈가 한 번 더 떠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바라보고는 있으나,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이나 윤리적인 측면도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정말 기계가 인간처럼 정서와 감각과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 생긴다면, 인간의 존재와 가치는 무너져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구축된 영역에서는 단 하나의 원인이 단 하나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발전과 혁신과 시도는 여러가지 큰 흐름의 함류점에 약간의 요인을 보탤 뿐이다."
"역사를 다룰 때는 인과관계를 논하기보다 파급효과를 염두에 두는 편이 낫다."
- <다시 본느 5만 년의 역사 - 437p>
위에서 언급한 돈의 탄생, 전염병, 도구와 기계의 탄생 그리고 역사에서 비롯된 현재는 단 하나의 원인과 이유로 설명할 수 없다. 정말 많은 사건과 그 사건이 각 나라 국가에서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스며들게 되면서 형성된 것이고, 현재는 끊임없는 역사의 재구성, 재순환 과정 속에서 생겨난 것이 맞는 거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점도 단 하나의 이유와 상황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맥락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